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 / 봄아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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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기 고통이나 행복, 배신, 서글픔을 확대하고 그곳에 주저 앉긴 쉬워도 바로 그곳에서 출발해서 자신을 확장시켜나가기는 너무나 어려워, 고통을 통한 확장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 축소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을 거야. (14-15쪽)

인간은 수많은 사람으로 태어나 한 사람으로 죽는다는 말이 있지. 우리 안에는 우리가 쓰지 못한 힘, 탐험하지 못한 모습, 발견하지 못한 보물, 미처 능력을 드러내지 못한 자아들이 넘쳐나고 있어. 우리는 그중 최악의 것이 아니라 최선의 것을 끄집어낼 수 있게 서로 도와야 해. 우리 자신이 자신에게 남은 단 한 가지 모습을 협오스럽게 보지 않도록 서로 도와야 해. (22쪽)

우리는 (아직 존재해본 적 없는)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다른 사람`처럼 되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쓴다. 우리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바로 그 사람이 너무 빨리 되는 바람에 치열하지도, 창조적이지도, 타인에게 영감을 주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36쪽)

우린 오솔길을 걷듯이, 마치 호랑이가 그런 것처럼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노동하고 먹고삽니다. 그러나 자아 속의 소통이 없다면 노동만 하고 살게 되고 맙니다. 자아 속의 소통이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건 마치 왼발을 든 채 정지 상태로 5분을 참든 것과 같습니다. 요가나 명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고 구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것이 긴 흐름 속의 순간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법입니다. (68쪽)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실제로 내가 아닌 것이 되어 생각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기와의 거리 두기입니다. 이 거리 두기에서 관찰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포기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지 이 위기의 시대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의 구경꾼, 평가자, 심판자로 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자기 비하 없이 바당들이게 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어떤 점에서 유일한지도 알아야 하고 인간 공통성도 알아야 합니다. (115쪽)

우리가 우리 삶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우리가 어떤 필연성을 우리 삶에 부여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우리가 어떤 행동인가를 할 때뿐일 겁니다. 우린 대체로 과거에 필연성을 부여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요. 그러나 일어난 과거의 일은 필연성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당시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대체로 원인과 결과를 착각합니다. 내가 원래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이렇게 행동을 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사람은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는데 행동 때문에 신념이 만들어진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153쪽)

자기 것에 사로잡혀있지 않거나 자기 것을 갖고 있지 않아야 딴 걸 볼 수 있습니다. 생물은 매일매일 인풋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잘 먹는 사람도 일주일 치를 한꺼번에 먹고 일주일 동안 뱃속에 저장한 것으로만 살 수는 없습니다. 생물에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게 있습니다. 들어가고 나오고 또 채워지고 비워지고 정체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이디어의 원천인 셈이고, 이 흐름이 표현의 의지를 키우고 생명력이 됩니다. (169쪽)

미루기는 우리를 이중적으로 아프게 합니다. 현재에 우리가 누려야 할 행복을 상실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래의 행복을 이루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를 그대로 둔다는 점에서. 우린 현재를 수단에 바칩니다. 우린 수단만 있으면 어떻게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목적지는 자꾸만 뒤로 멀어져갑니다. 너무 많은 수단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단이 너무 많으면 반드시 목적을 잊게 됩니다. `내가 대체 이 수단들로 뭘 하려는 거지?` 이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무의미로 물들이고 우리의 애타는 시간을 빼앗아버립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자기주장을 할 수많은 권리와 수단을 갖고 있는데도 그 권리로 자기 처지와 삶을 개선하지는 못하는 시대, 그 어느 시대보다 수많은 재능을 갖게 되었지만 그 재능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린 아픕니다. 우린 사랑과 도움을 청하는 아픈 사람들입니다. 두려움에 떨며 공격적이 되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린에겐 경쟁력이란 말이 헌신이나 우정 같은 말보다 훨씬 더 익숙합니다. (227쪽)

체험은 남과 나눌 것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입니다. 경험이란 다른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게 이야기로 전환된 체험입니다. 이야기로 전환된 체험인 경험에는 이야기를 전수해주고 전수받는 타자가 있어야 합니다. 경험은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지 세계와 무관한 사건이 아닙니다. 너와 내가 없으면 전수를 원하는 사람도 전수를 갈수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경험은 전적으로 관계의 문제입니다. 경험이 죽고 난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소비입니다. (247-248쪽)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우리에게 최소한의 중요성을 차지했던 것을 최대한으로 생각해보고 최대한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최소한으로 한번 바꿔서 생각해봅시다. 왜냐하면 윌에겐 미뤄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가능의 자리로 한번 불러보는 겁니다. (298-299쪽)

불평등한 재능으로 서로서로를 판단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오로지 우리가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만 자신이 존재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서 우린 서서히 자기 존중감을 잃게 됩니다. 자신을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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