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어, 곁이니까 - 아이를 갖기 시작한 한 사내의 소심한 시심
김경주 지음 / 난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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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곁이어서 고맙다는 말을 어느 난간에 기대어 당신에게 처음 했습니다. 우리가 곁인 동안 세상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곁인 동안 세상이 우리에게서 잠시 떨어져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늘 내 문장의 각오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은 당신이 내 문장의 곁이 아니라 내 곁의 문장이라서 다행입니다.-25쪽

아가야, 인간이 목소리를 갖는다는 것에는 고백을 할 수 있다는 축복이 담긴 거란다. 네 목소리가 고백을 아끼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를 닮아갔으면 좋겠구다.-39쪽

돌봄이라는 말의 질감에는 호흡과 숨소리와 살냄새가 가득합니다. 당신을 돌볼 때 나에게서 그런 냄새나 소리들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68쪽

네가 만일 사내아이라면 사랑을 잃고 난 뒤 한 여자의 손을 다시 잡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네가 만일 딸아이라면 사랑을 잃고 난 뒤 한 사내의 손바닥에 다시금 어떤 글씨부터 써나갈 수 있을까?-104-105쪽

아아, 당신, 우리의 삶은 얼마나 불우하고 허약한가요? 우리의 뇌에는 얼마나 많은 파수꾼이 생겨 우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요? 빌어먹을, 너무 많은 기억들이 파수꾼으로 우리를 지켜주고 있어요. 저 뇌파 속으로 달아나버리면 나는 목소리를 잃어버릴 수 있을까요?-158쪽

당신은 지금 만삭입니다. 만삭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만삭이라는 단어를 상상하면 당신의 배에서 달이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214-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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