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패커의 플라워 코스 - 쉽고 아름다운 플라워 디자인 테크닉
제인 패커 지음, 나선숙 옮김 / 시공사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꽃꽂이를 배우고 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웬 꽃?, 하면서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다. 나랑은 너무 안 어울린다고 하면서.

그런데 나는 재미있다. 꽃꽂이를 배우는 2~3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린다. 그 시간에는 아무런 잡념도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 시간에 내 머릿속은 온통 꽃 생각 뿐이다. 어떻게 꽂아야 더 예쁠까. 길이는 어느 만큼 잘라야 할까. 이 꽃과 저 꽃의 간격은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할까. 이 꽃 옆에는 어떤 꽃을 꽂을까 등등. 꽃을 보고 있을 때면 정말 몰입이 뭔지, 혼연일체가 뭔지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 시간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내가 만든 예쁜 꽃다발을 집에 가지고 와 보고 있노라면 나까지 예뻐지는 기분이다. 기분이 화사해지고, 짓눌려 있던 마음이 새록 새록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 전환감이란, 생각만 해도 신기하다.

그래서 사무실에도 작은 병에 꽃을 꽂기 시작했다. 작은 병이라 많은 꽃을 꼽지는 못하고 장미 한 두 송이, 카네이션 반 단, 이 정도다. 내 서재 대문에 실어놓은 사진도 사무실에 꽂아 놓았던 카네이션 사진이다. 일주일에 3~4천원 되는 적은 돈이면 일주일 내내 화사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침마다 꽃병에 물을 갈아주고, 줄기를 조금씩 잘라 꽃이 오래오래 시들지 않도록 돌보는 소소한 일들이 우울한 출근 시간을 환하게 바꿔준다. 예전 같았으면 되게 귀찮아 했을 일들인데, 이상한 일이다. 내가 이렇게 아기자기한 면이 있었나? 후훗.

오늘은 목요일. 금요일마다 배우러 가는 꽃꽂이 시간이 너무 기다려진다. 취미로 하기에는 수업료가 너무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 배울 생각이다. 일주일 내내 무언가가 계속 기다려지고, 그 시간 동안 모든 골치 아픈 일들을 잊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선물이다.
내일 또 나는 꽃을 배우러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은 없다 - 쇼펜하우어, 인생론 에세이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이동진 옮김 / 해누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다가오는 구절에는 밑줄을 긋는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밑줄을 그은 구절들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본다.

 

이번 책에서는, 어쩐 일인지 사랑에 관한 문장들 보다는 다른 내용에 더 많이 밑줄이 그어졌다. 자존심이라든지, 돈이라든지, 친구라든지, 자살이라든지, 이기주의라든지.

 

"나는 돈벌이를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었고 남보다 시간이 많아서 아주 오랫동안 철학 연구와 명상으로 보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모든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학문 연구에 몰두하고 사색하고 글을 쓸 수 있었다. 그것은 모두 아버지의 덕택이었다."

 

"어느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넌 이기주의자야!, 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재산은 고생과 구입을 면하게 해주고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모든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자신에 대한 제3자의 판단이란 아주 불확실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제3자가 돌대가리인 경우가 있고 어떤 일에 깊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큰 오해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경우 사고 방식이 천박하고 무가치한 사람일 수 있고 소견이 좁고 생각이 빈약한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쓴 구절이 깊이 와 닿는다. 타인의 평가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정도의 당당함, 자신감, 뻔뻔함.

 

요즘은 한참 자신감에 관해 생각 중이다.

 

어떤 이는 나에게 자신감이 넘친다, 라고 말을 했다. 반면 어떤 이는 나에게 자존감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후자는 자신감과 자존감은 별개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자존감은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지위를 갖고 있든 나 이외의 어떤 요소와 관계없이, 내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이라고 했다. 내가 '능력이 많았다면 난 이런 대접을 받지 않았을 거에요.'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는 내가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나의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혼란스러웠다. 요즘은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것은 과거와 비교해서이지 그렇게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평가해 온 나다. 그런데 자신감과 자존감은 다른 개념이고,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니...

 

자신감과 자존감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워 인터넷으로 의미를 찾아 보았다.

 

자신감: 자신이 있다는 느낌.

자존감: 자존감은 뜻은 나오지 않고 대신 자존의 의미가 나왔다. 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킴. 자기를 높여 잘난 체함.

 

무슨 소린이 명확히 다가오지 않아 영어를 찾아 보았다. self-regard.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그 후자의 설명에 따르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연봉 수준, 직업 만족도, 사회적 위치 등에 관계없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행복해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주변 환경이나 직업으로부터의 만족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니냐, 환경적 요소와 삶에 대한 만족도를 어찌 분리하느냐, 고 반문했다. 그는 물론 환경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동일한 조건에서도 행복해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자신감이든 자존감이든 나는 그 무엇이 결핍돼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나는 현재의 내 상황이 불만족스럽고, 다른 삶을 꿈꾸고 그럴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의 불만이 내 주변상황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니, 조금은 혼란스럽다.

 

낮은 자존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 원인을 찾아내고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마련하는 게 미래의 행복을 위한 나만의 숙제일 게다. 조금은 낯설고, 꽤 어렵고, 어느 정도는 황당하기도 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오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참 예쁘다.' 만족하며 웃을 수 있다는데. 그러고 보니 요즘 거울 속 내 얼굴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은 작가의 얼굴을 닮는다. 작가가 순진한 얼굴이면 글도 순수한 소녀의 모습을 하게 된다. 작가의 얼굴에 음습한 먹구름이 끼어 있다면 그의 글 역시, 우울하고 음산해 진다. 실제의 예를 살펴보면, 얼마 전 영면한 고 박완서 작가의 글과, 검은 혀를 빼물고 요절했던 기형도 시인의 글 사이의 차이 정도 되겠다.


김승옥의 글은 고 박완서 선생님 쪽이라기 보다는 기형도 시인 쪽에 가깝다. 약간은 우울하기도 하고 체념한 듯 하지만, 시니컬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 날카로움. 그의 글을 읽다보면 현실에 대한 냉소를 마음껏 내뱉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고독한, 쓸쓸한 사나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글은 공지영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남성성을 갖고 있고, 신경숙이 모방할 수 없는 건조함을 뼛속 깊이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 글은 작가의 얼굴을, 작가의 성격을 고스란히 빼닯는다.


내 글은 어떨까? 남들에게 글을 보여주지 않았으니, 타인의 평가는 잘 모르겠고. 내가 바라는 나의 글은, 음... 박완서 보다는 기형도 쪽이었으면 좋겠다. 어둡고 우울하고, 자신만의 세계가 있고, 쓸쓸하고 건조한. 왠지 담배 한 개비와 소주 한 잔이 어울릴 것 같은 그런 글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공지영 작가나 정이현 작가가 기형도 시인의 글을 쓸 수 없듯이, 나도 김승옥 분위기의 글을 쓸 수는 없을 게다. 글을 만드는 내 성격은 그들의 것과는 사뭇 다르니까.


그래도 김승옥의 글 중 닮고 싶은 게 있다면, 솔직함과 적나라함. 자신의 시선과 판단을 가감 없이 내뱉어 버리는 당당함. 내 글이 김승옥의 뻔뻔함은 닮았으면 한다.


요즘 심리 코칭을 받고 있다. 심리 상담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코칭'이라 함은 상담이나 컨설팅, 심리 치료에 미치는 것은 아니고, 그 전 단계 수준의 전문가가 조언을 해주는 정도의 컨설팅이라고 한다. 마치, 의사는 아니고 헬스 트레이너가 건강을 위해 옆에서 도움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내 코칭의 주제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거다. '연극을 하고 싶다.'라는 말은 대학로나 충무로 같은 무대에서 연극 배우를 하고 싶다는 말이 아니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가면을 쓴 채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뜻이다. 좋고 싫음이 얼굴에 명확히 드러나는 편이라 사회생활을 하는데 내 카드는 남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주는 때가 많다. 그리고 싫어하는 상사에게 이를 감추고 어느 정도는 그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데 난 발끈, 울컥, 하느라 그런 연극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 코치의 주제를 '연극'으로 잡았다.


타고난 성격이 몇 번 코칭을 받는다고 변하지는 않을 게다. 그 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력을 하는 건, 그래도 이렇게 해서라도 내 표정을 감추고 싶어서다. 그리고 한 회, 한 회, 코칭을 거듭할수록 느끼는 것은 오히려 솔직하게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더 강렬해 진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고 코믹하게도 말이다. 허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현실에서는 솔직해지기가 매우, 무척 어려우니, 내 글은, 내 글만은 솔직하고 과감하고 사정없이 적나라했으면 한다. 제대로 시니컬하고 더 이상은 불가능할 정도로 냉소적이게.



전생에, 난 무식한 싸움닭, 아니면 고집있는 전투사, 뭐 이런 거였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 신춘문예 당선소설집
백수린 외 지음 / 한국소설가협회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읽는 동안의 딱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려운 마음이란.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 우울하지는 않고 다만 방 안 가득찬 고요함 때문에 마음까지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하고... 이도 저도 아니다, 난 그냥 책을 읽고 있어서 마음이 차분해 진 거지 우울한 기분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렇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참 난해했다, 내 기분, 내 마음을 해석하기가. 소설 내용이라든지, 작가의 필체라든지, 뭐, 이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타인의 합격수기나 당선 소감을 읽는 것은 우울까지는 아니더라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사촌이 땅을 사면 괜히 배가 아프다더니,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소설을 합격수기로 치환시켜 시샘을 내는 내가 참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튼 그랬다는 거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발표나는 날이면 법대 곳곳에 합격자 명단이 붙곤 했다. 그것도 아주 눈에 잘 띄는 곳곳에. 엘리베이터 옆, 도서관 앞, 과 사무실 옆 등등.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 없는 그런 곳들에 말이다. 그런 날 법대의 공기란, 그야말로 해석 불가다. 시험에 붙은 자나 떨어진 자나, 시험을 본 자나 보지 않은 자나. 우리는 서로의 눈길을 피했고, 섣불리 서로서로 말을 섞지 않았다. 누구는 엄마에게 울면서 전화를 하기도 하고, 누구는 도서관에서 냅다 뛰쳐 나가기도 했다.

그 공기에 파묻혀 있을 수밖에 없던 그 때. 순간적으로 이 종이 쪼가리에 이름 하나 올리기가 그렇게 힘든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종이 쪼가리에 내 이름을 올리고 싶었다. 그래서 볼펜을 꺼내 종이에 내 이름을 적어볼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금새 생각을 접었다. 나 혼자 적는 내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아무 것도 아닌 종이 쪼가리에 이름을 올리는 일에 누구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의기양양 하기도 하고, 누구는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진 패배감을 맛보기도 한다.

합격자 명단 앞에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인들을 부러워하면서, 그러면서도 용기를 잃지 말자 다짐하면서, 나는 이제 영영 이런 기회는 갖지 못할 거라며 내내 풀이 죽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센 척하기도 하고. 그 때 그 순간의 난해하면서도 애매모호한 공기의 분위기며 냄새며 밀도.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아직도 내 기억에 또렷이 박혀있는 그런 숨막힘들.

그래서 뭐, 어떤 종류건 어떤 시험이건, 합격자 명단, 합격자 수기, 이딴 건 웬만하면 내 인생에서 피하고 싶다. 그 뒤로 모든 시험에 다 실패한 건 아니지만, 나도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려 기뻐했던 적도 있었지만, 암튼 그런 어려운 분위기는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신춘문예 소설과 그들의 당선수기를 읽는 내내 까닭 모를 힘겨움이 나를 짓눌렀다. 원인도 모를 서러움 같은 거.

한국사회의 진입장벽이 높네, 지나치게 경쟁위주로 가네, 이런 골치 아픈 말은 접어두겠다. 그냥, 앞으로는 그렇게까지 힘든 일은 피하고, 뭐든 그렇게까지 소망하지 말아야겠다.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럽게, 그저 그렇게 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엔딩 장면이 마음에 든다. 라희는 회사를 때려치고, 정확히는 회사에서 짤리고 오후 3시 훤한 대낮에 집에 돌아와 잠을 쳐잔다. 눈꺼풀 사이로 밀려드는 햇빛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바람직하다. 우리는 모두 회사를 때려쳐야 한다. 너무 극단적인가? ㅋㅋ. 뭐 어때. 말이라도 그렇게 해보는 거지!

 청년백수 백만 시대, 취엄만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아버리고 싶지만, 사실 영혼 정도는 아껴두는 게 좋다. 왜냐, 취업을 하고 나면 새로 또 구해서라도 팔아야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영혼을 팔아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생활에서 나는 더 이상 팔 영혼이 없어, 그리고 영혼을 팔고 싶지도 않아, 나의 사회생활은 언제나 고달프다. 

 그래, 열정 따위는 사회생활에서 생각도 하지 말자. 회사에서는 내 열정을 무슨 싸구려 놋쇠 반지처럼 하찮게 취급하니 말이다. 그따위 놋쇠반지는 시장에 얼마든지 널려있다고 생각하는 게 상사와 경영진의 입장이니 말이다.

 그래, 그럼 오로지 나만 애지중지하는 내 열정을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써보자. 아니,  가치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나 좋은 일에 한 번 써보자.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행복해지는 일에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놈의 열정이 잘 나타나지도 않고, 나타난다 하더라도 수이 사그러든다는 점이다. 미친 듯이 무언가에 몰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이 세상에 그렇게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미친 듯이 무언가에 매달리지 않아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  

 그래, 문제는 모든 일에 시들시들한 나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무섭게 몰아쳐 보려고 한다. 이 다짐이 또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암튼 나의 에너지와 나의 열정과 나의 재능을, 고마운 줄 모르고 우습게 여기는 회사에 더 이상은 조금도 쓰고 싶지 않다. 내 열정이 필요없다면 나도 그만 신경 끄겠다.  

 싸구려 반지 취급을 받게 미안하다, 내 열정아. 이제는 다이아반지보다 더 소중하게 너를 평가할 수 있는 곳에 너를 사용하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