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는 소리
예전에 좋아했던 노래 '너를 사랑해(한동준)'는 "아침이 오는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라고 시작한다. 이 '아침이 오는 소리'라는 표현이 참 좋아서 오래 자주 흥얼거리곤 했다. 아침이 오는 소리는 과연 뭘까?
오랫동안 내게 아침이 오는 소리는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였다. 혹은 어머니가 아침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였다. 밤잠이 없고 아침잠이 많은 나는 전형적인 야행성 인간이었다. 늘 새벽까지 깨어서 책을 읽거나 뭔가를 끄적였고, 아침에 누군가 깨워주기 전에는 일어나지 못했다. 아침을 먹지 않는 습관도 이미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늦게 일어난 주제에 아침까지 챙겨먹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자취할 때부터 아침이 오는 소리는 달라진다. 물론 생활 패턴 상 아침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 때가 더 많았지만, 집안에 있는 누군가가 내는 소리가 아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침과 함께 찾아왔다. 우선 새소리. 그 유명한 일찍 일어나는 새에 대한 경구처럼 새들은 정말 일찍 일어나나보다. 날이 채 밝기도 전부터 새 소리가 들렸다. 분명 주택가였고, 주변에 나무가 많지 않았음에도 새 소리는 매일 아침 들렸다. 산 아래 마을이었고, 거리가 좀 있긴 했지만 저 위로 숲과 공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땐 깨닫지 못했지만 아침마다 새소리를 듣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그리고 분주하게 비탈길을 내려가는 사람들 소리가 이어진다. 출근길과 등교길. 소리만 들어도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알수 있다. 운동화, 남성 구두, 뾰족구두, 통굽구두, 슬리퍼 다양한 신발들이 콘크리트 바닥을 밟으며 비탈길을 내려갔다. 매일 들리는 소리는 아니지만, '재첩국 사이소~!' 재첩 아지매 소리도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갈 때 종종 듣는 소리다. 밤새 술을 마신 날엔 슬리퍼를 끌면서 나가 한 그릇 사 마시고 잠이 들기도 했다. 커다란 들통을 머리에 이고 그 경사가 급한 골목길을 어찌 다니시는지 참 대단한 분이셨다.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에는 고시원에서 지냈다. 이때 아침이 오는 소리는 뭐였을까? 고시원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소리였겠지. 좁은 방, 얇은 벽 덕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옆방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다 알수 있다. 대학 근처였기에 학생들도 많았고, 나처럼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아침이면 공동 화장실과 공동 세면장을 다른 사람보다 빨리 쓰려고 경쟁이 치열했다.
지금 아침이 오는 소리는? 휴대전화 알람 소리다. 아내와 나 그리고 큰 아이의 휴대전화에서 각각 다른 시간에 다른 소리로 알람이 울린다. 우리 식구들 모두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여러번 알람이 울려도 금방 깨지 않는다. 아니 설마 깼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끄겠지. 난 조금이라도 더 잘래. 하고 다시 기절하듯 잠이 든다. 세 개의 전화기가 경쟁하듯 시끄럽게 한참을 울고 나서야 아내와 나 둘 중 하나가 깨서 알람을 끈다. 그제서야 이웃 집 나무에서 울어대는 새소리도 들리고, 계단을 쿵쾅거리며 내려가는 윗집 사람들의 발 소리도 들린다.
한동준의 저 달콤한 노랫말에 어울리는 아침이 오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역시 새소리가 제일 어울리지 않을까? 아직 이사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발 빵빵거리는 차 소리나 쿵쾅거리며 지나가는 열차소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음주 독서!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맥주와 함께 책을 읽을 계획이다. 지난 주에 읽었던 [통역사]는 정말 재미있었다. 그 문체와 분위기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맘에 쏙 들었다. 다만 결말이 좀 아쉬웠는데 전개 과정에서 던져진 이야기들을 다 수습하지 못하고 끝낸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거의 끝 부분에서 집중력이 좀 떨어졌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다. 나중에 맨 뒷부분만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오늘은 무슨 책을 읽어볼까? 쌓아놓은 책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되는데, 일단 뽑는 기준은 무조건 재미다. 한 주간 머리 아프고, 신경쓰이는 일들이 너무 많았는데, 주말에도 공부와 정보를 위해 책을 읽고 싶진 않다. 이런 성향은 최근 영화를 선택할 때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예전에는 오락물이나 가벼운 영화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뭔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고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에만 눈길을 보냈다. 요즘은 그저 시간 때우기용(킬링 타임이라고 하던데) 영화도 괜찮다 싶다. 생각할 꺼리와 탄탄한 스토리를 갖추면서 재미도 있는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젠 지향이 재미로 바뀌었다. 오락물 자체의 재미와 영화를 보면서 이런 방법으로 재미를 쫓는구나.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구나 등 분석하는 재미도 있으니 굳이 영화 자체가 철학적일 필요는 없겠다 싶다.
이야기가 영화로 새버렸는데, 오늘의 후보 도서를 골라보자. 운동을 마치고 맥주를 사와서 책상에 앉은 순간 제일 끌리는 책으로 선택할테다.
다락방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의 추천도서였다.
워낙 소개 글을 많이 봐서 내용은 대충 알고 있는데,
잔뜩 기대를 갖고 읽었다가 실망하면 어쩌나?
더글라스 케네디 책이 재밌다고 하길래
오래전에 사 놓았는데, 여태 묵혀두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기욤 뮈소랑 비슷한 느낌이란
글을 보고 살짝 망설여진다.
아내가 사놓은 기욤 뮈소 책을 두 권 읽었는데,
너무 뻔한 스토리에,
문체나 구성이나 하나도 맘에 드는 게 없었다.
어쨌거나 일단 읽어보고 판단해야겠지.
이 책도 재밌다고 추천을 여러 번 받았다.
사놓고 묵혀두다가 아주 뒤늦게 펼쳐든 게
대략 1년 전쯤이었던가?
그때 조금 읽다 말고 다시 묵혀두는 중.
이번에 붙잡으면 한방에 끝내야지.
과연 오늘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