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의 박물관
아라리오뮤지엄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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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아는 동생으로부터 손목시계를 받았어요. 연인과 헤어지며, 제게 기증한 거였지요. 그 동생과 그 연인의 추억의 물건.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알기에 헤어짐의 아픔이 제게도 다가오더라구요. 물건에 아로새겨진 사랑의 아픔이 보였어요. 그래서 그 손목시계를 서랍 안에 두고 가끔 만나기만 하네요. 그리고 '실연의 박물관'이라는 책을 만났어요. 눈에 잘 스며들더라구요. 작은 제목은 '헤어짐을 기증하다'네요. 크로아티아에서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헤어지며 시작한 실연의 박물관. 2016년 한국 전시에 사연과 소장품을 기증한 82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에요. 제주에서 전시를 마치면 크로아티아에 영구 소장된다고 하네요.

 

 (사진 출처: 아르테 페이스북)

 

 '실연 박물관'은 연인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더 넓게 나아가며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아버지, 어머니, 아내, 남편, 아들, 딸, 친구, 반려동물, 나 등. 많은 인연들의 이야기예요. 물론 악연도 있구요. 고통으로 인한 그 마음의 생채기. 그리움으로 인한 마음의 눈물. 짧은 사연들이었지만, 긴 울림을 주더라구요. 그 울림으로 더 멀리 감동의 종소리를 보내네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사망진단서를 들고 가서 휴대전화를 해지했습니다. 해지하기 전 문자보관함을 보았는데 저에게 적다 만 문자들이 10여 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지한 휴대전화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저에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22번째 사연 '모토로라 휴대폰' 중에서

 

 제가 잊기 어려운 사연이에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 바빠서 자주 오지 못하는 딸에게 적다 만 문자들. 공명(共鳴)했어요. 제 아버지도 암 수술을 하셨거든요. 병원에 자주 가려고 했지만, 부족했어요. 저를 기다리셨을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에요. 아버지께 더 가까이 가도록 해야겠어요.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하지요. 이별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가시만 있는 인연이라면 당연히 헤어져야겠구요. 마음의 가시를 빼야겠지요. 그런데, 사랑의 인연도 많더라구요. '사랑은 이별의 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깊이를 안다'1고 하잖아요. 그래서 많은 이별은 그리움을 남기더라구요.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2라고 노래하기도 하구요.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3라고 속삭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그리움에 사무치게 돼요. 그래서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처럼 기억을 지우려고 하지요. 그렇게 헤어짐의 기억은 슬퍼요. 그 슬픔, 사랑의 기억으로 이겨내야겠어요. 지난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면서요. 다시 만날 수 없기에 더 진한 애틋함을 남기면서요. 그러면 마음이 더 깊이 자랄 수 있겠지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칼릴 지브란, '배가 오다' 중에서
  2. 류시화, '첫사랑' 중에서
  3. 이정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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