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2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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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동 중 무심히, 깜빡 잊고 어떤 행위가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알고 있었다. (50쪽)

일상 속에서 이런 날들을 보낼 수 있을까. 서로의 무릎을 베고 오래 잠들고, 서로의 발톱을 깍아주면서 왜 살점을 베느냐고 소리치고, 서로 흰머리를 뽑아주면서 수고비 액수로 다투고...... 집착처럼 무겁지도 않고 욕정처럼 끈끈하지도 않은 느낌이 상쾌했다. 일상 속에서도 이런 날들을 보낼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이 또 잠깜 일었다 사라졌다. (126-127쪽)

"잘은 모르지만 성장하고 사회화한다는 것은 그런 분노와 질투들을 무의식에 억압해둔다는 의미 같아. 억압된 적개심은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영원히 죽지 않는 식물 뿌리처럼 늘 새로운 잎과 꽃을 피워내는 것 같아. 무의식이 의식보다 더 힘이 세고,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그쪽 학계의 정설이야." (135쪽)

많은 사랑을 한 다음 인혜가 깨달은 사실은 모든 사랑이 첫사랑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삶의 여러 행위 중 오직 사랑만이 드물게 빛나고 고양되는 순간을 제공해주었다. 인혜는 자신이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양로원에 가서도 틀림없이 연애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220쪽)

한 인간의 내면에 깃든 분노나 슬픔의 질량이 일정한 것이듯 사랑도 그랬다. 늘 가슴속에 깃들어 있으면서 적당한 때에 적당한 상대를 만나 찰랑거리기도 했고 끓어오르기도 했다. 이별이란 그 사랑의 역동성이 잠시 멎는, 사랑의 감정이 활동하지 않는 상태를 일컬을 뿐이었다. (223쪽)

"우리가 이미 말한 바 있잖아요. 사랑의 본질을 권력욕이라고, 그 당사자에게 매혹적인 것, 그 당사자의 생존에 가장 유익한 것, 그 당사자의 욕망과 일치하는 것이라고요. 사랑은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 자기 자신을 유지시키려는 본능과 맞닿아 있어요. 생식을 통한 종족 보존의 욕구까지 포함해서 말에요."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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