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샘터의 2017년 8월호의 얼굴이 선풍기네요. 옛날 선풍기예요. 오랫동안 더위를 잊게 해주던 벗. 추억의 바람도 함께 다가올 것 같아요. 그리고 샘터는 8월을 타오름달이라고 하네요. 예. 타오르는 듯한 햇빛이 우리를 감싸는 달이지요. 그 달에 샘터는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옛 선풍기처럼 시원하면서도 추억이 담긴 깊은 이야기일 거예요.
작고, 얇지만 깊은 잡지인 '월간 샘터'에서 2017년 타오름달에 만난 깊은 글은요. '먹물 닦기의 어려움'이라는 글이에요. 한양대 국문학과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친다는 박수밀의 글이에요. '옛사람의 마음'이라는 자리에서 글을 연재하고 있나 봐요.
먹이 연판(鉛板)에 배어들어 여러 해가 지나면 씻기가 어렵다. 먹은 똑같은 색이라서 오래되고 가까운 구별이 없어 보이지만 오래 지나면 더욱 없어지지 않는다. 이로 보아 습관과 풍속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한 번 씻고 또 두 번 씻어 먹이 다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씻기 어렵다고 내버려두는 것은 잘못을 알면서 고치지 않는 것과 같다.
《성호사설》, <묵구난세(墨久難洗)>
'먹이 벼루의 판에 오랫동안 배면 완전하게 씻어내기 어렵다. 습관도 마찬가지다. 습관은 너무 익숙해져 별 생각 없이 자동적으로 진행된다. 습관이 굳어지면 타성에 젖는다. 타성에 젖으면 불편한 것도 편안해진다. 한편에만 익숙해진 생각은 편견을 만든다. 자신은 옳다고 굳게 믿겠지만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잘못된 생각이다.' -박수밀, '먹물 닦기의 어려움', 월간 샘터 2017.08 중에서. (41쪽)
연판(鉛板)을 벼루의 판으로 생각하네요. 그런데, 벼루 연(硯)이 아니라 납 연(鉛)이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보니, 연판(鉛板)은 연판(鉛版)1과 같은 뜻인 것 같아요. 먹과 벼루는 함께 있는 물건이니, 착각했나 봐요. 아무튼, 글쓴이는 잘못된 습관은 결국 편견을 만든다고 하네요. 동의해요.
'게으름은 자신을 해치고 편견은 남을 해치니 잘못된 습관은 반복적으로 씻고 또 씻어야 한다.' -박수밀, '먹물 닦기의 어려움', 월간 샘터 2017.08 중에서. (41쪽)
어릴 때, 서예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먹물이라는 글을 보니, 옛 추억이 솟아나더라고요. 오래된 먹은 씻기 어려우니, 씻고 또 씻어야 하지요. 그리고 잘못된 습관도 바꾸기 어려우니, 씻고 또 씻어야 하고요. 씻고 또 씻어 편견이 없어진 저는 시원할 거예요.
작고, 얇지만 깊은 잡지의 2017년 8월. 그 안에서 저에게 깊이 다가온 글은요. '먹물 닦기의 어려움'이었어요. 여름에는 더 자주 씻어야 하잖아요. 잘못된 습관이 편견을 여럿 만들 때, 더 자주 씻어야 할 거예요. 옛사람의 지혜의 말씀! 추억과 시원함으로 생각을 깊이 담그게 되네요.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