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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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생의 맛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을 테다. 혼자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겠지. 인생이란 아주 씁쓸한 것만도, 그렇다고 달콤한 것만도 아니었지만,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생의 맛이 고작 어제 남긴 식어버린 카레를 무심히 떠서 먹는 맛이라도 말이다. (35쪽)

"모든 사람은 자신에 대하여 가장 훌륭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수록, 즉 인간이 향락을 자기 안에서 발견하는 일이 많을수록 그는 점차 행복하게 될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혼자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자기 안에서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 (88쪽)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삶은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아서 이것을 제대로 알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우리 중 아무도 없다. 우리는 삶을 두고 그저 "흐르는 모래시계, 아침해에 걷히는 안개, 부산하지만 반복되는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136쪽)

나이든 자의 실패와 시행착우는 인생 경력에 치명적 흠집을 남긴다. 새 일에 대한 도전과 충동의 강도가 낮아지고, 더 신중해지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예사로 밤을 새우며 일에 빠져들기도 힘들다. 나이든 자의 숭고함은 경험의 원숙성과 숙고, 젊음의 비릿한 욕망에서 초연해지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 육체의 쇠락이나 감정의 메마름은 불가피하다. 그 고갈과 메마름을 욕심 비운 무심함, 세상을 향한 너그러움, 고요한 통찰과 신중함들로 대체한다. (146쪽)

어른이란 불행이 상습화된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어른들은 놀이를 잃으면서 인생을 비루하고 거친 투쟁의 장으로 만든다. (중략) 놀이는 공리주의의 삭막한 굴레에서 자유를, 현실의 책임과 의무의 이행에서 우리를 풀어놓는다. 따라서 놀이를 하는 인간이 더 즐거운 인생을 살며, 더 창의적 에너지를 뿜어낸다. (163~167쪽)

사람이 겪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일반적인 통념처럼 일직선상으로 흘러가는 시간 단위가 아니다. 과거는 시간이 완료되어 이미 닫힌 공간도 아니고 흘러가버려 화석화된 때가 아니고, 미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채 미정형으로 머물지 않는다. 과거, 현재, 미래는 늘 서로를 끌어당기고 스미고 밀어내며 섞이고 중첩되면서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인다. (197쪽)

인생은 흔히 여행과 견줘지는데, 짐이 많은 여행에 나서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젊을 때는 그런 짐들을 감당하지만 나이들어 기력이 떨어지면 짐 많은 여행은 고역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무상할뿐더러 오히려 불행의 악순환을 낳는 것은 아닌가 하는 소회를 품게 되었다. (218쪽)

누가 없음으로 머리를 삼고, 삶으로 척추를 삼고, 죽음으로 꽁무니를 삼을 수 있을까? 누가 죽음과 삶, 있음과 없음이 모두 한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하면 된다‘고 성취지향 일변도로 살지말고,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한 분별심을 갖자. 세상 안에 살지만 세상 밖에서 노니는 듯 느리고 소박하게, 조금 더 단순하게, 조금 더 작게 살자! (248쪽)

나는 굳이 해서 안 되는 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남같이 출세하고 떵떵거리며 사는 게 아니라 나답게 사는 것이다. 나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자기에게 맞는 옷을 이비은 듯 자연스럽다. 자신이 만든 도구에 속박되어 도구의 도구로 살지 않고 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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