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세우기 - 버트 헬링거의 놀라운 심리치료법
존 페인 지음, 풀라 옮김 / 샨티 / 2008년 2월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자주 빠지는 함정 중의 하나가 바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과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 사이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8쪽

어린 시절, 부모의 한마디는 어린 아이에게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부모가 베풀어주는 사랑과 양육은 아이로서는 붙잡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생명의 끈과 같다. 당연히 부모에게서 사랑과 인정을 받는 것, 그 사랑과 인정이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아이의 마음에 새겨진다. 자연스러운 생존 본는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어린 시절에 학습한 내용은 어른이 된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 하나의 모델로 기능한다. 이 모델은 흔히 우리로 하여금 진실과 직면하기보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상처 그리고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입힌 상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스토리를 꾸미도록 우리를 종용한다. 그러니 만큼 우리가 해온 온갖 거짓말과 스토리는 계속해서 사랑을 받고자 하는 열망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의 보존은 곧 생존의 확신으로 되돌아온다. 이 세상에 어떤 피조물이 사랑 없이 살 수 있겠는가?-25-26쪽

하지만 거짓말과 스토리가 사랑의 보존이라는 열망에서 기인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가 한 가지 더 있다. 우리가 더불어 살다시피 해온 거짓말. 그리고 이런저런 상황에 의해서 우리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했던 거짓말과 스토리는 결국 책임 회피라는 목적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26쪽

삶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이나 느낌을 제대로 살피지 않을 때, 우리는 사실에 근거를 두지 않은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55쪽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그것이 바로 피할 수 없는 진실. 증류하고 남은 진실이다. 우리가 과거의 상처와 패턴을 놓아버리지 않고 꽉 움켜지고 있을 때마다, 그릇된 행위를 한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붙박혀 있을 때마다, 그 가해자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명료성을 잃어버리고 사물이나 상황의 실제 모습을 온전히 볼 능력도 잃어버리게 된다. -77쪽

마음은 이해하지 못할 때 혼돈에 빠진다. 그런 까닭에 마음은 언제나 앎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한다. 논리와 합리의 잣대로도 이해하지 못할 경우, 마음은 이성적인 분석을 시작하고 심지어 진실도 담겨 있지 않으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87쪽

모든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리고 행위는 책임을 수반한다. 내가 한 행위로 인한 죄책감은 나 스스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구나 내 몫의 죄책감을 감해주거나 대신 지고 갈 수 없다. 또 자신의 짐을 당당히 지고 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존엄성과도 관계가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나는 내 몫의 죄책감을 혼자서 지고 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이것이 바로 '자기 존엄성'을 잃지 않는 태도이다. -116쪽

영혼의 언어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이 아이처럼 귀한 선물을 저에게 주셔서 고맙습니다")을 구체화시켜 준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상황을, 모든 불순물을 제거하고 남은 진실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시 말해 영혼의 언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하지만'과 같은 낱말은 결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지만'이라는 말 다음에는 언제나 진실과 책임감이 결여된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이라는 낱말을 가운데 넣어 둘로 나눈 문장을 사용한다는 것은 곧 두 문장 중 한 문장만이 진실 또는 실제의 모습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하지만'으로 나누어진 문장은 약간의 진실만을 담거나 전혀 진실을 담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저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남편에 대한 존경심은 별로 없어요" 같은 문장을 보라.-193쪽

여기서 나는 중독과 관련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고 싶다. 만일 당신이 지금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되어 있다면, 우선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나는 누구를 위해서 마약을 사용하고 있는가?" "나는 누구를 위해서 대마초를 피우고 있는가?" 어쩌면 팀의 사례를 읽어가는 동안 이미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을 수도 있다. 혹시 답을 찾지 못했다면 종이 위에 가족 지도를 그려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누가 가족에게 속해 있는가?" 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적어본다. 즉 이른 죽음을 맞았거나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사람ㄷ르에 대해서 당신이 알고 있는대로 그 이름과 관련 상황을 적어본다. 그런 다음, 각각의 이름을 차례차례 보면서 당신 몸에서 어떤 반응이 느껴지는지 잘 살펴본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아주 효과적이다. 당신이 유산처럼 물려받은 상실의 슬픔과 당신 이전의 세대에서 시작되어 죽 이어져온 트라우마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237쪽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방이 사과를 받아줄 의사가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대방이 문제의 해결점을 찾으려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질문을 던진 사람에게 되묻고 싶다.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상대방이 우리가 기대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거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별 차이는 없다. 상대방의 태도나 반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해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 정직하게 말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한다는 것이다. 상황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곧 그릇된 행위로 그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 명료한 상황 설명이 어디에 있는가? 이미 잘못한 일을 놓고, 무엇 때문에 온갖 스토리와 합리화를 그 아래에 갖다 붙이는가? 어쩌면 더 많은 변명을 늘어놓고 더 많은 말을 쏟아낼수록 상대방에게 용서를 받기가 쉬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변명이 길수록 상황은 더 악화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우리의 사과를 받아줄 가능성도 줄어든다. -276-277쪽

우리가 스토리를 늘어놓는 이유는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좀더 나은 이유를 댈수록 죄책감이 줄어들고 '나쁜 아이'로 낙인찍히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결국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데 가장 큰 장애는 바로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이 같은 두려움의 원인은 가깝게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고, 멀게는 몇 세기 동안 인류의 의식을 지배해 온 종교적인 원죄 의식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으며, 심하면 집단에서 쫒겨날 수도 있다는 프로그램 말이다. 내쫒음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상관없이 가장 지독한 벌이다. 원시 사회든 현대 사회든 가족이나 기타 집단으로부터 쫒겨난다는 것은 최악의 처벌로 간주된다. -277쪽

죄책감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는 왜 그런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온갖 스토리를 지어내곤 한다. 그뿐 아니라 주변 환경이 이러저러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며 자신의 그릇된 행위를 합리화하려고 든다. 나름대로의 타당성까지 갖춘 채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속한 죄책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죄책감 역시 우리를 떠나지 않게 된다. 마치 그림자처럼 언제나 우리의 주변을 맴돌게 되는 것이다. -282쪽

치유의 길 위에서 우리는 대상화라는 기술을 계발할 필요가 있다. 대상화란 "이것이 곧 나"라고 하는 동일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상황과 나 혹은 스토리와 나를 떨어뜨려놓고 볼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상황을 대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삶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익히는 것이나 진배없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스토리들은 지금 우리가 놓여 있는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기도 하지만 일종의 안전함을 느끼게도 만든다. 우리가 서 있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문다는 것은 곧 현재 삶의 환경을 바굴 필요도 없고 책임을 질 필요도 없음을 뜻한다. 단지 너무나 익숙한 스토리에 스스로 발목을 묶고서 "그러므로 내가 옳다"라는 생각을 견지하면 그뿐이다.-285-286쪽

치유의 길은 전적으로 정직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직함은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지 않는다. 여기에서 정직함이란 실재하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는 영역에 대한 구분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어디까지가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고 어디서부터가 다른 사람의 몫인지 확실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 일에 끼어들 때마다 그에 합당한 핑계를 찾아낸다. 특히 부모님과 관련된 일인 경우에는 더하다. 예컨대 "하지만 저는 부모님의 불행한 결혼 생활로 크게 영향을 받았어요" 같은 표현을 보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보다는 '하지만'이라는 마술의 언어를 통해서 책임을 전가하려고 드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이라는 낱말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모두 스토리에 불과하다. 즉 내 문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이라거나 자기합리화를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2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