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학교 강의


오늘 오전 오랜만에 학교 강의를 했다. 그 학교에 계신, 동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해당 학교 법인의 비리 사학재단과 아주 오래 싸워오신 전교조 선생님을 오랜만에 만나뵈어 또 정말 반가웠다. 그 선생님은 조금은 험악할 수 있는 인상이지만, 아주 함빡 웃음을 얼굴 가득 지어 나를 반겨주셨다. 악수에 이어 툭 하고 가볍게 내 어깨를 두드리는 동작이 참 좋았다. 친근감의 표현이니 말이다. 내가 맡은 반이 몇 반이냐 물으시더니, 애들이 다들 잘 것 같다고 걱정하셨다. 난 어깨를 한 번 으쓱해보이곤 자면 또 자는 대로 내버려둬야죠. 억지로 깨울 수는 없다고 했다. 나 역시 학창시절엔 선생님이 들어오던 말던 늘 잠만 잤으니 말이다.


강의도 꽤 좋았다. 사실 1월에 왠 학교 강의냐며 의아했는데, 큰 아이를 보니 아예 봄방학 없이 3월 개학까지 쭉 이어지도록 방학을 늦게 시작하는 거라고 했다. 교실에가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목요일에 방학 시작이라고 했다. 방학을 코 앞에 두고 이 추운 날에 학교에 와서 공부가 될 리가 없을 터.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아예 엎드려 자고 있었는데, 일부러 건드리지 않았다. 그냥 깨서 듣는 아이들만 데리고 강의를 했다.


근데 약 3분의 1가량, 그러니까 10명 정도 아이들이 열심히 듣고, 대답도 곧잘 하며 잘 따라왔다. 정말 기특하고 고마웠다. 나는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고, 아침부터 목 상태도 영 별로였다. 게다가 서둘러 나오느라 늘 갖고 다니던 물병도 못 챙겨나와 강의 중에 물을 마실 수 없었다.


평소처럼 열을 올리며 강의했다간 금방 목이 가버릴 것 같아서 페이스 조절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애들이 자거나 딴 짓은 해도 떠들지는 않아서 다행이었고 고마웠다. 강의를 잘 듣고 따라온 10명 가량은 기후변화와 핵발전에 대해 상식 수준의 지식은 있었다. 어떻게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사회 선생님이 알려주셔서 그렇다고 했다. 이래서 학교 선생님이 중요하다.


오늘은 물도 없고, 목도 상태가 나빠 평소처럼 진도를 빼거나, 정보 전달에 애쓰지 않고, 이야기 중심으로 풀었다. 특히 체르노빌 사고 당시 기록들에 숨겨진 이야기들과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들려줬는데, 애들이 엄청 집중해서 잘 들었다. 사실 나는 예전에 선생님이 수업하다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게 그렇게 재밌었는데, 나도 그점을 자주 활용하곤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고 슬쩍 운을 떼면서 호기심을 자극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을 잘 배열해 서사를 끌고나가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대신 엉터리 이야기를 할 순 없으니 옛 기록들을 뒤져 이야기 꺼리를 많이 찾아야 한다.


암튼 2시간 강의를 시작할 때는 좀 일찍 마쳐서 애들 쉬는 시간을 배려해주려 했는데, 이야기 들려주는 재미에 푹 빠져 오히려 시간이 모자라더라. 열심히 들어주는 애들이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목이 아픈 것 따위 다 잊을만큼 좋은 기분으로 학교를 나설 수 있었다.


2시간 떠들면 에너지 소모가 커서 많이 지치지만, 또 그만큼 아이들에게 힘을 받아 오곤 한다. 그래서 난 학교 강의가 좋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업은 어른들 대상 강의와 달리 특유의 맛이 있고 재미가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책들


체르노빌에 대한 아래 책 3권은 모두 읽었다. 아,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다 읽지는 못했으니 2권은 다 읽고, 1권은 아직 읽는 중이라고 표현해야 하려나. 사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은 쉽게 읽히지만, 실제 사건과는 사실관계가 많이 다르다.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후쿠시마에 대한 책은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한 권 밖에 못 읽어봤다. 시간을 두고 하나씩 하나씩 읽어가야지.










































언젠가 여유가 있을 때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법정책] 저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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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8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9-01-14 18:01   좋아요 0 | URL
저도 말씀하신 그 지점이 제일 궁금합니다.
아무리 일본 정부가 숨기고 속이려해도 방사능 피해는 해가 갈수록 심해질텐데,
그건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을텐데, 어쩌려고 저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작년부터 라돈 방사능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심각하더라구요.
92년 미국 환경보호청 자료에 의하면 매년 라돈 방사능으로 인한 사망자를 1만명 이상으로 추산했더라구요.(워낙 오래된 데이터이긴하죠.)

요즘 건물은 대체로 괜찮은데, 낡은 주택은 집안으로 방사능이 새어들어온다죠?
근데 도시에 낡은 주택이 워낙 많아요! (우리집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