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피천득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도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18쪽)

그러다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33쪽)

준비되지 않는 채 몸과 마음만 들뜬 아이를 마음으로 감복시킬 생각을 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세상의 틀에 우겨 넣으려는 한, 내 중년은 아버지의 중년에 비할 수 없이 유치하다. (55쪽)

책상 앞에 붙은 채, 별일 없으면서도 쉴 새 없이 궁싯거리고, 생각하고, 괴로워하면서, 생활의 일이라면 촌음을 아끼고, 기령 뜰을 정리하는 것도 소비적이니, 비생산적이니 하는 경시하던 것이, 도리어 그런 생활적 사사에 창조적, 생산적인 뜻을 발견하게 된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 시절의 탓일까? (115쪽)

장애인이 ‘장애‘인이 되는 것은 신체적 불편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생산적 발전의 ‘장애‘로 여겨 ‘장애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못 해서가 아니라 못 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해서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신체적 능력만을 능력으로 평가하는 비장애인들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161쪽)

그러므로 문학하는 것은 먼저 ‘사는 것‘이 아니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것이 ‘문학하는 것‘인가.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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