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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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Friend, 2001)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영화 '친구(Friend, 2001)'에 나오는 대사다. 학교 선생으로 연기한 김광규의 대사. 체벌하며, 물은 말이다. 유명한 대사다. 아버지의 존재와 지위를 묻는 그. 아무래도 차별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런 구별짓기는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를 아물게 해주고 싶다. 그런 상처가 생기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아버지들은 짐을 지고 걷는다. 아이들을 위해. 그런데, 작년(2017년)에 큰 부잣집 아들이 술자리에서 젊은 변호사들에게 난동을 부린 일이 있었다. 그도 '너희 아버지 뭐하시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남의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 왜 궁금해할까. 나도 분연히 묻고 싶다. '너 그러고 있는 동안 아버지는 뭐하시고 계셨냐'고. 이제 편은 그만 나누었으면 한다. 여기, 어느 힘찬 남자가 있다. 그는 피로 맺어진 아버지는 아니지만, 한 소년을 위해 활약한다. 외로웠을 소년을 위해. 그는 해리 홀레고, 소년은 올레그다.


 '올레그. 총명하고 진지한 올레그. 내향적이라 해리 말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던 아이, 올레그. 라켈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해리는 올레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이고 뭘 원하는지 엄마인 그녀보다 더 잘 알았다. (......) 가끔 늦은 밤에 잠이 와서 몽롱할 때 그를 아빠라고 불러주던 올레그. 해리가 그 아이를 본 지 몇 년이 흘렀다. 그리고 라켈이 아들을 데리고 스노우맨이라는 소름끼치는 기억에서, 폭력과 살인으로 점철된 해리의 세계에서 도망치듯 오슬로를 떠난 지도 몇 년이 흘렀다.

 지금 그 아이가 저 문 앞에 서 있었다. 열여덟 살의 다 큰 소년이 아무런 표정 없이, 적어도 해리가 해석할 수 있는 표정 없이 해리를 바라보았다.' -61쪽.


 해리가 사랑한 여인, 라켈. 그 라켈의 아들, 올레그. 해리는 그의 친아버지가 아니었지만, 피보다 진한 의로 맺어진 아버지였다. 그런데, 무서운 일의 아픔으로 라켈과 올레그는 해리에게서 떠났고. 해리도 홍콩으로 떠났다. 그런 해리가 다시 돌아왔다. 아들 같은 이 때문에. 즉, 올레그 때문에. 올레그는 살인 누명을 썼다고 한다. 올레그가 죽였다고 알려진 소년은 구스토. 올레그와 가깝고도 먼 존재인 그. 마약 중독자다. 자신이 입양된 가정을 망가뜨린 도둑 소년. 올레그에게 다가와 마약의 세계로 인도한 소년. 올레그는 그 소년을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마약 속에서 살인한 혐의로 잡힌 올레그. 그에게 해리가 온 것이다. 홍콩에서. 아직도 '대체로 경찰'이라고 말하는 그가.

 

 영화 '테이큰(Taken, 2008)'.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해리는 좁은 터널을 응시했다. 폐소공포는 비생산적이고 위험에 대한 거짓 신호이며 극복해야 할 증상이었다. 해리는 탄창이 MP5에 제대로 장착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유령들은 우리가 허락할 때만 존재한다.' -492쪽.

 

 영화, '테이큰(Taken, 2008)'이 있다. 납치를 당한 딸을 찾는 아버지. 그는 전직 특수 요원이다. 리암 니슨이 연기한 아버지. 정말 힘찬 아버지였다. 악당들을 처벌하고, 딸을 구출하는 아버지. 해리도 오슬로의 마약 범죄 처벌과 올레그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위험은 항상 따라다니고. 어둡고, 거친 세계니까. 아버지의 부재로 외로웠을 올레그. 그렇게 돌아온 아버지는 벅찬 슬픔 안에서 아들을 이끌게 된다. 유령들을 잡으며. 이제, 아버지가 뭐하시냐고 물으신다면, 올레그는 대답할 수 있다. 유령들을 잡으며, 나를 아끼고 계신다고. 끝까지, 올바른 길을 가라고, 해리가 깊고 강한 슬픔 안에서 말한다고.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이야기를 '팬텀'으로 처음 만났다. 해리 홀레와의 첫 만남. 그에게 매료되었다. 그렇게 해리에게 홀린 나. 해리 홀레에게는 깊은 어둠 안에서 힘차게 가속하는 강렬함이 있다. '팬텀'에서는 마약과 올레그를 매개로 가속했다. 처연하게, 슬프게. 다른 해리 홀레의 이야기도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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