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데뷔


지난 주에 첫번째 달리기 모임을 가졌다. 지난 글에 썼듯이 몇 명 되지 않는 참가자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 분들이신데, 달리기 경험도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자세와 주의할 점들을 잘 알려드리려고 마음 먹었다. 특히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달리다가 관절 통증을 겪으면 곤란하니 제대로 잘 가르쳐 드리려고 준비를 좀 많이 했다. 나 자신이 긴 시간 달리기를 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중심으로 최신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관절 통증도 갖고 있고, 달리기를 하다가 말다가 그랬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 그 분들이 원하는 정보들을 많이 갖진 편이었다.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신청했는데, 지난 주에는 선약이 있는 2명이 빠지고 4명이 모였다. 내가 매장을 8시까지 봐야해서 8시에 매장에서 만났다. 먼저 매장 안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달리기 기본 자세와 호흡방법, 달리면서 주의할 점들 등을 설명했다. 그리고 서로 컨디션과 속도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달리기를 할 것인지를 설명했다. 이 부분이 내가 제일 고민했던 내용이었다. 처음이거나 달리기에 익숙지 않아서 천천히 달리는 사람과 나처럼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달릴 수 있을까? 먼저 달리기 모임을 하고 있는 선배에게 물어봤는데, 다른 원칙 없이 그냥 각자 알아서 달린다고 답을 들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5분씩 끊어서 달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5분 달린 후에는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가운데 지점으로 모인다는 원칙을 정했다. 가장 빨리 멀리까지 달린 사람은 본인이 선두라는 걸 알테니, 다시 달려서 뒤로 돌아오고, 가장 늦게 달린 사람은 본인 뒤에 사람이 없음을 알테니, 걸을 수 있으면 걸어서 앞으로 가고, 도저히 못 움직이겠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쉬는 것으로. 그리고 나머지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움직이는 것으로 설명했다.


긴 설명을 마치고 드디어 달리기를 할 천변 공간으로 이동했다. 주욱 늘어서서 준비운동을 했다. 스트레칭을 잘 해줘야 달리다가 부상을 입을 확률을 줄인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아까 설명한 원칙에 따라 5분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치면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걷거나 뛰어서 돌아오거나 앞으로 이동하도록 설명하고 다 모이면 잠시 함께 쉬면서 몸 상태와 느낌 등을 나누기로 했다. 나는 처음이라서 다른 참가자들의 속도에 맞춰 뛰면서 설명해드린 자세로 잘 달리고 계신지를 살피며 칭찬과 조언을 해드렸다. 나를 제외한 3분은 모두 여성 분들이었는데 속도 차이가 컸다. 가장 나이가 많은 60대 언니가 제일 느렸다. 달리다가 자세 교정을 해드렸는데, 팔이 자꾸 앞뒤로 흔들리지 않고 옆으로 돌았다. 그래도 잘 하고 계시다고 폭풍 칭찬을 해드리며 조금씩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다른 참가자 2분은 각자의 보폭과 폐활량에 맞게 잘 달리고 계셔서 크게 조언할 부분은 없었다. 다만 일정한 속도로 달리기 보다는 빨리 달리다가 천천히 달리다가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라는 주문에는 쉽게 따라오지 못했다. 최고 속도를 한 번 내보라는 제안에도 겁을 먹는 것 같았다.


암튼 그렇게 5분 달리고 모여서 쉬기를 반복했다. 임의로 반환점으로 염두에 두었던 지점까지 금방 왔다. 우리는 반환점에서 좀 길게 쉬고 다시 출발지점을 향해 달렸다. 돌아올 때 뒤에서 뛰면서 상황을 보니 모든 참가자들의 자세가 더 안정적으로 변했고, 속도도 잘 내는 모습이었다. 이제 옆에서 따라 뛰면서 조언과 칭찬은 그만해도 되겠다 싶어서 나도 내 속도로 달렸다.


달리기를 마치고 짧게 소감을 나눴는데, 복식호흡법을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얘기와 5분 달리기라는 방법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자세부터 부상 방지 요령까지 차근차근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그 중 한 분이 내게 뭔가 가르치는 일을 참 잘 하신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칭찬들을 들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나 역시도 내 최대 속도로 전력질주를 해볼 수 있어서 달리기의 쾌감을 느꼈기에 좋았다.


그날 이후로 참가자 분들이 나를 코치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몇 가지 맨몸 운동이나 덤벨, 케틀벨 등은 이용한 다양한 운동들은 누구든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정작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사실 별로 잘 하지도 못하는 달리기 영역에서 코치님 이라는 호칭을 듣다니! 암튼 도움이 되어서 기분은 좋았다.


이 모임 참가자들이 달리기의 즐거움을 몸에 익혀서 앞으로도 꾸준히 부상 없이 달리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주1회 함께 달리기를 잘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운동을 통한 즐거움


사람의 몸을 앞과 뒤로 나누면 더 큰 근육들이 위치한 곳은 몸의 후면이다. 등과 엉덩이와 허벅지 뒷면에 우리 몸에서 제일 큰 근육들이 있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 전면부를 주로 쓰는 운동 보다는 후면부를 주로 쓰는 운동을 더 잘하면 근육량을 늘리기에 좋다.


최근에 햄스트링 강화 훈련인 '노르딕 햄스트링 컬' 이란 운동을 새로 접했다. 한 몇 주 동안 이렇게 저렇게 흉내를 내 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전혀 단련이 되지 않았던 부위라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몇 주간 흉내를 내다가 지난 주에야 드디어 동작이 제대로 모양을 갖춰가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제대로 자세를 갖추지도 못했고, 간신히 비슷하게 따라하는 수준에 머물렀는데도 다음날 허벅지 뒤쪽 자극이 엄청 컸다. 게다가 앞서 말한 함께 달리기 날 조금 무리를 했던 탓에 종아리에도 근육통이 찾아왔다. 사실 상체에 비해 하체 단련에는 소홀한 편이라 무리해서 스쿼트를 하는 날을 제외하면 종아리나 허벅지에 근육통을 느낀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만큼 내가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라서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내가 가진 여러 도구들을 이용해 같은 운동을 조금씩 바꿔가며 해보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로우' 동작을 여러 도구를 이용해 다른 조건에서 해보는 것이다. 일단 기본은 덤벨 로우가 있다. 한 팔 덤벨 로우는 많이 하는 대중적인 동작이다. 여기서 상체를 앞으로 최대한 기울이고 두 팔 덤벨 로우를 하는 것은 내가 즐기는 일종의 변주다. 다음은 케틀벨. 무게가 같은 한 쌍의 케틀벨을 양 손에 들고 로우 동작을 해준다. 그 다음은 링 로우. 작년에 구매한 링을 철봉에 매달아 놓고 이런저런 운동들을 시도해봤는데, 실내 철봉의 한계, 철봉 높이의 한계 등으로 제대로 된 링 운동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이 링 로우였다. 덤벨 로우와는 또 완전히 다른 자극과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불가리안백. 불가리안백은 모양 자체가 딱 로우 동작을 위해 최적화 된 도구다. 이렇게 여러 도구로 조금씩 다른 무게와 상황으로 운동을 하면 재미도 있고 효과도 크다.


데드리프트도 마찬가지다. 가장 기본은 바벨 데드리프트. 그리고 케틀벨, 덤벨 등으로 가능하다. 다만 케틀벨과 덤벨은 무게가 가벼워서 워밍업 수준으로 하고 본 운동은 바벨로 해야 한다. 요즘은 케틀벨 클린의 재미에 빠졌다. 최근에 하나 더 구매한 케틀벨 무게가 한 손으로 운동하기에 딱 좋지만, 양손에 동시에 들고 운동하기에는 조금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었는데, 며칠동안 이리저리 하다보니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래서 양 손에 하나씩 들고 동시에 클린을 하고 있다. 이거 잘 안 되다가 한 번 성공하고 나니 그 쾌감이 생각보다 컸다. 이젠 조금씩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더 익숙해지면 여기에 저크를 더하고, 클린과 저크의 반복 순서 등에 변화를 주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중량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이제 조금씩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다시 사고 이전으로 돌리기에는 아직 멀었겠지만, 조금씩 근육을 회복해가다 보면 언젠가는 예전처럼 중량도 늘리고 좋아했던 난이도가 높은 운동들도 다시 도전할 수 있으리라. 


아, 마지막으로 악력기 이야기. 무지개 악력기를 하나씩 사서 지금 3개를 모았다. 가장 낮은 단계 3개. 언젠가는 가장 높은 7단계까지 도전해보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직 4개의 단계는 시도조차 못 해보는 수준이니까. 예전에는 왼손 악력이 부족해도 그냥 오른손 중심으로 운동하고 왼손은 가능한 수준에서만 하고 끝냈는데, 요즘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왼손 악력을 더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앉아서 영화를 보면서도 악력기를 쥐었다가 좀 쉬었다가 다시 쥐기를 반복한다.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노력해야 겨우 현상 유지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욱 더 많이 해야 겨우 조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8시가 넘었으니, 이제 매장을 정리하고 닫아야지. 저녁을 먹기 전에 한바탕 달리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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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0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만 가깝다면 꼭 가서 감은빛 님 수업 듣고 싶네요^^

감은빛 2023-05-18 16:33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영광입니다.
수업을 듣는다기 보다는 같이 서로 배워가는 사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23-05-0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 1회라면 할 수 있는데, 가깝다면 저도 참가하고 싶군요!!!
계속 하신다면 단골 멤버가 생기겠어요. 멤버들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 궁금해요.
그런 글도 앞으로 올려 주세요.

감은빛 2023-05-18 16:35   좋아요 0 | URL
페크님. 주 1회 이상이어서 1회만 달려도 되지만, 가능하면 적어도 2회는 달리길 권장하고 있어요. 물론 서로 다 바쁜 처지에 시간 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안그래도 오늘 참가자들의 이후 상황을 써볼까 하고 알라딘 들어왔어요.
사실 일 하다가 열 받는 상황이 벌어져서 너무너무 일 하기가 싫어졌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