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의 요정
칼리나 스테파노바 지음, 조병준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칼리나 스테파노바의 작품이다. 작가는 불가리아 사람이며, 국제 연극비평 협회의 이사라고 한다. 미국에서 연극 비평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불가리아에서 국립 연극영화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작가는 연극과 비평에 관한 10권의 책을 썼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연극과 관련이 없는 작가의 첫번째 책이라고 한다.

앙증맞게 작은 크기와 분량이고, 분위기가 괜찮은 표지그림과 삽화들 덕에 처음 보는 순간 바로 집어들게 되는 그런 책이다. 물론 혹시 유치한 내용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분량이 작아서 금방 읽을 수 있기에 잠깐 한번 읽어보자라는 생각에 펼쳐들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좋았던 작품이다.

뒷 표지 소개말들은 아마도 불가리아의 평론가들과 언론의 평가인 듯한 찬사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계속 <어린왕자>와 이 작품을 비교하고 있었다. 표지에 적힌 소개글들이 늘 그렇듯 이것도 엄청난 과장일 거라 여기고, <어린왕자>와 비교할 생각 따윈 저만치 치워버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두어 시간만 투자하면 쉽게 끝까지 읽을 수 있다. 흥미로우면서도 서두르지 않는 부드러운 전개는 편안하게 이끌어주고, 적절한 세부 묘사와 재밌는 말투의 대사들이 좋았고,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은은하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무척 좋았다.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다. 감히 <어린왕자>와 비교해 볼만한 작품이다.

작가가 직접 쓴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도 흥미로웠고, 마지막에 실린 불가리아 평론가의 평가도 읽을 만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삽화를 그린이의 이름은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적절하게 표현된 삽화들이 참 재밌고 좋았다. 게다가 생각할만한 꺼리들을 제법 던져준다.

다만 너무 작은 작품(소품)이라 조금 아쉽다. 이만한 소재라면 조금 더 키워서 좀 더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킬 수는 없었을까라는 부질없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크게 거슬리지는 않지만 몇몇 장면에서 번역이 조금 아쉽다.

영어 제목은 <Ann's Dwarves>, 요정이 흔히 생각하는 엘프가 아니라 드워프다. 백설공주와 일곱 드워프가 아닌 앤과 일곱 드워프다. 하긴 어릴때 읽은 서양 이야기들에 나오는 요정들은 엘프나 드워프나 다 조그맣고 귀여운 요정들이었다. 키 크고 귀가 뾰족하고 멋진 자세로 활을 쏘는 엘프와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에 넓고 땅땅한 몸집 그리고 지나치게 짧은 다리로 자기 키만한 큰 도끼를 든 드워프는 모두 <반지의 제왕>과 일본 판타지의 영향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읽는 동안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앙증맞게 귀엽고,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요정들을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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