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이런 류의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이런 류의 책이라 함은... 굳이 읽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들, 우리가 알고 있어야만 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을 말한다. 항상 꿈을 꾸어야 하고,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고, 빨리 성공하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하고, 좌절하기 보다는 희망을 가져야 하고, 우리는 너무 젊고 기회가 많으므로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고, 우리 자신은 각각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고... 하는 이런 내용들. 굳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고, 알고 있어야만 하는, 그래서 가끔씩 힘이 빠지고 잘못된 길로 가고 싶을 때 스스로를 다독이고 채찍질 할 수 있는 그런 말들. 이 정도는 혼자서도 생각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이미 나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해 평소에 이런 책은 잘 읽지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 충동적으로 이 책을 구입했다. 회사에서의 이런 저런 골치 아픈 일들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극복이 안 돼 뻔한 책에라도 의지해 보자, 뭐 이런 심정이었다. 뭐, 결과는 대만족이다. 다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고 2011년을 새롭게 구상할 수 있었다.  

 조금은 민망하고 부끄럽다. 뻔한 말들에 의지해야 하는 나의 여린 마음이, 뻔한 말들을 읽고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나는 나의 단순함이, 쉽게 무너지고 쉽게 극복되는 나의 가벼운 의지가, 참으로 민망하면서도 조금은 가엽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참 다행이다 생각되고, 이렇게 단순하고 가벼운 내가 사랑스럽다.  

 청춘.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 내가 잊고 있던 단어다. 나는 지금 청춘을 살고 있는 걸까? 내 청춘은 어디까지일까? 나는 내 청춘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한동안 내 열정과 내 꿈을 잊은 채 하루하루를 허비했다. 아니, 원없이 내 시간들을 낭비했다. 마음껏 잠을 잤고 마음껏 TV를 시청했고, 마음껏 늘어진 상태로, 내 시간을 탕진해 봤다. 그것도 뭐 꽤 괜찮았다. 방바닥을 뒹굴거리면서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안락함과 편암함을 느꼈고, 모든 긴장감으로부터의 해방을 경험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와르르, 무너졌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잊어 버렸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망각했다. 그러다보니 하루하루가 그저 지겨웠고 권태로웠다. 이대로 내 삶이 고정된다는 생각이 나를 덮쳤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계획하고 도전하고 시도해야 삶이 변화되는데 멍하니 방바닥에 누운 채로 시간을 보내니, 내 삶이 변화될 리 없었다. 청춘이라는 말은 기억해 내지도 못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조금 창피하지만, 이 책의 뻔한 말들을 듣고 잃어버렸던 내 청춘을 찾았다.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고, 해야 할 일이 넘쳐나는 다이어리를 보며 다시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자도 자도 지나지 않을 만큼 넘쳐났던 시간들이 이젠 부족하게 느껴지고, 잠을 쪼개서 해야 할 일들 때문에 다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늘어졌던 세포들이 다시 생기를 찾는 느낌이다. 이 조바심, 살짝 설렌다.  

 언제나 꿈을 꾸는 청춘이어야겠다. 늘 그 싱그러움을 잃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올해는 나의 청춘을 다해 노력한 것들이 많은 결실이 되어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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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2011-01-20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떤 문제에 대한 정답이 있다면 그건 어쩌면 '뻔하고' '당연한 것'들이 아닐까?
그런데 그렇게 뻔하고 당연한 것들이 통하지 않는 것이 세상이고..
모든 사람이 초등학교 도덕교과서 처럼 살면 정말 좋은 세상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과 같지..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평생 살아가며 각자 풀어야 할 숙제들이고..

그리고 싱그러움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했지만.. 별로 싱그러웠던 적은 없던듯..;;
한 12년 전 정도에는 약간 싱그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 너에게 청춘이 갖고 있는'재기 발랄함'은 찾아보기 힘들어..ㄷㄷㄷ

옥이 2011-01-2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나 잘하시지!!! 뿡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