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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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가지 갖고 싶은 게 있는데, 상상력이다. 누가 나에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슬프지만 그 대답은 당연히 NO! 정말 슬픈 일이다. 울고 싶을 만큼. 


 난 원래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었나? 별로 그렇지도 않은데 상상력은 꽝! 할아버지의 00주기 추모의 날에 맞춰 시간이 되돌아 가고 과거와 현재가 서로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고 편지를 보냈던 사람들이 서로 이리 저리 얽히고 설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엄청난 스토리! 


 읽으면서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데 쓴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이런 상상력이 내게 주어진다면. 시간이 열리고 하늘이 열리고 과거의 문을 열 수 있는 엉뚱한 생각들이 마구마구 샘솟는다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런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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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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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장 친한 친구를 셋만 꼽으라면 바퀴, 유셩, 오지렁. 


 바퀴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지 9년? 10년차? 대학병원에서 드센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그리고 재수없는 의사들의 무시 속에서 오랜 시간 일하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 순하고 부드러운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지금은 까칠함과 짜증으로 온통 뒤범벅 돼 있는 얼떨떨한 내 친구. 하하, 이렇게 소개했다고 또 화를 내려나? 워워, 그래도 내가 가장 힘들 때 내 옆에서 같이 울어주고 욕해주고 도닥여 줬던, 그 누구와도 바꾸지 않을 내 베스트 프렌드다. 요즘 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나는 무어 도움도 하나 되지 않고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세파에 이리 저리 치여도 꿋꿋하게 자기 일 열심히 해내는 책임감 있는 내 친구. 


 유셩도 책임감이라면 빼놓을 수 없다. 집안의 장녀로서 온갖 힘든 일을 꿋꿋히 버텨내고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척척척 해결하고 아내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도 백 점, 자아 실현도 완벽하게 해 나가는 능력자 중에 능력자다. 누구보다도 세상을 열심히 억척스럽게 잘 살아내 준 자랑스러운 내 친구다. 힘들면 좀 주저앉거나 징징거릴 수도 있는데 절대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도 독하게 공부해서 단 1년 만에 단번에 붙어 버린 그녀다. 역시 조금 까칠한 면이 있긴 하지만 하하, 까칠하지 않으면 내 친구가 아니니까. 그녀 역시 내가 힘들 때, 내가 무언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을 때 옆에서 대신 발 벗고 나서서 마치 자기 일인 양 적극적으로 임해 주었던, 다시 생각해도 또 고맙고 감사한 친구다. 


 오지렁? 하하, 오지렁은 긍정의 아이콘. 어떤 일이든지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조금 울컥 하면서 얼굴이 시뻘개져서 사람들하고 싸울 때도 있지만 언제나 늘 져주고 상대방을 이해해 주는 순둥이 중 순둥이. 그녀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순하게 해야지, 나도 그냥 다른 사람이 하자는 대로 따라 줘야지, 나도 그냥 져주고 말아야지, 하면서 많이 배운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났는데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라니. 서로의 결혼식에서 서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각자 꾹 참았을 만큼 각별한 사이. 가족 중 한 명, 마치 동생을 시집 보내는 것처럼 뿌듯하고 신났던 그녀의 결혼식이 생각난다. 이 아이가 벌써 이렇게 다 자랐나 싶어서 괜히 예전 일이 생각나고 정말 잘 됐다, 축복해 줬던 그녀의 결혼식. 


 얼굴이 항상 빨개져 사람들의 놀림을 받아도 좋은 친구가 있다면 그런 놀림은 아무 것도 아니다. 나를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는 진정한 친구가 있다면 나도 조금 더 자신을 가질 수 있고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어울릴 수 있고 조금 힘들 때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댈 수도 있다. 많이 부족하고 이지러지고 까칠한 내가 이렇게 환하게 세상을 살아내 가고 있는 비결은 바로 내 친구들 덕분이다. 


 내일은 바퀴를 만나는 날. 어짜피 우리들은 또 뻔한 이야기들을 풀어내 놓겠지만, 그래서 우리는 또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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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하우스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토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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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우선 엄마와 아빠가 서로 사랑을 나눠야 하고 그 사랑의 시기도 적절해야 하고 타이밍이 완벽했다고 해도 임신이 될 확률은 20~3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임신이 된다 하더라도 그 중 70%는 엄마가 임신 사실을 알기도 전에 저절로 자연 유산이 된다고 한다. 건강하지 않거나 조금 이상이 있는 경우 저절로 유산이 된다니. 요즘 임신을 위해 노력하는 친구가 알려준 정보다. 설명의 확률에 따르면 정말 임신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임신을 한 후에도 엄마의 고통은 얼마나 큰지. 우선 입덧. 하루 종일 속이 미슥거리고 먹으면 토하고 안 먹어도 울렁거리고 조금 많이 먹어도 올라오고 적게 먹으면 금방 배가 고프고 입맛은 하나도 없는데 배는 고파서 무언가를 계속 먹어야 하고 먹고 바로 걸어도 울렁거리고 차를 타도 울렁거리니, 이것 참. 임신 초기에는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해서 운동도 못하고 산책도 30분 이상 하면 안 되고 장거리 여행을 가지도 못하고 등산도 못하고 수영장도 못가고 바다에도 못 가고 회사에 나가자니 그것도 힘들고 하루 종일 집에 있자니 그것도 좀이 쑤시고.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일 게다. 


 그렇게 열 달을 고이고이 길러 출산을 할 때의 고통은 얼마나 클지. 아직 출산의 경험이 없어 얼마나 아플지 감히 상상을 할 수도 없다.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뿐.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 친구지만 그들이 다시 보이고 위대해 보이기까지 하다. 우리 엄마도, 아니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은 살이 찢어지고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아픔을 참아가면서 나를, 내 친구를,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탄생시켰겠지. 새삼 감사하고 감사하다. 


 책에는 임신에서부터 출산까지의 다양한 모습들이 나온다. 유산한 사람, 상상 임신한 사람, 편안하게 출산을 기대하는 사람, 임신을 알고 슬퍼하는 사람 등등. 어떤 생명이든 그 생명은 소중하고 존귀한 것인데. 버려진 아기들도 나오고, 그 상처로 힘들어 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내 아기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그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엄마가 된다면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아프지 않게 상처받지 않게 힘들지 않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할 텐데. 잘 할 수 있을지, 나 하나도 건사 제대로 못하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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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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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원동에서 살았다는 그 인연으로 단숨에 책을 집어 들었다. 사람이란 때론, 이렇게나 단순하다. 책 한 권을 사려면 작가 소개, 책 소개, 서평 등등을 요리조리 따져봐야 하는데 가끔은 이렇게 내가 살았던 동네 이름이 제목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책을 구입하기도 한다. 하하, 그래서 사람인가? 계획적이고 분석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언제든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무턱대고 일을 저지를 수 있으니. 그래서 로보트나 컴퓨터가 아닌 사람인가 보다. 하하, 책 한 권 냅다 지른 것에 대해 너무 거대한 의미를 부여했나? 뭐 과장하고 과대 해석하고 너무너무 사소한 것을 인류 역사의 한 획이라도 되는 양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도 역시 인간이니 가능한 것 아닐까. 


 앞서 사람이니 뭐니 주절이 주절이 떠들어 댔는데, 이 책이야 말로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책이다. 그것도 소녀들의 향긋한 향기가 아닌, 홀아비들의 쿠린내. 엄청 엄청 마구마구 난다. 책을 읽기만 했는데도 코에 홀아비 냄새가 홀딱 배어버린 느낌이었다. 하하. 그래도 싫지 않았다. 힘들고 지칠만 한 상황인데도 주인공들은 술 한 잔으로 모든 시름을 훨훨 털어낼 줄 알았다. 가끔은 서로 아무렇지 않은 듯 툭, 툭 어깨를 쳐주며 위로할 줄 알았고 그러다가도 별 일 아닌 일에 삐져서 며칠 동안이나 말을 하지 않기도 했다. 징글징글하게 서로가 지겹다가도 눈에 안 보이면 괜히 걱정되고 궁금해지는 완벽하게 비틀거리는 인간 냄새 풍기는 사람들. 오랜만에 사나이들의 우정과 고민과 시름과 희망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더더구나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모두 해피 엔딩이었기 때문. 애인을 만났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게 됐고 기러기 아빠는 가족들을 다시 한국으로 불러모아 음식점도 열면서 다시 제2이 인생을 찾았다. 이런 훈훈한 결말이라니. 흐흐흐. 모두들 다시 새 힘을 얻고 새로운 휘파람을 불게 되어 괜히 앞으로 내 일도 잘 될 것만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었다. 음, 누군가는 너무 대책없는 해피엔딩이 아니냐 비판할 수도 있다. 현실 세계는 그리 녹록치 않다며,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재기하지 못한 '루저'들이 널리고 널렸다며. 그 중 다시 새 발판을 마련해 새출발을 시작하는 '루저'는 열에 하나가 될까 말까 하다고. 


 그러나 뭐 어떠냐. 소설은 소설인데. 현실이 팍팍하다고, 루저에서 벗어날 확률은 십분의 일 밖에 안 된다고 해서 소설도 똑같이 징징거려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역시 소설은 해피 엔딩이 제맛인걸! 


 두 번이나 책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 발냄새 폴폴나는 이들의 하루하루가 궁금하고 정겨워서. 이렇게 살면 퍽퍽한 삶도, 살만 하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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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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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일본소설은 잘 읽지 않는데 요즘은 일부러 일본 소설들만 골라 읽고 있다. 음, 뭐랄까. 일본 소설은 지나치게 간지러운 느낌이랄까. 부끄러움 많은 소녀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소곤소곤 속삭이는 것 같아 뭐라고? 더 크게 말해봐! 라고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귀를 바짝 대고 있느라 기운이 너무 많이 빠지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열심히 들었는데 별 이야기 아닌 것 같아 또 한 번 맥이 풀리는 것 같아 예전부터 일본 소설과는 멀찌감치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 요즘은 저런 조용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이야기들이 필요해 이것저것 일본 작가들을 탐방하고 있는 중이다. 음... 몇 권 읽어본 결과, 그냥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읽기는 좋은데 역시 몇 권 연달아 읽으니 시종일관 조용히 재잘거리는 분위기가 조금 질린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 죽이기는 좋은데 말이다. 어쨋든 일본 작가들 중 제일 눈에 많이 띈 작가는 오가와 이토. 주로 음식을 소재로 해 따뜻하고 잔잔한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7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것인데 저마다 사연이 얽혀있는 음식이 등장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드시고 싶어하는 팥빙수, 10년 연인과 헤어지면서 먹은 마지막 식사, 아버지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기리탄포, 시집가는 딸이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끓여드리는 된장국 등. 그 음식에는 어떤 사람의 추억, 사랑, 그리움, 슬픔, 눈물, 애정 등이 깃들여 있다. 


 내게 그런 음식이 있나? 


 별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이것저것 생각해 보니 꽤 여러가지 메뉴가 생각난다. 된장찌개, 쫄면, 카스테라, 떡국, 삼계탕, 김치볶음밥, 멸치볶음, 콩장, 유부초밥, 짜장밥, 감자튀김 등등등. 꽤 많구나. 


 그 중에서도 제일 제일 강렬한 음식은 고기!!! 


 우리집 식구들은 고기를 무척 좋아한다. 나는 우리집 사람들에 비하면 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울 아빠랑 내 동생은 주기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으면 몸이 막 아플 정도니까. 나는 고기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음... 몇 주 동안 고기를 못 먹으면 막 고기가 먹고 싶다. 이리 저리 따져보면 햄버거도 먹고 찜닭도 먹고 보쌈도 먹고 하니 요즘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들에 비해 고기를 너무 자주 먹는다고 의사들이 경고하기도 하는데 내가 말하는 고기는  단백질 성분의 모든 고기가 아니고 불에 구워먹는 고기를 의미한다. 


 한국 사람들은 삼겹살이나 그 밖의 고기를 구워 먹기를 참 잘하는데 우리집도 고기를 잘 구워먹는다. 삼겹살, 목살, 안심, 등심, 채끝살 등등 구워 먹을 수 있는 고기는 무조건 먹는다. 그런데 그냥 구워먹는 게 아니라 그릴을 준비하고 숯불에 불을 피워 야외에서 구워 먹는다. 이제는 숯불에 구워 먹는 고기에 입맛이 길들여 져서 그냥 후라이팬에 구워 먹는 고기는 맛이 없어 못 먹을 정도다. 아빠가 앞장서서 그릴도 사고 숯도 구입을 다 해 놓으셔서 사위들과 함께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다. 교대로 고기도 굽고 먹기도 하고 쌈을 나르기도 하고 왁자지껄 시끄럽다. 


 우리집 내부에서도 고기를 좀 줄여야 된다, 건강을 생각해야 된다, 이런 저런 문제 제기의 목소리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고기를 구워 먹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날씨도 살펴야 하고 엄마 아빠 스케줄, 내 스케줄, 동생네 스케줄 등 고기를 굽는 날을 정하는 것부터 떠들썩하고 날짜가 정해지면 우리는 매일 매일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모두 둘러앉아 숯에 알맞게 구워진 고기를 먹는 그 맛이란! 


 맛있는 음식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행복한 기억들.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레시피가 아닐까. 


 다음 고기는 언제 먹을지. 아마 아빠가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야 날짜가 정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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