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쓸쓸해도 돼 - 김광석을 사랑한 서른네 명의 시인들
박준.김이듬.김행숙.장석주 외 지음, 김현성 기획 / 천년의상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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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늘 겉돌고 둘레를 헤매면서 찾아가는 편이 좋다. 중심보다 둘레를 사랑하는 일이 시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지워지는 세계, 느낌이 왔던 자리, 누군가 철봉에 매달렸던 희미한 손자국, 손가락 위에 반지가 있던 자리의 희미한 흔적 같은 것, 몇 억 년 된 물방울 등은 모든 시인의 무의식 속에서 한 번쯤 자리를 잡으려고 애써던 자리가 아닐까? 이 세상엔 교환과 거래의 법칙보다 그런 것에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 세계관에 대해 묻는다면, 어린 시절 싱크대 밑으로 들어가버린 잃어버린 로봇다리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남의 집에 놀러 가면 제일 먼저 그 집 냉장고를 열어보고 집으로 들아와 이유 없이 우리에게 화를 내시던 어머니, 화분을 너무 좋아하던 그녀가 어느 마당 넓은 남의 집에서 몰래 작은 화분을 안아서 훔쳐오던 도둑질을 훔쳐보던 날의 경험은 누구에게 고백해야 하는 것일까?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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