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졌다


요즘 밝아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얼굴이 밝아졌다는 얘기도 듣고,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얘기도 듣는다. 작년에 혼자 너무 힘들게 일했기 때문에 너무 어두운 분위기로 오래 지냈나보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고 지낸다. 일터에 사람이 늘었고, 그 두 사람이 자기 위치에서 열심이 움직여줘서 고맙고, 도움이 많이 된다. 물론 그래도 내 할일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마음가짐이 바뀌니 스트레스는 확실히 덜 받게 되더라.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술과 담배도 줄었다. 예전 같았으면 술 마셨을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니 아마 자연스럽게 얼굴이 밝아졌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표정도 바뀌었을 것이다. 예전엔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에서 누굴 만나 반갑게 웃어도 그 표정이 그리 반가워하는 걸로 보이지 않았을 지 모른다.


다시 운동을 시작한 덕분에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재작년과 작년에 내가 유난히 힘들었던 이유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관절 때문에 운동을 할 수 없으니, 그걸 다 술로 풀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부상 후 달라진 점


재작년 가을 어깨 부상과 작년 여름 무릎 부상 때문에 운동을 제법 오래 쉬었다. 다만 완전히 쉬었다기 보다는 되도록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맨몸 운동 위주로 종종 시도를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일부러 운동을 쉰 것이 아니라 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두 번의 관절 부상 보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원인을 밝히지 못한 불규칙적이고 비정기적으로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관절 통증이었다. 손가락, 손목, 발목, 무릎, 어깨, 팔굼치 어떤 날은 엄청나게 아프다가 또 다음 날엔 아무런 통증도 없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지고, 또 며칠 후에 다시 아픈 현상의 반복이었다.


암튼 그래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조금 시도하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했고, 결국 근육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 한채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가 4월 초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고 슬슬 시동을 걸었다. 자꾸 관절이 아프니 겁이 나서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이정도 까지 해도 괜찮은지 살펴보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소위 말해서 내 관절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간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생각보다 괜찮네 싶어서 다시 본격적으로 해봐야지 생각한 게 대략 4월 말 경이었다. 


5월은 그 시도와 실제 내 몸의 통증 사이에서 갈팡질팡 한 시기였다. 어쨌든 정형외과 의사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관절 통증은 끊길 듯 이어졌고 그때마다 여기에 운동을 하는 것이 더 나빠지는 건 아닌지 자꾸 겁이 나고 망설여지는 것이다. 게다가 꽤 오래 쉬었던 까닭에 전반적으로 근력, 지구력, 유연성 모두 많이 떨어져있어서 내가 원하는 동작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움직이다 보면 자꾸 더 관절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부상 이후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사람이 겁을 먹는 구나 하고 깨달았다. 또 다칠 까봐 혹은 무리해서 운동하다가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이제 더이상 젊지 않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겁없이 이것저것 시도해보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몸이라는 걸 깨닫는다. 같은 운동을 해도 젊은 시절과 근육의 성장 속도 자체가 다르다. 무게를 늘리는 속도도 무척 느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번 주에 운동을 하면서 이 정도면 다시 운동을 시작한 것, 즉 발동을 건 것으로는 성공을 한 것 같다고 느낀다. 계속 겁내던 바벨 운동을 다시 시도했고, 조금씩 자세를 다시 익히고, 조금씩 무게를 올려가기 시작했다.


어제 밤에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서 운동을 했는데, 관절 통증도 전혀 없고, 각 운동 동작들도 이상하게 잘 되었다. 그래서 무게를 좀 올려서 스냇치를 했는데, 그 성취감이 엄청 컸다. 이제서야 드디어 다시 운동을 시작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느끼는 쾌감,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운동 복장


혼자 살면서 제일 편한 점은 옷을 입지 않고 지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오지 않는 날엔 집에서 알몸으로 지내기도 한다. 그리고 운동할 때도 알몸으로 한다. 운동을 하면 땀이 나고, 땀이 나면 옷이 젖고, 그러면 빨래가 늘어난다. 그냥 옷을 입지 않고 운동하고 땀이 나면 수건과 걸레로 닦고,(옷을 입고 해도 수건과 걸레는 필요하다.) 운동을 다 마친 후에 샤워를 하면 된다.


물론 이건 맨몸 운동 중심으로 할 때 얘기다. 그리고 무릎 부상 이전에 그랬다. 이번에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는 꼭 운동 전에 양쪽 무릎에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손목에 손목 보호대를 착용한다. 그리고 맨몸 운동에서는 무게를 주기 어려우니 발목이나 손목에 각 1kg짜리 모래 주머니를 착용한다. 물론 손으로 할 때는 그것보다 덤벨을 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니 주로 발목에 착용하고 실내 철봉에 매달린다.


어느 날 거울을 보면서 운동하다가 내 모습이 너무 웃기다 싶었다. 속옷도 입지 않은 알몸에 무릎 보호대와 손목 보호대와 모래 주머니를 착용하고 운동하는 모습이 웃겼다.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찍었다가 바로 다시 지워버렸다. 요즘 같은 시대에 혹시라도 이 사진이 유출되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싶어서였다.


요즘은 맨몸 운동은 워밍업으로 하고 주 운동을 바벨이나 케틀벨로 하고 있다. 이때는 바벨과 케틀벨을 드는 과정에서 맨살에 쓸리거나 상처가 날 수 있어 옷을 입어야 한다. 그래서 운동복 반바지만 입고 운동한다.


아, 실내 철봉에 매달리거나 바벨을 들 때는 장갑이나 손바닥 보호대도 착용해야 한다. 굳은 살이 박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통증이 없는 건 아니다. 한동안 바벨 운동 대신 철봉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길어서 늘 손바닥에 열이 나곤 했다. 


홈짐


예전에 실내철봉과 바벨세트를 다소 무리해서 구매했지만, 늘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디 멀리 핏니스 클럽에 가는 일은 쉽지 않지만, 나는 늘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철봉에 매달렸다 내려온다. 눈에 바로 보이는 곳에, 바로 옆에 있으니까 계속 손이 간다.


단 하나의 단점은 집이 2층이라 층간 소음을 조심해야 한다. 바벨이나 케틀벨을 내려놓을 때 아주 조심해서 소리가 나지 않게 해야하고, 뛰는 동작 등을 할 수 없다. 제일 좋아하는 운동이 버피 테스트를 타바타 인터벌로 하는 것인데, 이 집에선 그걸 할 수 없다. 맨 마직막에 점프하는 동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단점은 거울이 좁고 작다는 것. 맨몸 운동과 프리 웨이트 동작들은 계속 거울을 보면서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벽에 걸어놓은 전신 거울이 작고 좁다. 체육관이었다면 아마 벽 전체가 거울이었을텐데 말이다.


만약 언젠가 집을 구매하는 날이 오면 바닥을 튼튼하게 대어서 바벨을 쿵 하고 내려놓아도 괜찮게 만들어 놓고, 한 쪽 벽에 거울을 넓게 설치하고, 실내 철봉과 벤치 프레스와 스쿼트 렉을 구매해놓을 테다. 그리고 또 한 쪽에는 샌드백을 걸어야지. 이상하게 이런 상상은 해도해도 질리지 않는다. 다만 늘 마지막에 돈 문제를 생각하면 씁쓸한 입맛과 함께 정신을 차린다는 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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