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두를 리더로 만든 CEO 군수, 김흥식 리더십
김흥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CEO 출신의 군수가 일냈다. 일개 군에 지나지 않던 장성군을 일약 명품 도시로 탈바꿈시킨 능력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연구개발 분야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인적자원에 대해 남다른 사고를 갖고 있었다.
사람이 변하면 조직 또한 변한다는 평소 신념을 바탕으로 그는 1995년 처음 취임하자마자 무형자산의 투자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국적인 규모로 보나 부존 자원으로 보나 다른 도시에 턱없이 뒤지는 장성군의 앞날을 구상하던 그에게 그런 열악한 현실은 도리어 그가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있는 것을 보다 낫게 바꾸는 수준에서 탈피해 전혀 새로운 미래 구상에 헌신했던 것.
그는 당시로선 엄두가 나지 않던 해외배낭여행을 적극 권장하여 공직사회에 유연한 사고의 바람을 일으켰고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교육투자에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군민들의 과거지향적인 현실인식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활력과 기대로 꿈틀거리는 장성군의 변모는 타 자치단체에 모범적인 사례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장성군의 예는 리더의 비전 제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뚜렷이 보여 주었다. 조직 내에서 리더가 차지하는 비중은 눈에 보이는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수치화 할 수 없는 리더의 자질 중에 추종자들의 리더에 대한 무한 신뢰와 기꺼운 동조는 리더가 목표로 하는 비전에 충실한 조직으로 탈바꿈시켜 왔으며 자주 조직에 놀랄만한 성과를 가져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장성군이 보여준 혁혁한 성과는 신뢰받는 리더와 믿음 주는 추종자가 일궈낸 값진 성과라는 데 이견을 달 수 없을 것이다.
리더와 추종자의 신뢰관계는 군소 조직에 한정하지 않는다. 장성군의 두드러진 점은 그런 관계가 장성군 전체에 걸쳐 이뤄졌다는 데 있다. 시민 의식이 바뀌자 장성군은 장성군의 미래에 대해 꿈꾸기 시작했고 홍길동을 비롯한 각종 숨은 자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다양한 시책이 그들의 머리 속에서 샘물처럼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런 결과로 시민 전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장성군의 현재 모습을 역동적으로 바꿔놓았다. 현재는 미래를 예측하는 훌륭한 도구다. 따라서 지금의 장성군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중간 기착지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수년 동안,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국가적으로 또는 자치단체별로 다양한 국책사업과 시책사업을 발굴하고 시행하는 데 여념이 없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국책·시책 사업을 벌이는 데 앞서 살펴야 할 것이 있다. 추종자, 곧 국민과 시민들이 합의하고 참여하는 이상에 대해 고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리더가 깃발을 들고 앞서 나갈 때가 있고 많은 경우 그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전위의식은 자칫 추종자들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역기능을 하기도 한다.
보폭을 맞춰 함께 걷는 이상이 때론 불편하고 더딜 수 있다는 점을 불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비록 조금 더디 가더라도 사람 생각하는 유연성이 발휘된다면 굳이 치르지 않아도 될 각종 저항을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에서다. 과거 정권의 엇박자(원인, 아마추어리즘)와 현정권의 지나친 과단성(예, 쇠고기 파동)에서 비롯한 민감한 사회적 문제들은 보는 이의 시각차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대부분 서둘러 성과를 내고자 하는 과욕이 앞선 결과라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장성군의 예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기반시설은 건물이나 도로 등 물리적인 수준에 한정하지 않는다. 시민의식이 성숙해지도록 물을 주는 일에서부터 좌절된 현실의식을 미래 지향적으로 바꿔내는 데 이르기까지 그 안에 형성된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중히 가꾸는 것 모두 사회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성군이 어떤 일에 앞서 교육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 누구나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분투하는 시대에,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부산물을 너무도 많이 쏟아내는 현실에서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는 장성군의 모습은 많은 부분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미래가치와 비전에 관심을 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 볼 일이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