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사회자


올해 지역에서 세번째로 열리는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작년부터 느끼고 있었는데, 지역의 선배 활동가 그룹에서 점점 내게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가끔 선배들이 중간그룹이 없다고 한탄하면서, 그 역할을 내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더 얘기하자면 복잡한데, 암튼 어쩌다 보니 중책을 맡았고, 그래서 작년에 비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재작년과 작년에 열렸던 컨퍼런스 평가 과정에서 내가 주장했던 내용을을 반영해서 좀 더 잘 해보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올해는 컨퍼런스 준비에 좀 더 신경을 썼다.


해마다 컨퍼런스를 마치고 그 논의 내용을 모아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책임 편집(내용 정리 및 교정교열) 역할을 계속 맡아 왔다. 한 번에 30여개의 개별 테이블이 열리고, 각 테이블 주최 단위로부터 보고서와 관련 자료들을 받아 정리하고 책으로 만드는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라 무척 힘들지만, 출판사에서 책임편집을 해본 경험 덕에 어떻게든 해내고 있고, 한 번 작업하고 나면 그 해 컨퍼런스 내용 전체를 대체로 이해할 수 있기에 만족감도 있었다. 또 그를 통해 큰 돈은 아니지만 부수입을 얻을 수 있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당장 지역에서 그 역할을 해낼 활동가가 없기도 했다. 만약 준비 단계에서 함께 참여하지 않고,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외주를 맡기면, 보고서의 퀄리티는 훨씬 떨어질 것이 뻔했다. 1회와 2회 컨퍼런스를 마치고 낸 보고서가 좋은 평가를 받고, 지역의 선후배 활동가들이 나를 인정하는 것은 그래도 보고서를 썩 괜찮게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올해도 보고서 제작에 대해서는 그냥 나에게 일임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작년까지는 컨퍼런스를 마친 이후 보고서 제작 과정에서 전권을 맡긴 했지만, 행사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는 최소한의 기여만 하고, 큰 역할을 맡지는 않았다. 올해는 준비 단계에서 기획운영회의에 매주 참여해야 했고, 보고서 준비를 위한 기록팀도 따로 꾸려야 했다. 암튼 실제 행사에서는 여는 마당에서 대표자 인사를 내가 맡았고, 전체 행사 중간쯤에 3개 협동조합이 공동으로 기획한 토론회 진행과 발제를 맡았고, 또 다른 토론회의 토론자 역할도 맡았으며, 마지막 닫는 마당에서 여성 활동가 한 분과 공동 진행도 맡았다. 사실 닫는 마당 진행은 2년 전 첫 컨퍼런스 때도 맡을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내가 맡았는데, 그때는 지금과는 약간 성격이 달라서 훨씬 규모도 작았고, 컨퍼런스를 준비했던 단위 활동가들의 뒤풀이 같은 행사였다. 물론 당시에도 부담은 꽤 있었지만, 막상 닥쳐서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에는 공동추진위원장을 나이대별로 추천해서 선정했는데, 나는 40대 대표로 올랐고, 나와 같이 닫는 마당 진행을 맡은 여성 활동가는 30대 대표로 나왔다. 여는 마당 인사말은 조금 고민을 하긴 했지만, 막판에 시간에 쫓겨서 원고를 썼고, 큰 무리 없이 잘 하고 내려왔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역 언론사가 SNS 생중계도 했는데, 나중에 SNS 상에 남아있는 동영상을 통해 내 발언을 지켜보니 좀 신기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버릇과 손버릇 등도 알 수 있었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 긴장하면 저렇게 행동하는 구나 하는 것도 느꼈다.


발제와 토론도 평소 고민했던 내용들을 풀어냈고, 이런저런 행사 준비와 진행은 이 바닥 활동 경력이 20년이 가까운데 뭐 평소 실력으로 커버했는데, 마지막 닫는 마당 공동 사회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혼자 하는 거라면, 그냥 알아서 준비하면 되는데, 아직 그리 친하지 않은 다른 활동가와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그와는 이 전부터 종종 얼굴을 보긴 했지만, 이번 컨퍼런스 준비 전까지 잘 알지 못했던 사이였는데, 평소 이런저런 회의 자리에서 분위기도 잘 맞추고, 활발하게 발언하는 모습을 보아 내공이 상당해 보였다. 역시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던 게, 준비 과정에서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과 2시간 짜리 행사 사회자 대본을 짧은 시간 안에 뚝딱 만들어냈다! 다만 그가 준비한 부분은 전체 진행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이고, 나는 그 안에서 핵심 프로그램 진행 대본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 핵심 프로그램은 컨퍼런스 전체 프로그램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였다. 각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고, 각 추진 단위의 협조가 필수였다. 


어차피 나는 컨퍼런스 종료 후 보고서 제작 단계에서 각 프로그램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미리 소통할 생각으로 이 역할을 맡았는데, 행사가 진행중인 짧은 시간 안에 내가 필요한 내용을 다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날 하루 전까지도 그 핵심 프로그램에 대한 대본을 완성하지 못했고, 공동 사회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행사 당일 아침 일찍부터 열일 다 제쳐놓고, 대본을 완성했고, 결국 닫는 마당 1시간을 남겨두고 그가 쓴 전체 대본과 내가 쓴 대본을 합쳐서 공동 사회자 대본이 완성되었다. 서로 맞춰보기 위해 구석에서 잠시 연습했는데, 그도 이런 경험이 적지 않은 듯 했고, 나도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되겠지 싶어 연습을 많이 하진 않았다. 사실 막상 무대에 서면 어떻게든 하겠는데, 사전에 그와 단둘이 따로 연습하려니까 정말 어색했다. 그도 그랬는지 서로 분위기를 어쩌지 못하고 급하게 연습을 마쳤다.


착각일 수 있겠지만, 가끔 무대 체질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시작 전에는 긴장도 하고,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하지만, 막상 사람들 앞에 나서면 의외로 여유를 되찾아 내가 준비한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해내곤 했다. 그게 약간 관성이 되어서 나중에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준비를 덜 하는 나쁜 방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암튼 그런 역할을 맡을 때 상대적으로 쉽게 수락하는 이유다.


근데 이번에 둘이 공동 사회를 보니,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어색해서 자꾸만 실수하게 되더라. 속으로 어! 나 왜 이러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곧 다시 수습하곤 했지만, 내 기대만큼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근데 내 파트너는 나보다 훨씬 더 여유있었다. 임기응변도 어찌나 좋은지. 대본에 없던 말들도 술술 잘 했다.


이 공동 사회는 그가 다 살렸다. 그가 그렇게 잘 하는 모습르 보면서 나도 곧 여유를 찾았다. 재밌었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그리고 참여자들의 호응이 좋았기에 또 한편 힘이 났다.


행사를 마치고 둘이 환상 콤비였다거나, 전문 사회자 뺨 친다거나, 둘이 케미가 장난 아니다거나 이런 저런 칭찬을 많이 받았다. 나는 그때마다 모두 다 그 여성 활동가의 공으로 다 돌렸다. 난 아무것도 한 것 없고, 그가 다 살렸다고 했다.


옷이 날개


작년부터 점점 외부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그 외부활동 대부분은 공무원들을 만나거나, 좀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가 많았다. 평소 목이 늘어난 허름한 반팔 티셔츠에 낡은 반 바지를 입고, 맨발로 아쿠아슈즈 신고 다니는데, 그런 자리가 있는 날에만 정장은 아니더라도 가다마이라고 부르는 걸 입고 나간다. 이거 우리 말로는 뭐라 불러야 할까? 암튼 그렇게 입고 외부 활동을 주로 하다보니 지역의 선후배들은 나의 그런 차림을 자주 보지는 못한다.


이번 컨퍼런스에 공식적으로 앞에 나서야 하는 일이 많다보니 옷차림에 신경을 안 쓸수 없었다. 특히 닫는 마당 사회를 보기 위해 아끼는 여름용 가다마이를 입고 갔는데, 그야말로 보는 사람마다 반응이 장난 아니었다. 한 젊잖은 여성 선배는 놀란 표정으로 오늘 너무 멋져요! 라고 큰 소리를 냈는데, 그 분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 내게는 더 놀라운 일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친한 형과 술을 마시다가 그 형이 요새도 계속 운동하냐고 묻길래, 못한지 오래라고 말했다. 작년 가을 어깨를 다친 후로 꽤 오랫동안 간단한 운동 외에 시도를 못 했고,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보려고 하던 와중에 다시 무릎을 다쳤다. 최근엔 거의 아무런 운동도 시도하지 못했다. 그렇게 설명했더니, 그래도 넌 운동했던 '가다'가 있어서 '가다마이'가 잘 어울린다고 말하더라. 뭐 옷이 날개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보다. 다들 어쩌니 한마디씩 해대던지.


뛰고 싶다.


무릎은 8월 말경 처음 다친 지 3주쯤 지난 후부터 빠르게 회복해서 평지는 거의 정상처럼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오르막도 괜찮은데, 내리막길과 계단을 내려가는 일은 여전히 부자연스러웠고 힘들었다. 그리고 아직 무릎을 완전히 굽힐 수 없어서 씻을 때와 옷 입고 양말 신을 때 힘들다. 우리 사무실 열쇠구멍은 바닥에 있다. 완전히 쪼그리고 앉거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허리를 완전히 꺾어야 손이 열쇠구멍에 닿는다. 예전에 그 위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 내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사무실 문을 열고 잠그는 일이 되었다.


평소 걷는 것 보다는 뛰는 걸 좋아한다. 가까운 곳을 가더라도 거의 뛰어다니는데, 벌써 한달 반 이상을 뛰지 못하고 살고 있다. 어느 날 너무 뛰고 싶어서, 뜀박질을 잠시라도 해보고 싶어 시도했다가. 무릎 통증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슬슬 회복이 되는 것 같아서 무릎에 무리가 안 가는 자세로 스퀏을 좀 해봤는데, 다음날 무릎이 아파 죽는 것 같았다. 아직 역기를 드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가끔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와 딥스 그리고 레그레이즈 등을 줌심으로 운동했는데, 이것도 정상이 아닌 몸이다보니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뛰고 싶고, 역기를 들고 싶다. 그런 걸로 스트레슬 좀 날려야 하는데, 대신 자주 술을 마셨다. 술과 안주 덕분에 재작년부터 간신히 공복일 때 복근이 드러나는 몸을 만들었음에도 금방 몸매가 망가졌다. 빨리 다시 뛰고 싶다. 역기도 들고, 케틀벨도 들고, 철봉에 매달려 다양한 운동을 해보고 싶다.


책 읽자



 아는 형이 낸 책이라 동네서점에 깔리자 마자 가서 샀다. 근데 아직 손도 못 대고 한참 지났다. 이번 연휴에 읽어야겠다. 같이 산 책이 3권이나 되는데, 이것들 언제 다 읽으려나.











 동네서점에서 사자마자 큰 아이에게 읽으라고 줬다. 아이가 다 읽고 나면 내가 읽어야지. 그리고 작은 아이가 좀 더 자라면 그때 읽어줘야지.









 이 책은 사자마자 야금야금 읽고 있다. 재밌다. 이런 책이 점점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또 한 권의 책은 제목이 뭐였더라? 기억이 안 나네. 흠 나중에 집에 들어가면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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