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는개비라도 내리면 모란봉 아래 칠성문을 지나 을밀대로 오른뒤 부벽루와 청류정을 거쳐 내려와 다시 대동강변으로 나오기도 했다.

을밀대 옆으로 실뱀처럼 난 오솔길도 어느새 인민들을 위한 체력단련 시설이 들어서면서 넓어지고, 구새먹은 느티나무 아래 진이와 격정적인 사랑의 추억이 서린 그곳은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더이상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솔솔 불어오는 명지바람을 맞으며 대동강변 '진실의 길'을 거낼 때였다.

 

언제나 발랄한 모습이던 그가 시실세실해 보였다.

 

어성버성 마주 서 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강변 그루터기에 앉았다.

 

최진이가 모두숨을 조용히 내쉬며 여싯여싯 말을 꺼냈다.

 

죽을 날을 이러구러 기다리며 진이와 나 두루 속절없이 불평만 늘어놓아야 하는가. 게다가 들쭉술로 벌그레하게 볼을 물들이며 소그랑장난에 빠질 수밖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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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만한 우리말(고유어)  --

                                        < ㄱ ~ ㅅ >

 

가축하다

알뜰하게 매만져 잘 보전하다

갈매빛

짙은 초록색

갊다

간직하다

개부심

장마 끝에 명개(부드러운 흙)를 부시어 내도록 퍼붓는 비

걸때

사람의 몸피의 크기,체구,덩치

게염

시새워서 탐내는 욕심

결곡하다

깨끗하고 야무져서 빈틈이 없다

고래실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고 기름진 논

고빗사위

가장 긴요한 고비의 아슬아슬한 순간

곰비임비

자꾸 앞뒤 계속하여

구쁘다

먹고 싶은 생각이 나다

구순하다

의좋게 지내다

궂기다

'죽다'의 존대

길라잡이

길을 인도하는 사람

깨끔하다

깨끗하고 아담하다

꼲다

성적이나 실적을 평가하여 점수를 매기다

끌끌하다

마음이 곧고 씩씩한 데가 있다

끼끗하다

생기가 있고 깨끗하다

난달

길이 이리저리 통한 곳

난바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넓은 바다

너볏하다

번듯하고 의젓하다

너비아니

쇠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을 하여 구운 음식

넉장거리

네 활개를 벌리고 뒤로 자빠짐

노박이로

줄곧 오래

노루잠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

누리

공중에서 빗방울이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떨어지는 덩어리

느즈러지다

마음이 풀리다

는개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조금 가는 비

늘름

재빠르게 혀나 손을 놀리는 모양

늘품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질 또는 가능성

능두다

빠듯하지 않게 여유를 두다

능준하다

표준에 차고도 남아 넉넉하다

늦마

제 철이 지난 뒤에 지는 장마

다복솔

가지가 다보록하게 많이 퍼진 어린 소나무

도거리

따로따로 하지 않고 한데 합쳐 하는 일

도다녀오다

갔다가 지체하지 않고 올 길을 빨리 오다

도두보다

실제보다 더 좋게 또는 더 높게 보다

도르다

몫몫이 나누어 돌리다

도리기

여러 사람이 돈을 추렴하여 같은  

도린곁

사람이 별로 가지 않는  외진 곳

도담하다

탐스럽고 아담하게 도드라지다

도저하다

학식이나 재능이 아주 대단하고 깊다

돋을볕

처음으로 솟아 오르는 햇볕

돌림턱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음식을 내는 일

동동촉촉

매우 삼가고 조심함

동뜨다

다른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

돼지

되우

매우 심하게

두름성

주변을 부려서 일을 해가는 재주

둥개다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쩔쩔매다

뒷배

표면에 나서지 않고 남의 뒤에서 보살펴 주는 일

드레

인격적으로 점잖은 무게

드레드레

물건이 매달려 흔들리는 모양

듬쑥하다

사람의 됨됨이가 가볍지 아니하여 속이 깊숙하고 차있다

뜸베질

소가 뿔로 들이받는 일

마음자리

마음의 본바탕

맨드리

옷을 입고 매만진 맵시

먼지잼

겨우 먼지나 일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오다 마는 비

메지

일의 끝난 한 단락

명개

흙탕물이 지나간 자리에 앉은 검고 부드러운 흙

모지랑이

물건을 오래 써서 끝이 닳아진 것

몽치

짤막하고 단단한 몽둥이

무녀리

짐승의 맨 먼저 낳은 새끼 또는 알

무럽다

빈대, 벼룩 등 물것에 물려 가렵다

물마

비가 많이 와서 땅 위에 넘치는 물

물참

조수가 잔뜩 밀려 들어온 때

물초

온통 물에 젖은 상태

미늘

낚시 끝의 안쪽에 있는 거스러미처럼 되어 고기가 물면 빠지지 않게 된 작은 갈고리

미립

경험에서 얻은 묘한 이치

미쁘다

믿음직하다

민낯

화장을 하지 않은 여자의 얼굴

벅벅이

틀림없이 그러하리라 미루어 헤아리는 말

벗트다

서로 경어를 쓰던 사이에 허물없는 말로 사귀기로 하다

보늬

밤,잣 등의 얇은 속껍질

부룩송아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어린 소

불목하니

절에서 밥을 맡아 짓는 사람

붓방아

글쓸 때 생각이 잘 나지 않아 붓대만 놀리고 있는 짓

비거스렁이

비가 온 뒤에 바람이 불고 시원해지는 일

빼쏘다

아무의 얼굴을 꼭 닮다

사부자기

남모르는 사이에 재빠르게

산달

산이 있는 곳, 山地

살별

혜성

살품

옷과 가슴 사이에 생기는 빈 틈

상고대

초목에 내려 눈같이 된 서리

새뜻하다

새롭고 산뜻하다

생광스럽다

효과가 있어 체면이 서다

서덜

강이나 냇가의 돌이 많은 곳

서머하다

미안하여 내밀 낯이 없다

세우

힘차고 억세게

소담스럽다

수수하게 풍족하고 아름답게 보이다

속종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소견

솔가리

말라서 땅에 떨어진 솔잎

순되다

사람됨이 순진하고 곧다

숫접다

순박하고 수줍어하는 태도가 있다

숭굴숭굴

얼굴이 귀염성 있고 덕성스러움

숲정이

마을 부근의 수풀 있는 곳

스러지다

차츰 희미해지면서 없어지다

슴베

칼, 호미 등의 자루에 들어간 부분

습습하다

사내답게 활발하다

시들부들

시들어서 부드러워진 모양

시위

홍수

실답다

진실하고 미덥다

작은 폭포

다음 -->

      --  쓸만한 우리말(고유어)  --

                                     < ㅇ ~ ㅎ >

 

아퀴

일의 끝마무리

안차다

겁이 없고 깜찍하다

알심

은근히 동정하는 마음

알짬

가장 요긴한 내용

암암하다

모습이 잊혀지지 아니하고 가물가물 보이는 듯하다

앙살

엄살을 피우며 반항함

애면글면

약한 힘으로 무엇을 이루려고 애쓰는 모양

애젊다

앳되게 젊다

어리대다

공연스레 어정거리다

엄전하다

하는 짓이나 생긴 모양이 정숙하고 점잖다

엄장

풍채 좋은 큰 덩치

엉너리

남의 환심을 사려고 어벌쩡하게 서두르는 짓

에돌다

선뜻 나가서 서두르지 않고 슬슬 피하여 근처에서 돌다

에멜무지로

헛일 겸 시험 삼아

에움길

굽은 길

물속에 잠겨 있는 바위

여낙낙하다

곱고 상냥하다

여탐

무슨 일이 있을 때 웃어른의 뜻을 살피는 일

여투다

물건이나 돈을 아껴쓰고 그 나머지를 모아두다

영각

암소를 찾는 황소의 울음소리

오롯하다

온전하다

올차다

야무지고 기운차다

옴나위

꼼짝할 여유

옹구바지

바지를 축 처지게 입은 모양

외욕질

속이 좋지 않아 욕지기를 하는 일

우금

시냇물이 흐르는 가파르고 좁은 골짜기

우련하다

희미하게 겨우 보이다/ 보일 듯 말 듯 희미하다

울력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서 하는 일

의초

동기간의 우의

이내

해 질 녘에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일매지다

죄다 고르고 가지런하다

입매

음식을 조금 먹어 시장기를 면함

자귀

짐승의 발자국

자드락

낮은 산기슭의 비탈진 땅

자별하다

친분이 남달리 특별하다

잡도리

잘못되지 않도록 미리 단단히 단속함

재우

매우 재빠르게

제웅

짚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든 것

존조리

조리 있고 친절하게

진솔

한 번도 빨지 않은 새 옷

집가심

집안을 깨끗하게 함

집알이

남이 이사했을 때 인사로 찾아 보는 일

찐덥다

마음에 흐믓하고 반갑다

채발

볼이 좁고 길이가 알맞아 맵시 있게 생긴 발

채잡다

무슨 일을 하는데 주장이 되어서 일을 하다

틀거지

위엄이 있는 태도

틀수하다

성질이 넓고 깊다

푸네기

가까운 제 살붙이

하늬바람

서풍

한무릎공부

한동안 착실히 하는 공부

함초롬하다

가지런하고 곱다

함치르르

곱고 윤이 나는 모양

함함하다

털이 보드랍고 윤이 나다

핫아비

유부남

핫어미

유부녀

허방

움푹 팬 땅/ 잘못 예측하여 실패함

헌걸차다

풍채가 당당하고 마음이 너그럽다

헙헙하다

융통성이 있고 대범하다

헤실바실

모르는 사이에 그럭저럭 없어지는 모양

화수분

재물이 자꾸 생겨 아무리 써도 줄지 않음

회목

손목이나 발목의 잘록한 부분

흐리마리

거취가 분명하지 아니한 모양

흐벅지다

많고 탐스러우며 부드럽다

희떱다

속은 텅텅 비어 있어도 겉으로는 호화롭다

희붐하다

새벽의 밝은 빛이 조금 희다

<--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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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남 2011-07-2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신 자료 잘 보고 갑니다.
 

(2003년 12월 마지막주)이번 주의 책.

손석춘의 '아름다운 집'

존경하는 현직 언론인 손석춘이 쓴 소설, 아름다운 집을  펼쳤다.
손석춘씨가 안동에서 대중강연을 한 적이 있어서 그의 서명까지 받아둔 터였으나, 한 50여 페이지를 읽다 바쁘다는 핑계로 중도에 덮어버렸다.

그 책을 다시 펼쳤다.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1970년대 편을 지난주에 다 일고, 80년대편 1권을 꺼냈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우리 현대사를 꿰뚫을 수 있는 책이다. 평화시장에서 궁정동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70년대편을 보니, 박정희 향수가 왜 잘 못되었는지 확실히 반박할 수 있을듯하다. 이번주엔 80년대 1권을 읽을 예정이다. 내친김에 4권까지 욕심을 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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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일로 아침 7시에 나왔다. 장날을 택해 국민의힘 안동식구들과 '뉴스포럼' 을 배포하기 위해서다. 정치신인 발굴 릴레이에 이번엔 열린우리당 안동지구당 경선 후보로 나가는 모 후보가 실렸다.

겨울 날씨 치고, 그리 춥지는 않다. 겨울장인데도, 북문시장에는 면단위 시골에서 고추 팔러 나오신 할아버지, 할머니, 아줌마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거래를 하고 있었다. 뺑끼통 모닥불을 쬐는 사람들도 보인다. 싸구려 옷들을 펼치기 시작하는 아저씨, 고사리며 도라지 등 산나물 팔러나오신 할머님.

신문을 돌리면서 농민들을 대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제 국회 외통위 상임위에서 한칠레 FTA가 통과돼서, 이제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FTA 와 관련해서는 농촌 출신 의원들과 도시출신 의원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개혁성향의 의원들조차 FTA 문제에서는  자신의 표를 의식해 FTA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정부의 FTA 특별법, 농촌살리기 4대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마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 지금까지 농민정책들을 들여다보면 농촌지원이 농민지원이 아니라, 농민들의 현실을 더 어렵게 만드는 지원이었다. 이번 108조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되지만,  이제까지의 농민정책과 크게 다르지않다. 

농민, 서민을 외면하는 정치인들... 서민들에게 그런 정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현실이 암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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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역사의 재발굴, 영화 실미도를 보고


 

 

 

 


1971년 8월 23일 실미도 사건

오픈백과사전 분류 : 역사, 인물 > 우리나라 역사 > 근현대사
백과사전 참조 : 박정희, 북한

71년 8월 23일 서울이 발칵 뒤집힌다. 군복을 입은 신원을 알수 없는 24명의 무장요원이 인천에서 버스를 탈취해 서울로 진입한 것이다. 공비침투라는 군당국의 발표를 들은 시민들은 한바탕 전쟁의 공포에 휘말리게 된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대기중이던 군인과 총격전끝에 청와대로 향하던 이들은 수류탄 자폭으로 끔찍한 최후를 마친다.

그러나 이들은 공비가 아닌 북한 주석궁 침투를 목적으로 비밀리에 지옥훈련을 받은 실미도 특수부대원으로 밝혀진다. 기간병들을 사살하고 청와대로 진입하려던 실미도 특수부대 난동사건은 진실을 밝힐 기회도 없이 역사속에 흔적도 없이 묻혀 버린다.

이들은 누구인가? 무엇때문에 김일성 주석궁을 목표로 하던 총부리를 청와대로 돌렸는가? 실종돼 버린 이사건의 진실은 영원히 밝혀질수 없는 것인가? 실미도 특수부대원으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살아남은 자는 소대장 김방일씨와 경비병 5명등 기간요원 6명뿐이다.

실미도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그들은 왜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하극상을 일으켜야만 했을까? 김방일씨는 훈련요원들의 피비린내 나는 하극상 이후 상황까지 실미도 난동사건 전모를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말한다.

김방일씨를 만나 당시 사건의 전모와 특수부대의 실체에 대해 들어본다. 그는 먼저 희생된 기간요원과 훈련요원들의 명복을 빌었다.

기자는 '이제는 말할수 있다' 라는 MBC의 방송을 보고 이사건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서 특수부대 소대장으로 마지막까지 남아있다 살아남은 김방일씨를 만나보았다. 실미도에 대해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김방일씨는 왜 지금까지 입을 다물었을까?

"너무 가슴에 한이 맺혔습니다. 이사건을 가슴에 묻고 죽을때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더이상 사건이 왜곡되는 것을 이대로 두고 볼수가 없어서 이제는 밝혀야 할때가 되었다고 결심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기자를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했다. 기자는 김방일씨를 만나 역사속에 묻혀버린 이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그를 잘아는 친구를 통해서 설득하였다. 그러나 그는 좀체로 입을 열지 않았다. 이사건을 알리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3개월간의 집요한 설득끝에 그의 허락을 얻어냈다. 그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회한이 북받쳐 오르는 듯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북파목적으로 창설되었다는 실미도 특수부대. 정식 명칭은 2325 전대 209 파견대였다. 68년 4월에 창설되었다고 해서 '684부대' 라고 불렀다. 특수부대 창설은 68년 김신조가 이끄는 북한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서울에 침투했던 1·21사태에서 비롯된다. 침투한 공비 31명중 29명이 사살된다. 한명은 자폭하고 김신조는 생포된다.

청와대를 노린 무장공비 침투에 분노한 박정희가 그 보복 조치로 실미도 부대를 만들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며 부대 인원도 김신조 특공대와 똑같은 31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훈련요원과 동일한 수의 기간요원들이 있었다.

모든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대장과 직접 교육병들을 담당하고 같이 행동하는 소대장, 통신병, 의무병, 보급병 등이 있었다.

실미도 특수부대는 당시 권력실세였던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대북 공작책 제1국장 이철희에 의해 만들어졌고 부대관리와 훈련은 공군이 맡았다. 그들은 혹독한 지옥훈련 3개월만에 북한 주석궁을 침투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실력을 갖춘다. 그러나 실미도 특수부대가 창설된지 3년 4개월만에 하극상, 청와대행, 자폭과 함께 훈련원 31명은 모두 죽게 된다. 그리고 이사건은 이데올로기 시대 한반도 역사의 씻을수 없는 오욕으로 남아있다. 30년전 실미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71년 8월23일 난동 당시 총알을 피해 살아남은 기간요원은 모두 6명. 변소간에 숨어있거나 매트리스에 몸을 숨겨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실미도 최고 실무책임자인 소대장으로는 유일하게 현장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김방일씨는 당시상황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

"끔찍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다 해도 이보다 더 처참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훈련병들에 의해 피살된 기간요원들의 시신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고 머리가 으깨져 뇌수가 방안 천장과 벽에 흩어져 있는 현장을 보는 순간 차라리 내가 먼저 죽었으면 싶었습니다"

그들은 왜 기간요원들에게 총부리를 겨누었을까?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누가 그들을 박정희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며 청와대로 향하게 했는가?

"만들어만 놓고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지옥같은 훈련을 3년이상이나 받으면서 이대로 방치하면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실미도는 인천에서 남서쪽 직선 거리로 20 km 떨어진 해발 80m, 2제곱 km의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이다. 중앙정보부가 당시 북파 특수부대를 훈련시킬 최적의 장소로 이곳을 지적했다.

그들은 3년4개월동안 체포되면 죽는다는 교육을 하루에도 몇번씩 받았다. 조국 통일을 위해서는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북한 침투훈련을 위해 위성사진을 본따 북한 지형의 모형을 만들어 훈련했다. 독도법 호신술 산악훈련 폭파기술 등을 배웠다. 기간요원과 훈련병 모두 처음에는 사기가 하늘을 찌를듯 했다. 국가를 위해 충성하고 임무를 완수하면 새로운 인생을 살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김신조부대를 능가해야 한다는 각오로 산악구보를 하더라도 그들보다 1초라도 더 빨리 달렸다. 훈련중에 동료 7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실미도 특수부대원들의 기량은 최고에 달했다. 목숨을 건 훈련 3개월만에 목표물이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더라도 그들의 사격실력은 백발 백중이었다.

훈련요원과 기간요원이 함께 먹고 자면서 똑같이 생활했다. 당초에 약속했던 3개월이 지나면서 상부로부터 보급과 지원이 줄어들었고 실미도의 문제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전명령만 눈이 빠지게 기다리며 참아온 석달. 그러나 예정되었던 68년 8월에 북한침투 명령이 떨어졌다가 전격 취소되고 만다. 그이후 지옥같은 훈련을 3년이나 견디어 내면서 작전 명령을 기다려 왔지만 그들에게 단한번도 북파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는 마침내 실미도 난동사건으로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당시 실미도 밖의 상황은 남북 화해분위기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중앙정보부장은 684 부대를 만든 장본인 김형욱에서 이후락으로 바뀌고 실미도 처리문제는 계속 미루어진다. 국제 데탕트의 영향을 받아 남북한 역시 대화노선으로 나간다. 이후락은 마침내 평화통일안을 천명하고 남북회담으로 이어진다. 북한 침투를 목적으로 창설한 실미도 특수부대의 존재가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누구도 선뜻 나서는 사람없이 버려진 684부대. 마침내 끔찍한 최후의 날이 다가온다. 1971년 8월23일 새벽 6시. 탈출을 위한 훈련병들의 행동개시와 함께 실미도는 삽시간에 피비린내나는 살육의 현장으로 바뀐다. 특수훈련을 받은 훈련병들이 일당백의 기량으로 기간병을 습격한다. 24명의 기간요원중 교육대장이던 준위등 12명이 사살되고 6명은 바다로 피하려다 익사하였다.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경비병 5명과 김방일 소대장등 모두 6명.

기간병이었던 김태수씨는 화장실 밑으로 들어가 목숨을 건졌다. 이틀전에 화장실 청소를 했기 때문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황석종씨는 매트리스 속에 들어가 오른팔로 머리 모양을 해서 살았다. 훈련병들은 그가 위장한 팔을 머리로 알고 명중시키는 바람에 생명을 건졌다.

그리고 훈련병들은 인근섬 무의도에 들어가 배를 타고 낮 12시 30분경 3년 4개월간 갇혀 있던 실미도를 빠져 나와 인천 독배부리 해안에 상륙한다. 12시 53분 송도외곽에서 탈취한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연락을 받고 대기중이던 육군 24명과 총격전을 벌인다. 그들이 타고가던 버스의 바퀴가 펑크나자 마주오던 버스를 탈취해 서울로 향한다.

오후 2시 15분경 운전기사가 탈출하자 실미도 훈련병이 직접 차를 몬다. 대방동 로터리 유한양행앞에서 그들이 몰던 버스가 가로수에 받혀 멈춘다. 그리고는 수류탄 자폭으로 최후를 맞는다. 생존자 4명에게는 사형이 집행되고 이사건은 철저하게 은폐되어 영원한 미궁에 빠지게 된다. 사건발생 3일후 당시 국방장관이 전격 사표를 냄으로써 이사건은 의문을 가질 기회도 없이 종결된다.

만들어만 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3년 4개월이나 버려진 실미도 특수부대. 결국 그들이 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전적으로 국가에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출 처 : [기타] 인터넷 : http://cafe.daum.net/big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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