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북플이 알려준다. 과거 오늘 쓴 글이 3개 있다고. 무심코 살펴보는데, 하나같이 아픈 이야기다. 두 개는 다쳐서 아픈 이야기고, 하나는 마음이 아픈 이야기다. 내게 과거의 오늘은 모두 아픈 날이었구나.
2011년 오늘은 비가 많이 왔나보다. 비를 보며 병든 사회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었다. 그 글을 쓴 시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출판사 사무실에는 뒤쪽으로 주차장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비슷한 좁은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서 담배를 피우며 빗소리를 듣다가 책상 앞에 돌아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쌍차 노동자 가족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떠올렸고, 4대강 공사로 망가지는 자연의 아픔을 떠올렸다. 강정마을 구럼비의 아픔도 당연히 함께 떠올렸다. 당시 고공농성 중이던 김진숙 지도위원의 아픔에 대해서도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국가 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회복이 쉽지 않다. 그 후로도 숱한 국가 폭력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해왔다. 최근에 용산참사 피해자 한 분이 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번 그런 이야기들에 화가 나고 또 슬프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저 잊지 않는 것. 그들의 평안을 기도하는 것 외에는.
2012년에 쓴 글은 책을 포장하다가 종이에 베인 상처를 매개로 내 몸에 유난히 많은 베인 상처들에 대한 글이다. 그날도 기억이 쌩쌩한데, 책 주문을 확인하고 발송작업을 하던 중에 베였다. 창고에 쌓인 책들을 꺼내 분류하고 포장할 때는 대체로 장갑을 낀다. 먼지도 털어내야하고, 벤딩머신 사용 중에 혹시 다칠수도 있으니. 그런데 나는 원래 장갑을 끼면 무슨 일이든 갑갑해서 잘 못하는 편이다. 설겆니 할 때 고무장갑조차 안 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암튼 평소 책을 꺼내 표지를 닦을 때까지만 장갑을 끼고, 이후 포장 작업을 할 때는 장갑을 벗고 맨 손으로 하는데, 그날따라 손이 미끄러졌고 다음 순간 피가 주르륵 흘렀다. 결국 피 묻은 책 한 권을 팔지 못하고 파기처분했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어서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다음은 2015년에 쓴 글이었다. 신기한 게 며칠전에 그 날 일이 꿈 속에서 재현되어서 재수없다고 생각했는데, 그해 여름에 그 일을 겪었다. 멀쩡히 자다가 술 취한 놈에게 당한 폭력사건. 그 건으로 그 인간에게 몇 십만원 가량 합의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일요일 밤이었고, 밤새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쓰고 월요일 아침을 맞았다. 남들 출근하는 시간에 나는 집으로 가서 씻고 늦은 출근 준비를 했다.
북플이 알려준 3개의 글이 모두 이모양이라니. 오늘은 과연 어떤 하루가 될까? 아프지 않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