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버지니아 울프가 런던 거리를 산책하면서 관찰한 자극들을 소개하는 여섯 편의 글을 읽었다. 

첨부된 지도가 있어 시간과 공간을 건너 와 그녀와 함께 걷는 듯했다.

특히 카라일 하우스와 하원의사당을 지날 때는 더 오래 머물게 되면서 마음이 사로 잡혔다. 


"런던 부두의 짠내를 맡으며 출발한 산책은 옥스퍼드 거리의 북새통을 지나 첼시의 칼라일 하우스, 햄스테드의 키츠 하우스를 거쳐 다시 런던 한복판의 대성당과 사원과 하원의 사당을 통과해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든다. 런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익숙하고 상징적인 장소들이다. (110쪽)"


Ⅱ.

앨리 스미스 '가을' '겨울' '봄' '여름' 시리즈를 차례로 읽으려 쟁였다가 그만 치웠다. 겨우 읽은 '가을'의 요점을 밑줄 긋기로 옮겨 본다. 나와 완전히 다른 타인에 대하여, 더 나아가 작금의 현실에서, 나의 이야기로 가장 적절하게 대처하기로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벌써 가을인 나의 삶 앞에 있다.   

 

"세상을 만들어 내는 건 아무 의미 없어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실제 세상이 이미 있으니까요. 그냥 세상이 있고, 세상에 대한 진실이 있어요. 
네 말은 그러니까 진실이 있고 그것의 가짜 버전이 따로 있는데 우리는 그 가짜를 듣고 산다는 거로구나. 대니얼이 말했다. 
그게 아니라 세상은 실재해요. 이야기들은 만들어지고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 진실인 건 아니지. 대니얼이 말했다. 
그건 초강도 헛소리예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만들어 낸단다. 대니얼이 말했다. 
그러니까 늘 네 이야기의 집에 사람들을 반겨 맞으려고 해 보렴. 그게 내 제안이다. (157-158쪽)"

"친애하는 대니 오빠, 문제는 결국 우리가 자신의 상황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야. 우리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보고, 할 수 있다면 또렷하게 볼 수 있을 때 절망하지 않고 가장 적절하게 대처하기로 어떻게 선택하느냐야. 희망은 바로 그거야.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타인에게 하는 부정적인 행위들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느냐, 그것뿐이야. 그들도 우리처럼 모두 인간이라는 것을, 사악한 것이든 정당한 것이든 인간의 모든 것이 우리에게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세상에 눈 깜짝할 순간만 머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그런데 그 눈 깜짝할 순간은 다정한 윙크일 수도 있고 자발적인 무지일 수도 있는데 자신이 두 가지 다 가능한 존재임을 우리는 알아야 해. 그리고 악이 턱까지 차 있다 해도 그 너머를 볼 준비를 해야 해.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시간, 우리의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 동안 그것을 허비하지 않는 거야. (247-.248쪽)"

Merry Christmas!

50여년 전 산타가 두고 간 굴뚝 과자가 먹고 싶고, 성탄절을 위한 찬양과 연극 준비, 선물 교환, 새벽송 등이 그립다. 색종이로 성탄 장식 한 우리집 대문까지. 

며느리가 아아만 마시는 나에게 게이샤 등등 콜드브루 몇 병을 선물로 보내왔다. 고마웠다.

난 엄마 생신 축하하러 부모님 만나고 왔다. 최근 엄마보다 한 살 많은 이모가 돌아가셔서 엄마의 총기가 반 이상 줄었다. 올해 엄마는 절친과 언니와 이별했다. 사는 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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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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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상품이 쓰임새와 가치에 따라 평가를 받고 등급이 매겨진다. 무역은 상상의 한계를 넘어설 만큼 기발하고 포기를 모른다. 지구상의 무수한 생산품과 폐기물이 낱낱이 검사를 거쳐 가능한 쓰임새를 찾아간다. (21쪽)

모든 사물과 용도의 들어맞음이, 모든 과정에 미리 대비한 헤아림과 준비성이 부두 사람 누구의 머리에도 스치지 않은 미적 요소를 마치 뒷문으로 들여오듯 슬그머니 불러들인다. 창고는 창고로 제격이고 기중기는 기중기로 제격이다. 거기서부터 아름다움이 깃들기 시작한다. (22쪽)

부두의 일상을 바꿀 힘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변화뿐이다. (25쪽)

런던은 사라짐을 목표로 세워진 도시다. 이 도시의 유리질, 투명성, 밀려드는 유색 회백의 물결은 옛 건축가들과 그들의 후원자인 영국 귀족들이 원한 바와 다른 만족을 주고 그들이 꾀한 바와 다른 목표를 성취한다. (중략) 우리는 후손을 위해 건물을 짓지 않는다. 후손들이 구름 위에서 살지 땅 속에서 살지 모르는 일이다. 그저 우리 자신과 우리의 필요를 위해 건축을 한다. (36-37쪽)

이 점은 인정해야 한다. 삶은 투쟁이고, 모든 건축물은 소멸하며, 모든 과시는 허영임을 이 촌스럽고 천박하고 번잡한 거리가 우리에게 상기시킨다는 사실 말이다. (중략) 옥스퍼드 거리에서 어떤 결론을 지으려는 시도는 헛되다. (41쪽)

펌프는 지하실에, 누런 함석 욕조는 세 층 위에 놓인 삶의 결과가 이렇다. 남편과 아내 두 사람 모두 천재성을 지녔고 서로 사랑했지만 벌레와 함석 욕조와 지하실의 펌프 앞에서 천재성과 사랑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중략) 다시 곰곰 생각해보면 집에 온수를 설치한 칼라일은 칼라일이 못 됐을 것이고, 박멸한 벌레가 없는 집의 칼라일 부인은 우리가 아는 여성과 다른 사람이 됐을 것이다. (48-49쪽)

그렇다면 런던에서 어디를 가야 망자들이 안식에 들었다는 확신과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따지고보면 런던은 무덤의 도시다. 하지만 인간 생활이 절정과 급류로 치닫는 도시라는 점도 분명하다. (67쪽)

여기는 하원의사당이다. 여기서 세계의 운명이 바뀐다. (중략) 이 사람들이 우리를 통치한다. 우리는 매일 그들의 지시를 따른다. 우리의 지갑이 그들 손에 맡겨져 있다. (중략) 다들 섭식 수준과 교육 수준이 높다는 점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수다와 웃음소리, 왕성한 혈기와 조급함과 불손함을 보면 교구 사업을 논하거나 우량 소를 선정하러 모인 어느 시민들의 집단에 비해 이들이 논꼽만큼도 더 현명하거나 더 기품 있고 덕망 있어 보이진 않는다. 이 점은 부인할 수 없다. (76-77쪽)

울프는 모든 촉수를 활짝 열어둔 관찰자이고자 했다. 외부세계를 관찰하고 외부의 자극이 자기 내면에 불러일으킨 파동을 관찰하고 그 파동에서 자신이 쓸 이야기의 미래를 관찰했다. 독서와 산책에서 건져 올린 관찰은 차곡차곡 글로 수집됐다.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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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저축하고 싶을 정도로,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연신 읊조리며 눈을 돌리며 쌓여있는 책은 애써 외면하고 예전 같으면 가방에 한두 권 넣어갈 만한데도, 그냥 마구 다녔다. 마구 살았다.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오래 머물렀다. 아주 간단히? 요기 할 것으로 집어 든, '책의 말들'이다.

저자가 읽은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책들의 말을 들었다. 경청했다.

여러 책들이 말하는 최소 100마디는 들었다.

어느새 상담 모드로 바꿔있다. 상담자가 만난 내담자는 다양하고 복잡하고 다른 여러 계층의 배경을 가지고 있고 아주 먼 곳에서 온 이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렇게 살아도 된다,가 되니까.

책을 읽은 다음에는 김겨울 스타일로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 부럽다. 나도 자라면서 만만치 않은 독서를 한 거 같은 데, 글 쓰는 데는 젬병인 것 같다. 어쩌겠나..

책을 읽고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지난 밤은 너무 놀랐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위해 기도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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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말들 -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하여 문장 시리즈
김겨울 지음 / 유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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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느린 행위다. 책 읽기는 우리에게 멈춰 서도록 요구한다. 눈과 귀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허겁지겁 처리하는 대신 천천히 생각하도록 요구한다. (중략) 그러므로 책 읽기는 얼마나 비효율적인 행위인가. (중략) 그러나 비효율이 곧 우리가 삶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힘임을, 더 나아가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힘임을 경청하는 이들은 안다. (28-29쪽)

책에서 책으로, 또 책에서 책으로 통과하는 날에는 내가 책이 되어 사는 것만 같다. (31쪽)

마음에 와닿는 책을 읽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가 된다. 그게 슬픈 책이든 웃긴 책이든 담담한 책이든 신나는 책이든, 나와 주파수가 맞기만 하면 그리고 작가가 충분히 고민했다면 어떤 책이든 위로가 된다. (중략) 그렇게 한 사람에게 위로가 된 책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83쪽)

나는 가끔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에 소비되고 있을 커피나 휴지나 비닐의 양을 상상해 본다. 내가 살아 있는 것은 온당한 일인지 의심한다. 내가 살아 있는 것, 살아서 뭘 자꾸 쓰고 버리는 것 자체가 해악인 건 아닐까. (131쪽)

사실 모든 책은 다 ‘서바이벌 가이드‘ 내지는 ‘서바이벌 매뉴얼‘인 게 아닐까?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관심을 두어야 할 사회문제,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 같은 것들을 알려 주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위한 생존 가이드 말이다. (135쪽)

책 읽는 일을 경청이라고 설명한다. 그건 우리가 평소에 하기가 정말 힘든 일이다. (중략) 반대로 글을 쓰는 일 역시 나에게 집중하고, 질문하고, 답하고, 다시 질문하는 일이다. 책은 저자의 경청과 독자의 경청으로 완성된다. (178-179쪽)

끔찍하지, 삶이란 게. 삶은 너무 끔찍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해야만 하는 일을 말할 수 없게 만들고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만 말할 수 있게 허락한다. 말해야만 하는 일을 말하고 나서 제 삶을 침범당하는 기막힌 사태에 슬퍼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세상과 투쟁해야 하는 사람들. 에세이가 투쟁이 되는 사람들. 자서전이 비명이 되는 사람들. (185쪽)

소설은 결론이 아닌 과정이며 보상이 아닌 성찰이다. 소설을 읽는 독자는 자신의 몸 밖으로 나아감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색칠하며 경험하는 인간이 된다. (중략) 삶이 인간을 받쳐 주기를 멈추어 그가 바닥없는 심연으로 떨어져 갈 때 문학은 그가 아예 지구 속을 통과해 새로운 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것은 외면이나 냉소가 아닌 간절한 제의에 가깝다. (중략) 상상력은 지금과는 다른 세계, 다른 삶, 다른 선택지를 그려 보기 위한 조건이다. 허구가 또 하나의 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능력은 다른 세계, 다른 삶, 다른 선택지를 내 삶 안에서 실현하기 위한 조건이다. 무수한 개인의 진실은 문학 속에서 구체화된다. 그것은 사실도 허구도 아닌 진실의 영역이다. 소설의 결말을 향해 급하게 달려간 후에 그래서 이게 나에게 무슨 이득을 주느냐고 묻는 것은 죽음을 향해 급하게 달려간 뒤 그래서 삶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 (196-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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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를 현재의 사건들을 통하여 삶에 적용한 글이다. 그래서 매일의 삶을 기록한 일기 같다. 우리의 읽기와 쓰기가 앞으로의 시간을 위한 게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사회적 문제와 접촉하여 맞물려 있어야 한다고 되풀이한다. 즉 책 표지 글처럼, 작가에게 읽기와 쓰기는 미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이므로, 공론의 장에서 이미 정해진 질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본질적인 질문과 진실에 합당한 적합한 말을 발견하여 적절한 순간에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말들은 배제되는 사람 없이 직접 닿을 수 있어야 하며, 우리 주변에 늘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것들을 공동으로 함께 끝까지 찾아내는 성실함도 필요하다. 그러나 타인을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그대로 남겨 두고 '피해를 입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착한 사람으로 남게 된다. 나에 대해서는 개인 각자의 몫으로 떠 안고 있다

읽으면서 메모를 하였지만, 알아볼 수 없는 글자만 남아있다. 그렇다면 내용 정리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게 전부다.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있는 데 도무지... 

뜨개질 열풍이 부는지, 친구가 양말과 조끼 뜨고 싶다 하여 온 종일 알려줬다. 무궁무진한 방법 중에서 양말은 가장 쉬운 스파이럴 삭스를 알려 주고, 조끼는 하루 만에 떠서 선물로 줬다. 역시 독학하면서 익히는 게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동생 생일이라고 부모님과 동생들을 만나 축하했다. 엄마는 최근 절친이 돌아가셔서 김장은 안 하기로 했다. 요즘 일기를 쓰시는 데, 읽어 보는 데 눈물이 났다. 글을 아주 잘 쓰신다. 아빠는 언제든 하늘나라 갈 준비를 다 하셨다고 자주 놀러 오라고 하셨다.   

결혼한 아들은 못 본지 몇 주 되니, 보고 싶다. 아무런 기미조차 없는, 너무나 시크한 아들.. 주말에 선물로 받은 김장을 가지러 온다 하여, 맛난 거 해 준다고 이거 저거 배송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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