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쁜 하루하루를 지내며 요일만 대충 기억하고 살고 있었다. 날짜 가는 줄 모르다가 어떤 중요한 약속이나 일정이 닥쳐야 '아, 오늘이 며칠이구나.' 하고 깨닫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피곤과 감기몸살 기운으로 무거운 몸을 억지로 끌고 출근했다.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리며 일을 하다가 문득 오늘이 2월 22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작년 오늘 여기 알라딘에 20220222 라는 숫자가 재밌다는 글을 남겼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북플 앱을 열고 작년에 썼던 글을 열어봤다. 저 숫자 이야기 말고도 자각몽에 대한 내용과 아이들의 코로나 확진 이야기를 담아두었더라. 아, 그랬구나 작년 이맘때 아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구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내 주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하곤 했는데, 나는 아직 걸리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나 역시 걸렸었는데, 그냥 가볍게 지나간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1년 사이에 몸이 좀 으슬으슬한 몸살 증상이 1번 있었는데, 이틀 정도 지나 나았었고, 최근에 감기 기운과 함께 아주 약한 몸살 기운이 있었는데, 이것도 한 3일만에 나았다. 이 정도가 코로나였을까? 어떤 분들은 후유증으로 한 달 이상 고생을 하시기도 하던데.


어쨌거나 오늘도 2월 22일이다. 작년처럼 20220222는 아니지만, 20230222도 재미있는 숫자이긴 하다. 내가 숫자 2를 좋아해서 유난히 그렇게 느끼는 것이지만, 모르고 지나칠 뻔 했던 날짜를 보고 작년에 쓴 글을 기억해 낸 것도 나의 이 재미없는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이자 활력이다. 과연 내년 오늘은 이 날짜를 인식하고 이 글을 썼었다는 걸 기억할 수 있을까? 내년에도 또 뭔가 끄적여서 3년 연속 여기 서재에 저 0222 란 숫자에 대한 글을 남길까? 알 수 없지만, 이런 쓸데없는 궁금함을 가지는 것 역시 갑갑한 일상에서 작은 재미가 될 것이다.


다 지나갈거야


요즘 내가 유난히 피곤해보이고 뭔가 안쓰러워 보이나 보다. 선배들과 후배들이 그런 말들을 건네곤 한다. 힘을 좀 내라고. 날개를 펴라고. 좀 위축되어 보인다고. 더 잘 할 수 있는데, 어떤 틀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어떤 말들은 맞고 어떤 말들은 틀릴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어디까지 맞고, 어디부터 틀린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다 맞을 수도, 다 틀릴 수도 있다. 그저 나 같은 인간에게도 이렇게 신경써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최근 글에도 썼었는데, 변화가 큰 시기라 고민도 많고 일도 많다. 살다보면 당연히 이런 시기도 있을 수 밖에 없는 거라고, 누구나 한 번은 다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막상 그 과정 안에 있는 사람은 힘들 수 밖에 없고, 언제까지 얼마나 더 힘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지치고 힘들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결국은 지나갈 거라는 사실. 이게 영원히 갈 수는 없는 거니까. 일본 만화에나 나올 법한 무슨 타임 루프 같은 것에 걸린 것이 아니라면. 아니 그런 류의 만화를 보면 타임 루프에 걸렸더라도 결국은 방법을 찾아서 다 빠져나오지 않나. 그러니 지금은 충분히 괴로워하고 힘들어하자. 그냥 이런 나 자신을 내버려 두자 이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끝날 일이면 빨리 기분을 바꾸고 상황을 바꿔버려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여 이 상황을 끝내 버리라는 내 마음의 목소리. 글쎄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괴롭고 힘들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하는 또 다른 목소리가 뒤를 잇는다. 그 다음 목소리는 몰라! 몰라! 다 몰라!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발 닿는 대로. 상황이 만들어지는 대로 움직일거야 라고 말한다. 안다. 나는 아마 마지막 목소리처럼 움직일 것이다. 내가 평생 겪어본 나라는 인간은 지금까지 늘 그랬다.


7분 늦음


이 글을 시작할 대 적은 것처럼 2월 22일이 0222라는 숫자로 연결되는이야기를 하려고 쓴 글이라 11시 59분까지는 이 글을 완성하고 등록하기 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어느새 12시를 넘겨버렸다. 이로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같은 날에 글을 남기려는 계획은 어긋나 버렸다. 내년에는 3년 연속 같은 날에 같은 주제로 글을 올려야지 하는 계획 역시 지금 이 순간 실패해버렸다. 이미 제목으로 적어넣은 숫자 역시 바꿔야 하나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아, 그건 너무 귀찮다. 그냥 올려 버려야지.


밀린 일이 많아서 한 두 시간 더 일을 하다가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급 피곤해진다. 그냥 집에 가야겠다. 내일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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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3-02-23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오늘 2월 22일이었어요,, 저는 날짜를 쓰는데 2월 22일 22년이라고 쓰고 싶은 유혹을 억지로 참았습니다. 아무튼 감은빛님 코로나 요즘 증상이 오래 안 가는 것 같아요.. 코로나이든 아니든 그건 이젠 별로 안 중요한 것 같구요,, 건강하셔서 기뻐요. 암튼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시고 집에 들어가셨죠??^^;;

감은빛 2023-02-24 10:29   좋아요 0 | URL
라로님. 저도 잠시 작년 생각하다가 그럼 2222년은 언제 오나?
이러다가 아, 이건 200년 후!
인간의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해도
이미 반 백살 가까이 살아버린 저로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연도였군
하고 깨달았습니다.

2월이 이제 며칠 안 남았네요.
3월이 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데,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유난히 더 아쉬운 요즘입니다.

페크pek0501 2023-02-2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년 전의 오늘 어떤 글을 올렸는지 북플을 보고 알았어요. 북플의 좋은 기능 같아요.
글 제목 보고 안 건데 2, 라는 숫자가 많네요.
좋은 선후배들에게 위로를 받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 지나갈 것입니다. 힘을 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