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바라보는 남자를 바라보는 한 여자 - 예술, 성 그리고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 뮤진트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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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든 지각은 문맥을 통해 암호화되고, 문맥의 암호화는 외면의 환경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안의 심리적.생리적 현실이 된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화가의 이름이 붙으면 그림이 훨씬 더 좋아 보이는‘ 이유이다. (44쪽)

우리는 사실에 입각한 외부의 현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정립된 패턴들을 통해 우리가 바라보는 것을 능동적으로 창출한다. 이런 학습된 패턴은 자동적이다 못해 무의식에 가깝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동반해 미술작품에 접근한다. 자아들과 과거들, 여기에는 우리의 민감한 감수성과 명민한 지성뿐 아니라 편견과 맹점도 포함된다. (54쪽)

상징은 실제가 아니다. 재현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고 읽을 때 우리 안에 살아있다. 그 상징은 우리가 된다. 우리 세포의 일부를 구성하고, 우리 몸과 뇌의 일부가 된다. 기억 속에서 계속 삶을 이어가다가, 가끔은 우리가 상상력이라고 부르는 기이한 뇌회를 통해 또 다른 예술작품이 된다. (70쪽)

대형 평면 스크린에서 움직이는 몸들은 무대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몸들이 관객에게 미치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 영화는 인간의 몸을 추상화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멀찌감치 거리를 두게 만든다. (100쪽)

성적 자아의 충족과 평범한 일상적 자아의 충족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그 이유는 고도의 에로틱한 쾌감은 자아의 상실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143쪽)

최고의 픽션은 자아를 떠나 타자에게로 소풍을 떠나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 어떤 여행보다도 ‘사실적‘이고 혁명적인 잠재력을 지닌 여행 양식이다. 그리고 타자성을 지향하는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려면, 섹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타자에게 열려야 하고 감정적 위험부담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166쪽)

"여성은 착해야 한다는 처방은 곧 여성이 수행능력을 착함으로 중화하지 않으면 벌을 줘야 한다는 암묵적 믿음이다." 여성들은 인정받기 위해 착하게 굴면서 힘과 야망을 상쇄해야만 한다. 반면 남자들은 여자들만큼 착하게 굴 필요가 없다. (177쪽)

언어에는 속속들이 권력관계가 배어들어 있다. 말의 본성이 타자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말은 또한 우리의 사적이고 정신적인 지형에 등장하고 그 의미는 개인적으로 암호화된다. (226쪽)

글쓰기는 내면에서 외면으로의 전이가 인식되는 것이고 그 움직임은 그 자체로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행위이다. 눈에 보이는 대화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통과의례라는 말이다. 또한 글쓰기는 언제나 누군가를 위한 행위이다. 글쓰기는 나와 당신의 담론이라는 축에서 발생한다. (236쪽)

아무튼 두 사람 사이에 반복되는 상담 치료는 미지의 사실을 파헤쳐 기지의 조명 속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다. 그것은 분면 기억하기의 일환이지만, 그중에서도 감정을 담은 기억하기, 혹은 감정에 대한 기억하기이다. 드러나는 기억들은 정확할 필요도 없고, 다큐멘터리적인 의미에서 말 그대로 진실일 필요도 없다. 우리가 가진 자전적 기억들이 얼마나 신빙성 없는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61쪽)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며 계속해서 다른 여러 종류의 전이와 역전이에 사로잡힌다. 내가 어떤 사람을 위협적이거나 혐오스럽거나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내 안에 내 기억에서 도출된 어떤 특질이 있고, 그것이 내가 개인적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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