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긴 만남 - 시인 마종기, 가수 루시드폴이 2년간 주고받은 교감의 기록, 개정판 아주 사적인, 긴 만남 1
마종기.루시드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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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의 그 차이점과 대상이 주관적이라는 말에 나는 찬성합니다. 적어도 내게는 고국의 가을 하늘빛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44쪽)

어제는 친구와 같이 강가를 걸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에게 남아 있는 여행에 대한 대부분의 기억은 결국 '사람'이라고. 어디에 갔든 기억 속에 남은 여행의 이미지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그들과 나눈 것들, 그들의 표정, 몸짓, 이런 것들이라고. 그래서 사람을 몸으로 만나지 않으면 여행의 많은 의미가 퇴색되는 것만 같다고. (71쪽)

나에게 산다는 것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었고 10년 뒤, 아니 1년 뒤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나는 그 당시의 결정이 옳은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118쪽)

그런 차에 지금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니 거추장스럽고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냥 여행 가방 하나만 들고 갈 수 있다면, 그러면 마음도 더 편하게 어디론가 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왜 이렇게 많은 걸 쌓아두고 살고 있는 걸까. 악기들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다른 곳으로 가서 살게 되면 지금처럼 많은 짐을 만들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냥 또 쉽게 떠날 수 있게 지내야겠습니다. 그러면 이런저런 결정을 내리는 데 더 자유롭지 않을까요. (122쪽)

종교를 가진다는 것은 그 종교에 대한 학문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종교가 말하는 세상의 이치에 동의하고 그 길을 살아간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래서 믿음을 생활하는 것과 종교에 대한 지식이 넓다는 것은 딴 세상의 일이지요. (150쪽)

왜 한 시인에게 상을 수여하는 위치에서 시의 양과 그 시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중요한 건지. 그리고 왜 시를 공부하다 못해 전공까지 해야 하는 건지 역시 알 수가 없네요. 외람되지만 그런 시각들은 결국 제도권 시인들의 아집, 폐쇄성, 과도한 아카데미즘이 아닐까요. (215쪽)

우리가 예술가로 성숙해간다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자유로워진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로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온전한 자유를 알아가는 과정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그 자유 사고에서만 우리는 예술의 진정한 힘을 보고 느끼고 또 즐기는 것이라 믿습니다. (226쪽)

다들 '본 것'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느낀 것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지요. 어떤 영화를 주말에 봤고, 여기저기를 다녀왔고, "어땠어?", "좋았어." 정도의 대화가 주를 이루었지요.
'왜' 좋았는지, 어떤 것이 마음에 남았고, 어떤 생각, 어떤 감흥을 받았는지에 대한 깊은 대화가 늘 아쉬웠어요.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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