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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아함이란 무엇일까. 우아한 삶이란. 어려운 책을 읽고, 마르크스의 사상을 이해하고 조용히 차를 마시고 명상을 즐기는 것. 그것이 우아함인가?
그래서 작가는 당초 평범하고 무식한 수위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가 이를 지적 수준이 높은 수위로 격상(?)시키고 그녀를 '우아한 고슴도치'로 명명했다. 작가의 반전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지적 수준에 대한 작가의 콤플렉스나 동경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작 르네가 진정 '우아한 삶'을 산 것인가, 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그녀가 정말 우아했을까? 그녀는 창문에 두툼한 커튼을 치고 그녀의 이웃들과 담을 쌓았다. 물론 그녀가 지키는 비싼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르네를 존중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르네 역시, 그들을 돈만 아는 천박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경멸했다. 그들의 비인간성과 무식함을 혼자만의 동굴에서 마음껏 비웃었다. 르네는 팔로마와 가쿠로를 만나기 전에는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지적 자산이나 우아한 취미를, 누군가를 위해 사용한 적도 없다. 그저 자신이 만족만을 채울 뿐이었다. 맘 맞고 이야기가 통하는 가쿠로와 르네와 대화를 나눈 것 외에는. 자신의 취미를 타인과 꼭 나눠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이 그녀의 고상한 취미 때문에 그녀를 '우아하다.'고 단정 짓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앞서 작가는 지적인 무언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국 나도 작가와 같지 않은가. 작가를 비난하기엔 찔리는 것이 많다. 책을 읽지 않고, 혼자 명상을 즐길 줄 모르고, 그저 학교와 집을 오가며 연봉에만 목을 매는 친구들, 그리고 이 사회를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는지 이제 고백한다. 앞에서는 맞장구 쳤지만, 속으로는 '너랑은 말이 안 통하는 구나.'며 괜히 아무 생각 없는 멍청이와 이야기하며 힘만 빼는 건 괜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많은지.
한 마디로, '이런 삶이 우아한 삶이다.'라고 함부로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타인의 삶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 그들이 나의 삶고 다르다고 해서 경멸하지도 않는 것. 그리고 이런 저런 다양한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어울리는 것. 적어도 '우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올바른(?) 인간적인(?) 삶이란 그래야 하지 않을까.
쇼펜하우어는 멍청한 사람들과 괜히 논쟁하면서 에너지와 힘을 빼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나도 그 방식이 참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르네를 보니, 그것이 꼭 맞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오늘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