닮은 사람
어제 은행에 갔다가 창구 담당자가 한 마디 한다. "혹시 이사장님 동생분이세요? 분위기가 닮았어요." 동네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과 닮았다는 말을 종종 들었지만, 이사장님과 닮았다는 말은 처음이다. 이사장님께 전하면 과연 뭐라고 하실지 궁금하다. 암튼 그 덕분인지 어떤지 몰라도 필요한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는데도, 일단 문서를 발급받는데 성공했다. 빠진 서류는 나중에 제출하기로 했다.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형이 한 명 있다. 그 형도 나를 무척 아끼는 편이라 둘이 만나면 별 말 없이 그저 술잔만 기울여도 마음이 편안한 그런 사람이다.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둘이 닮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닮았다는 얘기를 여러번 들었고, 또 어떤 선배님은 그 형을 나로 착각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적도 있다.(그 전에 그 선배님께 책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 형은 나보다 본인이 훨씬 더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나와 닮았다는 얘길 들으면 꽤 기분이 나쁜가보다. 한번은 그 형의 딸과 우리집 딸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누가 더 잘 생겼는지를 묻더라. 우선 우리 딸들에게 물었다. "잘봐. 너네 아빠하고 삼촌 중에 누가 더 잘 생겼어?" 큰아이는 조금 생각해보더니 "아빠!"라고 답했고, 작은아이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아빠!"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형은 "아니, 아빠라고 편들지 말고, 객관적으로 잘 생각해보라~"고 기대했던 답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큰아이는 "그래도 아빠."라고 했고, 작은아이는 "객관적으로가 뭐야?" 라고 물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그 형은 이제 자신의 딸에게 물었다. "아빠랑 여기 감은빛이랑 둘 중에 누가 더 잘 생겼어?" 그 아이는 장난기 머금은 웃음을 지으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감은빛!" 이라고 답하고 도망갔다. 부모에게 '객관적으로' 라는 요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늘 우리 엄마, 아빠가 제일 멋지다고 생각하며 자랐으니까. 그 집 아이는 아마 아빠랑 장난치려고 그런 답을 했을 것이다.
녹색당이 창당하던 해에 청소년 당원으로 가입한 동생이 하나 있다. 동생이라고 표현하지만 나와 나이차이가 스무살 가까이나는 친구라서 본인은 나를 '쌤'이란 호칭으로 부른다. 아무리 '형'이라고 부르라고 해도 듣지 않는다. 이 친구와도 닮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든다. 싱싱하고 파릇파릇한 젊은 친구가 늙은 사람과 비교 당하고, 닮았다는 말을 들으니 말이다. 한번은 앞서 얘기한 형과 나와 이 친구까지 셋이 한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데, 누군가 "셋이 너무 닮았다!" 고 말했다. 제일 기분나빠 한 것은 그 형이었다. 정장 가장 기분나빠해야 할 녀석은 (속으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그저 가만히 웃고만 있었다.
작년 지방선거 때, 우리 동네에서 기초의원 후보로 나온 후배 선거운동을 함께 할 당시에는, 후보와 닮았다는 소리도 들었다. 또 후보 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할 때, "혹시 후보 본인이시냐?" 는 질문도 가끔 들었다. 재밌는 건 선거운동을 위해 찍은 프로필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대부분 후보를 한번 보고 사진을 한번 보고 고개를 갸웃 했다는 거. 후보가 늘 "사진이 저랑 많이 다르죠."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잘 생각해보면 나와 닮았다고 거론된 사람들 대부분 안경을 꼈다는 것 외에는 닮은 점이 그닥 없다. 분위기가 조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 수는 있겠다. 그건 아마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그럴 수 있는데, 우리를 잘 아는 사람들도 닮았다고 하는 건 좀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필독서
오래 기다렸던 책이 나왔다. 사실 책이 나오자마자 멋지게 소개해야지 맘먹고 있었는데, 정작 기다렸던 책이 나왔을 때 한창 바빠서 알라딘에 들어올 짬이 없었다. 멋진 서평을 써야지 생각했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으니 더 늦기 전에 소개라도 해야겠다.
책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최초의 책에서부터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도 좋아하고, 역사도 좋아하는데 무려 책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니! 이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고, 널리 소개해야 할 책이다!
개인적으로 중세 시대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었다. 중세 수도원의 필사실 풍경과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이 퍼지는 과정, 르네상스 시대 필사본과 활판인쇄본이 서로 공존하다가 마침내 활판인쇄본이 대세로 굳어지고, 필사본이 쇠락의 길을 걷는 과정 등이 흥미로웠다.
책을 좋아하는 알라디너들에게 무조건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