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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엔딩 장면이 마음에 든다. 라희는 회사를 때려치고, 정확히는 회사에서 짤리고 오후 3시 훤한 대낮에 집에 돌아와 잠을 쳐잔다. 눈꺼풀 사이로 밀려드는 햇빛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바람직하다. 우리는 모두 회사를 때려쳐야 한다. 너무 극단적인가? ㅋㅋ. 뭐 어때. 말이라도 그렇게 해보는 거지!
청년백수 백만 시대, 취엄만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아버리고 싶지만, 사실 영혼 정도는 아껴두는 게 좋다. 왜냐, 취업을 하고 나면 새로 또 구해서라도 팔아야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영혼을 팔아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생활에서 나는 더 이상 팔 영혼이 없어, 그리고 영혼을 팔고 싶지도 않아, 나의 사회생활은 언제나 고달프다.
그래, 열정 따위는 사회생활에서 생각도 하지 말자. 회사에서는 내 열정을 무슨 싸구려 놋쇠 반지처럼 하찮게 취급하니 말이다. 그따위 놋쇠반지는 시장에 얼마든지 널려있다고 생각하는 게 상사와 경영진의 입장이니 말이다.
그래, 그럼 오로지 나만 애지중지하는 내 열정을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써보자. 아니, 가치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나 좋은 일에 한 번 써보자.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행복해지는 일에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놈의 열정이 잘 나타나지도 않고, 나타난다 하더라도 수이 사그러든다는 점이다. 미친 듯이 무언가에 몰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이 세상에 그렇게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미친 듯이 무언가에 매달리지 않아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
그래, 문제는 모든 일에 시들시들한 나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무섭게 몰아쳐 보려고 한다. 이 다짐이 또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암튼 나의 에너지와 나의 열정과 나의 재능을, 고마운 줄 모르고 우습게 여기는 회사에 더 이상은 조금도 쓰고 싶지 않다. 내 열정이 필요없다면 나도 그만 신경 끄겠다.
싸구려 반지 취급을 받게 미안하다, 내 열정아. 이제는 다이아반지보다 더 소중하게 너를 평가할 수 있는 곳에 너를 사용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