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좋은 날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장바구니담기


빨리 달릴 때는 가까운 것들이 뒤섞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 빨리 달리면 뒤섞여 있는 것들이 또 뒤섞인다. 속도로 주변의 사물을 뒤섞는 것도 있다. 시간 같은 것, 자동차 같은 것, 혜성 같은 것, 그 자체가 아니라 그와 같은 것.-10쪽

한순간 그의 얼굴은 웃음 짓는 분칠 가면을 쓴 것처럼 보였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승부를 해오면서 희로애락을 초월한, 아니 희로애락을 철저하게 감추는 데 익숙해진 사람의 얼굴이었다. -100쪽

"충이나 효라 카는 기 꼭 젊은 아들한테마 안 통하는 기 아이라. 요새는 늙은이들도 그런 이야기는 싫어해. 돈하고 술하고 놀음이라는 말만 들으마 심봉사맨쿠로 눈을 번쩍 떠면서. 뭐 시속이 나쁘다는 기 아이고 역사를 자세히 보마 그 속에 있는 사람들한테서 한 분은 들어볼 진리가 있으이. 사람다움이라는 기 뭐냐. 그때 자기가 꼭 안 해도 되는데 나서게 하는 힘이 뭐냐. 이런 걸 어렵고 까시롭기 여길 거 없다."
"요새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도 싫어해요. 손가락 끝하고 눈꺼풀하고 입만 움직이려고 하는걸요. 아, 혀도, 끝만."-198쪽

친척이 있다는 것도 재산이다. 물론 그는 친척이 없다. 이 분야에도 가난이 그에게 적용된다. -27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