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없다 - 쇼펜하우어, 인생론 에세이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이동진 옮김 / 해누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다가오는 구절에는 밑줄을 긋는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밑줄을 그은 구절들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본다.

 

이번 책에서는, 어쩐 일인지 사랑에 관한 문장들 보다는 다른 내용에 더 많이 밑줄이 그어졌다. 자존심이라든지, 돈이라든지, 친구라든지, 자살이라든지, 이기주의라든지.

 

"나는 돈벌이를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었고 남보다 시간이 많아서 아주 오랫동안 철학 연구와 명상으로 보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모든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학문 연구에 몰두하고 사색하고 글을 쓸 수 있었다. 그것은 모두 아버지의 덕택이었다."

 

"어느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넌 이기주의자야!, 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재산은 고생과 구입을 면하게 해주고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모든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자신에 대한 제3자의 판단이란 아주 불확실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제3자가 돌대가리인 경우가 있고 어떤 일에 깊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큰 오해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경우 사고 방식이 천박하고 무가치한 사람일 수 있고 소견이 좁고 생각이 빈약한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쓴 구절이 깊이 와 닿는다. 타인의 평가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정도의 당당함, 자신감, 뻔뻔함.

 

요즘은 한참 자신감에 관해 생각 중이다.

 

어떤 이는 나에게 자신감이 넘친다, 라고 말을 했다. 반면 어떤 이는 나에게 자존감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후자는 자신감과 자존감은 별개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자존감은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지위를 갖고 있든 나 이외의 어떤 요소와 관계없이, 내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이라고 했다. 내가 '능력이 많았다면 난 이런 대접을 받지 않았을 거에요.'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는 내가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나의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혼란스러웠다. 요즘은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것은 과거와 비교해서이지 그렇게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평가해 온 나다. 그런데 자신감과 자존감은 다른 개념이고,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니...

 

자신감과 자존감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워 인터넷으로 의미를 찾아 보았다.

 

자신감: 자신이 있다는 느낌.

자존감: 자존감은 뜻은 나오지 않고 대신 자존의 의미가 나왔다. 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킴. 자기를 높여 잘난 체함.

 

무슨 소린이 명확히 다가오지 않아 영어를 찾아 보았다. self-regard.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그 후자의 설명에 따르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연봉 수준, 직업 만족도, 사회적 위치 등에 관계없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행복해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주변 환경이나 직업으로부터의 만족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니냐, 환경적 요소와 삶에 대한 만족도를 어찌 분리하느냐, 고 반문했다. 그는 물론 환경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동일한 조건에서도 행복해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자신감이든 자존감이든 나는 그 무엇이 결핍돼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나는 현재의 내 상황이 불만족스럽고, 다른 삶을 꿈꾸고 그럴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의 불만이 내 주변상황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니, 조금은 혼란스럽다.

 

낮은 자존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 원인을 찾아내고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마련하는 게 미래의 행복을 위한 나만의 숙제일 게다. 조금은 낯설고, 꽤 어렵고, 어느 정도는 황당하기도 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오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참 예쁘다.' 만족하며 웃을 수 있다는데. 그러고 보니 요즘 거울 속 내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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