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담배 주은 얘기. 계단 창틀에 담배가 보였다. 던힐 라이트. 비가 하도 와서 뜀박질하러 못가서 쉬엄쉬엄 계단이나 오르려고 했던 거다. 누군가 실수로 흘렸다기 보다는 창틀에 부러 걸쳐놓은 모양새였다. 아내가 아니면 남편이 타박해서 밖에서만 담배를 피거나 공공연히 금연을 선언했지만 몰래 핀다거나 하는 양. 나는 별 고민 없이 냉큼 주워서 그리고 승강길 타고 집에 가지고 왔다. 기뻤다. (왜 기뻤지?)
가스렌지 점화가 불량해서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붙이려고 사둔 라이터인지 놀러왔던 친구 B가 두고간 라이턴지 그걸 찾아헤맸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베란다 철 난간에다 올려놨다. 마침 그 친구 B한테 전화가 왔고, 나는 경위를 말한다. B는 너 또 시작했냐며 비아냥댄다. 담배가 무슨 향이냐고. 담배 아깝다고. 기관지가 약해서 담배는 맞지 않는다고 맛도 없다고 궁색한 변명을 한다. 그러면 왜 주워 왔냔다. 그건 모른다. 하긴 이러다 거의 한 갑이나 되는 담배를 향처럼 나둘 순 없진 않은가. 도로 고이 갖다놨다. 에잇. 뭐하는 짓거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