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친구이건, 선배이건, 선생님이건, 하다 못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알은체를 하며 메일을 써댔다. 나름대로는 그 만큼 절실했고 절박했고 중요했고 진지했기 때문에 그랬을 테다. 어차피 반응 따위야 마음에 두지 않아서 그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남 이목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철저히 나다운 생각으로 임했으니 어지간했겠는지---.

그렇지만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거였다. 누구더러 위로해 달라고 말한 적은 없더라도 나는 아마 그런 걸 바랬었나보다. 이렇게 보면, 앞말과 뒷말이 다른,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한 순전히 내 탓일지도 모른다.한참 내가 너무 덤덤한 척, 괜찮은 척 해서(평소모습 그대로) 다들 그랬는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결국은 내 탓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그 사람들 너무 독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그 사람들 중에 차라리 이해할 수 없다고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편은 그나마 괜찮았다. 잠시잠깐 나를 동요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괜찮았다. 어차피 무슨 일에서든 동의 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한 마음이란 있는 법이니까. 난 그런 거 많이 겪어봐서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렇더라도 아무 말하지 않는 이들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내게 몹시 찬, 혹은 쌀쌀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혼자서 해보았다.

그렇다고 그런 마음이 상처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씩씩한 거, 잘 참는 거, 그런 게 내 전문이므로. 혼자서 알게 모르게 안 보이게 토라졌다가도 배시시 웃으면서 편하게 말 거는 거, 그런거 내가 잘하는 거다. 그 전에, 그러니까 지금이니까 이렇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나 이제 그런 짓 안 할래, 하고. 그리고 내 의도를 살짝 뒤틀어서 의뭉스럽게 말하는 짓도 그만해야겠다. 

내 말이 무슨 말이지 내가 봐도 잘 모르겠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삶이란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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