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탱 게르의 귀향
장 클로드 카리에르.다니엘 비뉴 지음, 고봉만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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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강 건너편 버찌가 더 커 보이는 법. 그러나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보면, 결국 만나는 건 길바닥의 비참함과 알 수 없는 모진 바람 그리고 발부리에 차이는 동료의 시신뿐이다. (39쪽)

남편이라는 작자가 집 떠날 궁리만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남편에 대한 그녀의 사랑도, 자식도, 온갖 지극한 정성이나 어떤 대담한 행동도 그를 붙들어 잡아둘 수는 없을 것이다. 떠날 사람은 언젠가 떠나기 마련이다. (45쪽)

"세월은 유유히 흘렀다. 사람들 말마따나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흘렀다. 날이 가고 계절이 바뀌었다. 마을 전체를 뒤흔들었던 마르탱의 귀향은 조금씩 잊혀가고 있었다. (81쪽)

"자, 이제 여러분 모두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양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람이 마르탱 게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 왼쪽에 서시오." (중략) 고등법원 판사는 큰 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이 진짜 마르탱 게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 오른쪽에 서시오." (132쪽)

법이란, 인간이 누구나 선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전재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저녁에 수도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또는 혼자서, 나중에 마을에 돌아와서도 겉으로 보기에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이 말에 대해 골백번도 넘게 자문해 보곤 했다. 만약 법이 인간은 누구나 선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믿다면, 과연 인생도 그러할까? 법에서는 전제하고 있지만, 종교에서는 문제 삼고 있고 경험적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인간의 천성적인 선함에 도대체 무슨 변고가 생긴 걸까? 이런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내 보잘것없는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버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 속에 어떤 진리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으며,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바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과 회의를 겪었을까 하고 상상해보기도 했다. ((182-183쪽)

"태피터를 이중으로 댄 흰색 반바지 말이군. 하지만 그걸 네게 말한 건 바로 나잖아." "아니지! 내가 너에게 말했지." 피고가 응수했다. "어떻게 감히 내가 말해준 걸 네놈이 역이용할 수 있어!" (중략) "잠깐, 자네는 자네가 저자에게 이야기했다고 했지?" "네." 그는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숨을 씩씩거리며 대답했다. "그런데 저자가 그걸 역이용하고 있단 말입니다." "하지만," 판사가 말을 다시 이었다. "저자가 법정에 들어왔을 때, 자네는 말하지 않았나.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고." (212-213쪽)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이 무엇입니까?" - 황제 하드리아누스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입니다." - 철학제 에픽테투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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