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매월 마지막 날에는 여기 알라딘에 글을 하나씩 쓰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오늘도 6월의 마지막 날이니 하나 남겨야지. 시간 관계상 평소처럼 길게 쓰긴 어려울 것 같고, 조금 짧더라도 일단 쓰고 보자.


강의


최근에 강의를 두 번 했다. 하나는 초등학생들과 했고, 또 한 번은 어르신들과 했다. 초등학생들 강의는 내가 실수로 일정을 잘 못 기록해두어서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하고 갑자기 불려갔다. 하지만 초등학생 강의도 이미 여러 번 해봤었고, 강의 주제는 뭐 눈 감고도 외울 정도로 많이 했던 내용이라 평소 실력대로 했다. 특히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괜히 욕심 내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주입 시키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쉽게 설명하고 이야기 중심으로 진행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강의를 했는데, 처음에 조금 경계하던 센터 선생님들이 강의 도중에 점점 표정이 바뀌어 내 강의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의를 다 마치고 나서도 인사를 나누며 쉽고 재밌게 해주셔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다. 몇 학년인지 물어보지는 못했으나 그 중 제일 나이가 많을 것처럼 보이는 남자 아이가 하나 있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었기에 그리 어려운 내용이 없었지만, 가끔 어려운 용어가 나와도 대답을 척척 잘 해서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날 내가 알려준 내용 중에 거의 6~70 프로 정도를 그 친구는 이미 다 알고 있더라. 주위에 있던 센터 선생님들 반응을 보니 다른 과목이나 분야에서도 늘 그렇게 잘 알고 있는 모양이더라. 그래. 가끔 그런 사람도 있는 법이지.


어르신들 강의는 좀 힘이 빠지는 시간이었다. 어르신들 대상 강의도 워낙 많이 해봤기 때문에 그들 특유의 몇몇 태도들에 익숙했지만, 그날은 좀 강적인 분들이 계셨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그 분들은 그냥 젊은 친구가 자신에게 가르치려고 든다고 느끼고 그것이 기분 나쁘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평소처럼 내가 차분하면서도 친근한 태도로 분위기를 잘 추스려보려고 애 썼는데, 쉽지는 않았다. 나중에 강의를 섭외했던 주최측 담당자가 와서 그 분들 대신 사과한다고 했다. 나는 그러실 필요 없다고, 이런 일 많이 겪는 편이고 익숙하다고 답했다. 답은 그렇게 했지만 기분은 썩 좋지는 않았다. 내 내공이 아직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기면 그때는 좀 더 잘 수습할 수 있기를.


잠이 모자라


지난 주부터 이틀 전까지 좀 중요한 일정이 연달아 있었고, 문서 작업들이 좀 밀려있었다. 낮엔 회의를 비롯해 외부 일정이 많고, 저녁에는 매장을 보는 시간이 많아서 근무 시간에 문서작업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잘 나지 않았다. 가끔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런저런 이유로 집중이 잘 안 되어서 낮에는 제대로 진도를 나가기기 어려웠다. 그래서 야근을 하는 날이 많았고, 야근이 야근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밤샘 작업으로 이어지는 날도 많았다. 한 7~8년 전에는 하루나 이틀 정도는 밤샘을 해도 일과시간을 소화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어느 해부터인지 몰라도 이젠 밤샘 후에 낮 일정을 소화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냈더니 약간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평일을 보내고 주말에는 정말 죽은 듯이 잠만 자고 다시 월요일부터 야근과 밤샘이 이어졌다.


결국 중요한 일정들을 다 마쳤고, 문서 작업들도 완전히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은 조금 여유를 즐기려고 했지만, 또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마음만은 여유 있게 지낸 편이다.


덥다 더워


온도는 높고 습도도 높으니 불쾌지수가 그냥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진다. 아, 한여름 낮에는 가능하면 외부 일정을 안 잡았으면 좋겠다. 어디 나다니기가 너무 힘들다. 그런데 내 이런 생각과는 관계없이 자꾸 외부 일정이 생긴다. 


남부 지방엔 폭우가 와서 또 여기저기 피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뭐 인도는 6월 비정상적인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백명을 넘겼다고 했고, 캐나다는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절반 가량이 산불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폭염과 산불로 고통을 받고 있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올해 여름이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미 티핑 포인트(더는 바로잡기 어려울 정도로 한계를 넘어간 지점)를 넘겼다는 의견들이 벌써 2018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전세계가 2030년까지 1.5도씨를 넘기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약속도 이미 부질없어진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뭐,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다 포기하고 그냥 살 수도 없는 일이니.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 수 밖에.


최근에 인구 절벽이나 합계 출산율 급감이니 하는 뉴스도 종종 나오던데, 어차피 기후위기 때문에 살기 어려워진 지구에 인구가 줄어들면 그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고령화 문제와 노동자 감소 문제 등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훔쳐 쓰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 그리고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문제로 주위에서 말들이 많다. 나도 할 말이 많은데, 자꾸만 사람들이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안타깝다. 과학적인 견해과 그렇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이야기들. 누군가는 괴담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과학이라고 부르는 의견들. 옮고 그름의 문제도 물론 있겠지만, 당파적 사고방식에 매몰된 태도가 가장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 벌써 매장 문 닫을 시간이 지났네. 오늘은 여기까지. 7월의 첫날인 내일은 토요일인데도 일정이 몇 개 있다. 그걸 다 소화할 수는 없을 것이고, 꼭 필요한 두어 군데만 갈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