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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할 많은 일을 포개어 놓기만한 어지러운 일상 속,

좀더 나아질 게 없으리란 지리멸렬한 삶의 방식.

이러한 감정들의 연속선 상에 놓여있다.

나는 말한다. 걱정한다. 초조해한다.

'아, 이러다 내 전존재가 바스러지는 게 아닌가.'

하지만 냉정히 되돌아보자. 해야할 많은 일들? 솔직히 말해보자. 과연 갑작스럽게 닥친 일인지. 나는 얼버무리면서 중얼댄다. '실은 말이지, 그간 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어. 그런데 다만 이렇게 어설픈 방황과 고민이란 핑계로 무기력감과 절망에 빠져있는 척하면서 하지 않았던 거야.' 그렇단 말이지? 그럼 지리멸렬한 일상은? 갈피를 잡을 수 없을만큼 뒤죽박죽인 삶 역시 해야할 일들을 제꺽제꺽 하지못해서 느끼는 감정이다. 다만, 나에게는 바로 이게 삶의 방식이 되어버렸다. 결국, 어지로운 일상은, 지리멸렬한 일상은 해야할 일들을 미룬 나의 나태함때문인 것이다. 정말 그렇다. 그럼 문제점도 선명하고, 이 선명한 문제를 보아하니 해결점도 분명해진다. 하면 된다. 차근차근. 시간이야, 이제껏 방탕하게 노닐었던 나의 죄이니 시간없다 원망하지 말고.( 사실 '방황과 고민 놀이'하면서 방탕하게 노닐면서 나는 어느정도의 즐거움을 느꼈다. 희미한 쾌감---.) 걱정, 초조, 불안? 우선 책상 앞에 앉아서 지껄여보자. 그런 말이 쑥ㅡ 들어갈 테다. 손에 펜을 쥐자. 책을 잡자. 자ㅡ. 우선, 교지 원고를 쓰자. 다른 것은 과제. 작품 비교 두 개, 비평문. 인터뷰 쓰기. 고전소설 작품명 작자 해설 만들기. 아, 단순하네. 내가 해야할 일들이 고작 이뿐인가? 시험 준비는 이 일들을 하면서 머리식힐겸 해보자. 아무래도 시험보다는 과제가 중요하다. 적어도 내게는. 왜냐면 성취감이 더 크기에. 그렇지만 단 하나, 아쉽게도 학점과는 무관하다. 학점---. 기대된다. 으으으악!

덧붙이자면, 나는 지금 살아있다고 느낀다. 나는 살아있다. 내 존재의 바스라짐은 내가 살아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당장은 내가 살아있음에 만족한다. 이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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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3-12-1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시동안 죽어 있다가 다시 살아났었다는 기분이었어요. 물론 아쉽게도 또 다시 그 살아있음에 대한 자각이 대단히 무뎌져 버리긴 했지만서도 말이지요. 하지만 적어도 이젠 제 자신이 죽어버렸다고 느껴질때까지 가만히 있진 않으리라 다짐하는 계기가 되어 만족해요. 바쁘시겠어요. 그리고 그 과제들, 그런 과제들을 하시는 분들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항상 들어요. 부럽지만 제가 하기에는 두려운 그런 것들 말이죠 ^^

빛 그림자 2003-12-1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어떤 마음이셨을지 어렴풋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살아온 긴긴 세월(?)에 의한 경험에 의하면 말이죠~. ^^;;

과제 며칠 밤새서 다 마쳤어요. 다행히 선생님들이 받아주셨구요. ^^ 별 거 아니긴 한데,제가 워낙 게을러서 막판에 허접하게 해서 겨우 다 해치워버리고 말았지요. 학점이 기대 되네요.
ㅠ.ㅠ
 

한동안 친구이건, 선배이건, 선생님이건, 하다 못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알은체를 하며 메일을 써댔다. 나름대로는 그 만큼 절실했고 절박했고 중요했고 진지했기 때문에 그랬을 테다. 어차피 반응 따위야 마음에 두지 않아서 그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남 이목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철저히 나다운 생각으로 임했으니 어지간했겠는지---.

그렇지만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거였다. 누구더러 위로해 달라고 말한 적은 없더라도 나는 아마 그런 걸 바랬었나보다. 이렇게 보면, 앞말과 뒷말이 다른,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한 순전히 내 탓일지도 모른다.한참 내가 너무 덤덤한 척, 괜찮은 척 해서(평소모습 그대로) 다들 그랬는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결국은 내 탓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그 사람들 너무 독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그 사람들 중에 차라리 이해할 수 없다고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편은 그나마 괜찮았다. 잠시잠깐 나를 동요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괜찮았다. 어차피 무슨 일에서든 동의 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한 마음이란 있는 법이니까. 난 그런 거 많이 겪어봐서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렇더라도 아무 말하지 않는 이들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내게 몹시 찬, 혹은 쌀쌀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혼자서 해보았다.

그렇다고 그런 마음이 상처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씩씩한 거, 잘 참는 거, 그런 게 내 전문이므로. 혼자서 알게 모르게 안 보이게 토라졌다가도 배시시 웃으면서 편하게 말 거는 거, 그런거 내가 잘하는 거다. 그 전에, 그러니까 지금이니까 이렇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나 이제 그런 짓 안 할래, 하고. 그리고 내 의도를 살짝 뒤틀어서 의뭉스럽게 말하는 짓도 그만해야겠다. 

내 말이 무슨 말이지 내가 봐도 잘 모르겠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삶이란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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