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담배 주은 얘기. 계단 창틀에 담배가 보였다. 던힐 라이트. 비가 하도 와서 뜀박질하러 못가서 쉬엄쉬엄 계단이나 오르려고 했던 거다. 누군가 실수로 흘렸다기 보다는 창틀에 부러 걸쳐놓은 모양새였다. 아내가 아니면 남편이 타박해서 밖에서만 담배를 피거나 공공연히 금연을 선언했지만 몰래 핀다거나 하는 양. 나는 별 고민 없이 냉큼 주워서 그리고 승강길 타고 집에 가지고 왔다. 기뻤다. (왜 기뻤지?) 

가스렌지 점화가 불량해서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붙이려고 사둔 라이터인지 놀러왔던 친구 B가 두고간 라이턴지 그걸 찾아헤맸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베란다 철 난간에다 올려놨다. 마침 그 친구 B한테 전화가 왔고, 나는 경위를 말한다. B는 너 또 시작했냐며 비아냥댄다. 담배가 무슨 향이냐고. 담배 아깝다고. 기관지가 약해서 담배는 맞지 않는다고 맛도 없다고 궁색한 변명을 한다. 그러면 왜 주워 왔냔다. 그건 모른다. 하긴 이러다 거의 한 갑이나 되는 담배를 향처럼 나둘 순 없진 않은가. 도로 고이 갖다놨다. 에잇. 뭐하는 짓거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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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4-09-19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담배를 입에 대보지 않았는데,
최근들어 놓여있는 담배를 보면 문득 피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하고 뿜어내는게 꼭 마음속 엉어리도 뿜어내버리는 것 같아, 유혹을 뿌린친다고 혼자서 몸서리 치고는 하지요.

빛 그림자 2004-09-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숨이 쉬고 싶어서 담배를 핀다는 친구를 저는 알고 있지요. 그 녀석 말에 따르면 평생 담밸 끊지 않겠대요. 끊어서 몸 건강에 이로운 것보단 다른 내가 알지 못하는 게 있다고요. 차라리 담배가 몸에 좋다면 그때는 피지 않겠다는 녀석이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사는 게 참... 그런가 봐요.

프리즘 2010-06-3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한숨을 시각화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담배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