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읽다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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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부지런한 독서가이자 열정적인 집필가가 부러워요. 제가 게으른 독서가이자 무관심한 집필가이기 때문이지요. 그저 소소한 장서가일 뿐이에요. 그리고 여럿이 함께하는 사람이 부러워요. 제가 혼자이기 때문이지요. 그저 고요한 은사(隱士)일 뿐이에요.

 그런데 부러운 책을 만났어요. 책 이야기와 사람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고종석 씨가 바라본 책과 사람의 이야기예요.


 '독서한담'과 '편지'로 나뉘어져 있는 이야기예요. '시사IN'에 2015년 10월 7일부터 2016년 9월 12일까지 연재한 '독서한담'과 2015년 8월 17일부터 2016년 2월 15일까지 '경향신문'에 연재한 '고종석의 편지'를 추려 엮었다고 해요. 뒤에는 '경향신문'에는 연재하지 않은 '사적인 편지' 두 편도 있네요.

 '독서한담'은 책 이야기예요. 그런데, 글이 친한 또래에게 쓰는 구어체예요. 듣기에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친구에게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런 이 책 이야기에는 고종석 씨의 취향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그의 안목이 훌륭해요. 취향에는 옳고 그름이 없지만, 안목에는 옳고 그름이 있지요. 여러 책을 만나고 깊은 대화를 나눴기에 그런 안목이 생겼을 거예요. 좋은 책을 이야기해줘요.   

 '편지'는 사람 이야기예요. 그런데, 사적인 편지 하나와 어린 아이에게 쓴 편지를 제외하고는 높임말이에요. 그러나 대담해요. 촌철살인이지요. 프란치스코 교황, 수능을 치른 입시생들, 박정희 전 대통령, 문재인, 안철수 의원 등이 받는 사람들이에요. 시대의 인물들에서 정치인들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인 거예요. 물론 사적인 편지에는 친구와 그의 소설 안 등장 인물이 받는 사람이지만요. 그런데, 편지에 그의 성향이 드러나기도 해요. 이 세상을 그의 눈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지요. 또, 편지는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요. 그래서 개인적일 수 있어요. 그리고 신문 연재글이에요. 그래서 서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요. 그래도 우리가 외면했거나, 우리의 작은 목소리들을 그가 강하게 말해요.


 고종석 씨는 김윤식 선생을 "동사 '쓰다'의 주어"이고, "동사 '읽다'의 주어"이기도 하다고 해요. 그 김윤식 선생의 전시회의 주제가 '읽다 그리고 쓰다'인 것은 정말 당연한 것이지요. 그런데, 고종석 씨의 이 책! 그 이름은 '쓰고 읽다'예요. 아마 이 전시회의 주제에서 착안했을 거예요. 이 "동사 '쓰다'의 주어"는 고종석 씨이고, "동사 '읽다'의 주어"는 우리겠지요. 즉, 우리는 그가 쓴 이 책을 읽어요. 그런데, 모두 공감할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가 바라본 책과 사람은 어떻다는 건 알 수 있어요.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시인은 책을 '인간의 영혼을 실어 나르는 마차'라고 노래했어요. 저는 고종석 씨가 만든 이 마차를 타고 즐겼네요. 그가 바라본 책과 사람! 그 풍경! 새로운 세계였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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