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신과 의사의 기록은 우리 삶을 보는 거 같다. 비밀 보장 등으로 얕은 글이지만, 조각조각에서 삶의 지혜를 건질 수 있다. 아직도 건져야 하는 지혜가 내게 필요하다니,,, 살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의 경중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사랑이고, 인정이고, 관계이다. 그래서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뗏목도 필요하고, 경청도 필요하고, 몸의 움직임도 필요하다.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어도, 나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 줄 누군가 있다면 그게 성공한 삶인 거 같다.  

새해가 되면서 예쁜 손녀가 태어났고, 그러면서 며느리는 응급 병동에서 몇 일 보냈다. 손녀는 산부인과에, 며느리는 대학병원에서, 부모가 되는 일이 이처럼 힘든 일이었다. 그 와중에 아들이 침착하게 잘 대응해서 칭찬을 듬뿍 해줬다. 누가 정했는지, 조리원 비용은 시어머니가 낸다하여 거금을 보내줬고, 매일매일 봐도 예쁜 손녀를 보니, 그간 친구들이 돈을 내면서 손주 자랑하는 기분을 알았다.   

파더 생파를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자녀들 5명이 마더파더 생신을 돌아가면서 담당한다. 생파의 주관자가 시간장소음식등등을 모두 제공한다. 해가 갈수록 좋다,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파더, 또 언제 오냐로 마무리하신다. 엄마가 자신의 생파와 비교하여 질투?까지 하셨다. "언제 또 오니?" 부모님에게는 참으로 막연한 시간일 거 같다.  

30여년 전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돌려 봤다. 배가 부른 나의 모습, 우리에게 아들이 태어났을 때(지금 손녀 얼굴과 똑같아 신기했다) , 내가 병실에 있을 때, 돌 지난 아이와 가족여행 갔을 때, 완전 푸릇푸릇한 청춘 그 자체였다. 봐도 봐도 우리 모습이 멋있었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거구나...

대학 졸업 40주년 기념 모임에 갔다. 하늘 나라에 간 동기가 3명이나 있었고, 아주 부잣집에 시집가서 아주 잘 사는 동기도 있었고, 엉망진창인 남자를 만나 가정폭력으로 종적을 감춘 동기도 있었고, 사별한 동기, 재혼한 동기, 겨우 살아난 동기, 자식을 잃은 동기 등등, 오만가지 사연들이 난무했다. 삶의 모습이 모두 들어 있는 모임이었다. 매년 만남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너도 나도 도찐개찐, 이렇게 살아가는 거지. 감사할 게 차고 넘친다.


Be happy i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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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 1 - 죽은 아들의 옷을 입고 자는 여자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 1
김철권 지음 / 안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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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만지는 것이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만짐으로써 함께 아파하는 것이다. 만짐으로써 상처에 손을 얹는 것이다. 만질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 같은 것이다. (85쪽)

자식을 잃은 부모가 부닥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죄의식이다. 죄의식 때문에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끊임없이 되새김질한다. 그리고 무력한 가정법에 기대어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혹은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하면서 자신을 질책한다. (중략) 이때 치료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뗏목을 만드는 것이다. 죄의식의 거센 풍랑 위에서도 뒤집히지 않는 크고 튼튼한 뗏목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죄의식의 풍랑을 견뎌 내어 잔잔한 망각의 바다로 흘러갈 수 있다. (116쪽)

정신이 약할 때에는 몸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를 극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자기 파괴 욕동을 승화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책은 신체운동이다. 육체를 단련함으로써 몸을 아끼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79쪽)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그중 하나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자식을 낳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이지만 자식을 키우는 것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 자식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세상 일은 알 수 없고 살아 보아야 그 자식이 어떤 자식인지 알 수 있다. ‘리어왕‘의 비극은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부모는 가장 어려운 자녀의 행복만큼 행복하다는 것이다. 자녀 여러 명이 아무리 행복해도 하나가 힘들면 부모는 그 힘든 하나만큼 힘들다. 행복과 불행이 합쳐져 중화되지 않는다. 그게 부모 마음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 마음을 알 것이다. (191쪽)

우리 삶의 비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를 구별해 낸다는 점이다. [그때 이렇게 했었더라면} 하고 탄식할 때가 바로 그 차이를 깨닫는 순간이다. (248쪽)

부부 관계, 자녀 관계, 동료 관계,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은 단순하다. 연민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면 된다.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면 된다. 그리고 듣는 중에, 상대방이 가슴에 쌓아둔 말들을 더 잘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을 한 번씩 한다면 금상첨화다. (186쪽)

프로이트는 1939년에 죽는다. 그가 죽기 9개월 전에 쓴 "끝이 있는 분석과 끝이 없는 분석"이라는 마지막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신 분석은 사랑의 치료다. 사랑만이 우리를 치료할 수 있다." 정신 분석의 창시자가 마지막에 도달하는 지점은 사랑이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아기를 낳지 않아도 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사랑은 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값을 하는 것이다.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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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버지니아 울프가 런던 거리를 산책하면서 관찰한 자극들을 소개하는 여섯 편의 글을 읽었다. 

첨부된 지도가 있어 시간과 공간을 건너 와 그녀와 함께 걷는 듯했다.

특히 카라일 하우스와 하원의사당을 지날 때는 더 오래 머물게 되면서 마음이 사로 잡혔다. 


"런던 부두의 짠내를 맡으며 출발한 산책은 옥스퍼드 거리의 북새통을 지나 첼시의 칼라일 하우스, 햄스테드의 키츠 하우스를 거쳐 다시 런던 한복판의 대성당과 사원과 하원의 사당을 통과해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든다. 런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익숙하고 상징적인 장소들이다. (110쪽)"


Ⅱ.

앨리 스미스 '가을' '겨울' '봄' '여름' 시리즈를 차례로 읽으려 쟁였다가 그만 치웠다. 겨우 읽은 '가을'의 요점을 밑줄 긋기로 옮겨 본다. 나와 완전히 다른 타인에 대하여, 더 나아가 작금의 현실에서, 나의 이야기로 가장 적절하게 대처하기로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벌써 가을인 나의 삶 앞에 있다.   

 

"세상을 만들어 내는 건 아무 의미 없어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실제 세상이 이미 있으니까요. 그냥 세상이 있고, 세상에 대한 진실이 있어요. 
네 말은 그러니까 진실이 있고 그것의 가짜 버전이 따로 있는데 우리는 그 가짜를 듣고 산다는 거로구나. 대니얼이 말했다. 
그게 아니라 세상은 실재해요. 이야기들은 만들어지고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 진실인 건 아니지. 대니얼이 말했다. 
그건 초강도 헛소리예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만들어 낸단다. 대니얼이 말했다. 
그러니까 늘 네 이야기의 집에 사람들을 반겨 맞으려고 해 보렴. 그게 내 제안이다. (157-158쪽)"

"친애하는 대니 오빠, 문제는 결국 우리가 자신의 상황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야. 우리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보고, 할 수 있다면 또렷하게 볼 수 있을 때 절망하지 않고 가장 적절하게 대처하기로 어떻게 선택하느냐야. 희망은 바로 그거야.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타인에게 하는 부정적인 행위들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느냐, 그것뿐이야. 그들도 우리처럼 모두 인간이라는 것을, 사악한 것이든 정당한 것이든 인간의 모든 것이 우리에게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세상에 눈 깜짝할 순간만 머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그런데 그 눈 깜짝할 순간은 다정한 윙크일 수도 있고 자발적인 무지일 수도 있는데 자신이 두 가지 다 가능한 존재임을 우리는 알아야 해. 그리고 악이 턱까지 차 있다 해도 그 너머를 볼 준비를 해야 해.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시간, 우리의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 동안 그것을 허비하지 않는 거야. (247-.248쪽)"

Merry Christmas!

50여년 전 산타가 두고 간 굴뚝 과자가 먹고 싶고, 성탄절을 위한 찬양과 연극 준비, 선물 교환, 새벽송 등이 그립다. 색종이로 성탄 장식 한 우리집 대문까지. 

며느리가 아아만 마시는 나에게 게이샤 등등 콜드브루 몇 병을 선물로 보내왔다. 고마웠다.

난 엄마 생신 축하하러 부모님 만나고 왔다. 최근 엄마보다 한 살 많은 이모가 돌아가셔서 엄마의 총기가 반 이상 줄었다. 올해 엄마는 절친과 언니와 이별했다. 사는 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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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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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상품이 쓰임새와 가치에 따라 평가를 받고 등급이 매겨진다. 무역은 상상의 한계를 넘어설 만큼 기발하고 포기를 모른다. 지구상의 무수한 생산품과 폐기물이 낱낱이 검사를 거쳐 가능한 쓰임새를 찾아간다. (21쪽)

모든 사물과 용도의 들어맞음이, 모든 과정에 미리 대비한 헤아림과 준비성이 부두 사람 누구의 머리에도 스치지 않은 미적 요소를 마치 뒷문으로 들여오듯 슬그머니 불러들인다. 창고는 창고로 제격이고 기중기는 기중기로 제격이다. 거기서부터 아름다움이 깃들기 시작한다. (22쪽)

부두의 일상을 바꿀 힘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변화뿐이다. (25쪽)

런던은 사라짐을 목표로 세워진 도시다. 이 도시의 유리질, 투명성, 밀려드는 유색 회백의 물결은 옛 건축가들과 그들의 후원자인 영국 귀족들이 원한 바와 다른 만족을 주고 그들이 꾀한 바와 다른 목표를 성취한다. (중략) 우리는 후손을 위해 건물을 짓지 않는다. 후손들이 구름 위에서 살지 땅 속에서 살지 모르는 일이다. 그저 우리 자신과 우리의 필요를 위해 건축을 한다. (36-37쪽)

이 점은 인정해야 한다. 삶은 투쟁이고, 모든 건축물은 소멸하며, 모든 과시는 허영임을 이 촌스럽고 천박하고 번잡한 거리가 우리에게 상기시킨다는 사실 말이다. (중략) 옥스퍼드 거리에서 어떤 결론을 지으려는 시도는 헛되다. (41쪽)

펌프는 지하실에, 누런 함석 욕조는 세 층 위에 놓인 삶의 결과가 이렇다. 남편과 아내 두 사람 모두 천재성을 지녔고 서로 사랑했지만 벌레와 함석 욕조와 지하실의 펌프 앞에서 천재성과 사랑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중략) 다시 곰곰 생각해보면 집에 온수를 설치한 칼라일은 칼라일이 못 됐을 것이고, 박멸한 벌레가 없는 집의 칼라일 부인은 우리가 아는 여성과 다른 사람이 됐을 것이다. (48-49쪽)

그렇다면 런던에서 어디를 가야 망자들이 안식에 들었다는 확신과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따지고보면 런던은 무덤의 도시다. 하지만 인간 생활이 절정과 급류로 치닫는 도시라는 점도 분명하다. (67쪽)

여기는 하원의사당이다. 여기서 세계의 운명이 바뀐다. (중략) 이 사람들이 우리를 통치한다. 우리는 매일 그들의 지시를 따른다. 우리의 지갑이 그들 손에 맡겨져 있다. (중략) 다들 섭식 수준과 교육 수준이 높다는 점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수다와 웃음소리, 왕성한 혈기와 조급함과 불손함을 보면 교구 사업을 논하거나 우량 소를 선정하러 모인 어느 시민들의 집단에 비해 이들이 논꼽만큼도 더 현명하거나 더 기품 있고 덕망 있어 보이진 않는다. 이 점은 부인할 수 없다. (76-77쪽)

울프는 모든 촉수를 활짝 열어둔 관찰자이고자 했다. 외부세계를 관찰하고 외부의 자극이 자기 내면에 불러일으킨 파동을 관찰하고 그 파동에서 자신이 쓸 이야기의 미래를 관찰했다. 독서와 산책에서 건져 올린 관찰은 차곡차곡 글로 수집됐다.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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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저축하고 싶을 정도로,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연신 읊조리며 눈을 돌리며 쌓여있는 책은 애써 외면하고 예전 같으면 가방에 한두 권 넣어갈 만한데도, 그냥 마구 다녔다. 마구 살았다.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오래 머물렀다. 아주 간단히? 요기 할 것으로 집어 든, '책의 말들'이다.

저자가 읽은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책들의 말을 들었다. 경청했다.

여러 책들이 말하는 최소 100마디는 들었다.

어느새 상담 모드로 바꿔있다. 상담자가 만난 내담자는 다양하고 복잡하고 다른 여러 계층의 배경을 가지고 있고 아주 먼 곳에서 온 이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렇게 살아도 된다,가 되니까.

책을 읽은 다음에는 김겨울 스타일로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 부럽다. 나도 자라면서 만만치 않은 독서를 한 거 같은 데, 글 쓰는 데는 젬병인 것 같다. 어쩌겠나..

책을 읽고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지난 밤은 너무 놀랐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위해 기도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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