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1
로브 레이들로 지음, 박성실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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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3월 일본 ‘도쿄권업박람회’의 학술인류관에서는 조선인, 류큐인(琉球人), 아이누인 그리고 대만의 고산족(高山族) 등을 진열하여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충격적이다. 인간을 마치 물건이나 동물처럼 진열해두고 구경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니! 그리고 아프리카 원주민을 전시한 유럽의 사례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오타 벵가라는 피그미족 청년은 만국박람회에서 전시된 후 동물원으로 팔려가서 오랑우탄의 우리에 함께 갇혔다. 미국과 유럽과 일본의 야만적인 제국주의에 분노했다.

 

그런데 이때만 해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나중에 G. A. 브래드쇼의 『코끼리는 아프다』와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 등을 읽으면서 그때 놓쳤던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은 가두면 안 되고, 동물은 구경하기 위해 가둬두어도 괜찮은가? 우리는 오타 벵가 뿐 아니라 그와 함께 갇혀 있던 오랑우탄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에 대해서도 함께 분노해야 했다.

 

이 책의 원제는 ‘Wild Animals in Captivity’다. ‘창살에 갇힌 야생동물’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 저자인 로브 레이들로는 생물학자이자 운동가로 특히 동물원에 갇혀있는 동물들에 관심을 두고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동물원을 찾아다니며 그 안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을 지켜보았다. 이 책은 인간 사회에 그 실상을 고발하는 문제작이다.

 

북극곰이 있다. 북극이 아닌 열대지역인 인도네시아의 한 동물원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있다. 뜨거운 태양과 무더운 날씨를 피하고 싶겠지만 갈 곳은 없다. 그저 좁은 우리 속에서 그늘을 찾아다니는 것 외에는 할 일도 없다. 그런데 한낮이 되어 우리 안의 그늘이 사라지자 북극곰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한쪽으로 걷다가 방향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걷다가 다시 방향을 돌려 걷기를 반복했다. 이런 행동을 스테레오타이피(stereotypy), 즉 비정상적 반복행위라고 한단다. 동물원에 갇힌 많은 야생동물이 이런 무의미한 행동을 온종일 반복하고 있단다.

 

충격적인 것은 새하얀 북극곰의 털이 초록빛과 누런빛으로 얼룩덜룩한 모습이었다. 더러워진 것일까? 목욕을 안 시켜주나? 북극곰의 겉 털 안쪽에 녹조류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란다. 올여름 낙동강과 영산강을 뒤덮은 죽음의 녹조가 떠올랐다. 새하얀 얼음나라에서 새하얀 털을 바람에 날리며 살아야 할 북극곰이 바람 한 점 없는 습하고 뜨거운 곳에서 물감으로 장난치고 안 씻은 것처럼 얼룩덜룩한 모습으로 콘크리트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사진을 보며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맨 처음 들려주는 두 마리의 도마뱀 이야기처럼 갇혀 있는 존재는 그 존재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좁은 우리에 갇힌 채 인간이 갖다 주는 먹이에 의존해 살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그 존재는 이미 예전의 자유로웠던 존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사자를 철창 안에 가둬두고 지켜본다면 그건 생김새만 사자일 뿐,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사자와는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런 사자를 지켜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자의 생김새는 사진이나 그림이나 영상물로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다. 직접 보고 싶다면 사자가 사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이제 더는 인간의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이용한 돈벌이 때문에 야생동물들을 콘크리트 지옥에 가둬두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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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9-07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날 그 길에서> 영화를 찍은 황윤 감독님이 동물원 이야기도 영화로 찍었는데... 저는 황윤 감독님 말이 참 옳다고 생각해요. '동물원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시지요. 그래요, 동물원은 모두 없어져야 하지요. 돌고래쇼도 없어져야지요...

감은빛 2013-09-09 18:5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최근에 동물원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관람객으로 지나칠 때는 몰랐지만,
동물들은 창살 안에서 하루하루를 지옥처럼 버티고 있더라구요.
동물을 이용한 모든 쇼와 오락거리는 없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