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처음 집어들면 가장 먼저 앞 표지를 보고 그다음에 뒷 표지를 본다. 제목과 앞표지는 그저 그랬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라는 제목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이긴 하지만 책 전체 내용을 아주 집약적으로 나타내주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무난한 제목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표지는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이라 좋았지만 뒷 표지는 몰라도 앞 표지에 작은 글씨들이 깨알같이 너무 많이 박혀있어서 좀 산만한 느낌이다.

책 뒷 표지를 읽어보면 으례 과장된 평가들이 독자들을 잡아끌곤 하는데(소위 말하는 낚시), 이 책에 대한 평가들은 놀랍게도 대부분 사실이었다. 과장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애교로 봐줄만한 수준이었다. 다만 뒷 표지 맨 위에 나온 문구는 좀 거슬렸다.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사람들 명단에 왜 CEO가 맨 앞에 나와있는 것일까? 이것 역시 소위 말하는 낚시 행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책은 전체적으로 괜찮은 짜임새를 갖추고 있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명확하게 잘 드러나있고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하나하나의 사례들은 모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특히 이 저자가 아주 타고난 작가라는 생각이 든건 가장 먼저 소개하는 사례가 아주 재미있는 것이어서 책을 펼치자마자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들고있다는 점 때문이다. 장사 하루이틀 해본 사람이 아닌 것이다.

처음 소개하는 사례는 뉴욕에서 있었던 휴대폰 분실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이 얼마나 흥미롭고 대단한 사건인지는 조금만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사이드킥'이란 고가의 휴대폰 분실을 다룬 이 사건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마이클무어의 '식코'를 보고나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대책을 세우기 시작하는 사례까지 자세하게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움직임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도구의 발달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다양한 예를 들어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활자인쇄술과 웹 2.0 시대 블로그를 통한 자유로운 출판을 비교하면서 도구의 발달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과거와 현재를 통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측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조직에 대한 탁월한 분석들을 보여주고 있다. 도구의 발달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분야는 바로 새로운 조직의 탄생이다. 과거 전통적인 조직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분야가 있었다면 지금 이 새로운 조직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움직이면서 전통적인 조직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좋은 점이 있다면 나쁜 점도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재미있는 사례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도 설명하는 듯한 분위기로 되어있는 이 책이 지루해질 수 밖에 없다. 지루함은 책에 대한 몰입도를 상당히 떨어 뜨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처음 몇개의 예들이 재미있었다면, 뒤이어 나오는 예들은 비슷한 패턴이거나 대충 짐작할 만한 이야기들이어서 다소 지루할해질 수 도 있겠다.

이 책은 올해 6월 말경에 나왔는데, 만약 훨씬 일찍 나오거나 훨씬 늦게 나왔다면 지금처럼 관심을 갖기 어려웠을거다. 그러나 우린 벌써 올해 5월부터 많은 움직임을 보였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참석했다. 그래서 이 책이 무얼 말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더 쉽게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교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는 듯 하다. 역시 미국이란 나라는 확실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친미주의자들의 미국의 합리적인 부분들을 좀 더 배워와서 헛짓거리를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번역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야할 것 같다. 다 읽어본 결과 아주 잘한 번역은 아니었다. 그리고 곳곳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사자생(寫字生)'이란 단어의 경우 다른 표현 방법이 전해 없었을까 싶다. 국어 사전에 '글씨를 베끼어 써 주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이란 뜻이 나오긴 하지만 이 단어는 낯설고 어감도 썩 좋지 않다.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로 '필사생'이란 단어가 있는데 이 단어가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번역투가 거슬리는 부분이 있고 단어선택이 조금 의아한 부분들도 있다. 그리고 한 두군데 정도 앞 뒤 문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번역이 끼어있기도 했다. 문단에서 전체적으로 뜻이 통하지 않는데 그렇게 마무리를 지어놓은 걸 보면 초벌 번역을 한 후에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았다는 뜻인 듯 하다. 번역자가 이런 부분들에 좀 더 신경썼더라면 훨씬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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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0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가까이 하지 못하는 부류의 책이군요. 그래서 님의 리뷰로 맛보기!^^
문맥이 어울리지 않는 번역은 번역이 아니라 단순히 해석해 놓았다는 느낌이죠.ㅎㅎ

감은빛 2008-09-09 11:57   좋아요 0 | URL
헉, 제가 새벽에 쓰다가 졸려서 대충하고 내일 다시 써야지 생각했는데, 이걸 공개로 저장하고 잠들었군요. 그걸 순오기님께서 벌써 읽으시고...... 에휴 민망해라~~!
오타도 많고 내용도 횡설수설이었는데요. 다시 수정하면서 좀 다듬긴 했는데, 급하게 쓴 리뷰는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이 책은 옛날 사회과학 서적들에 비해서는 번역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는데요. 그래도 몇 군데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고, 문맥에 맞지 않는 부분도 눈에 띄더라구요. 요즘도 이렇게 번역하면 안될것 같단 생각에 일부러 마지막에 집어넣었습니다!

딸기 2008-11-0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 볼까말까 하다가 잊고 있었는데, 읽어봐야겠군요. :)

감은빛 2008-11-03 11:39   좋아요 0 | URL
솔직히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달랐지만 제법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