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우에 유메히토의 ‘마법사의 제자들’이라는 책이 나왔어요. 일본에서는 2010년, 우리나라는 2014년이에요. 저는 처음 만나는 작가예요. ‘마법사의 제자들’이란 제목은 프랑스의 작곡가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L'apprenti sorcier)」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네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의 테마가 된 것으로도 유명한 이 교향시는 마법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의 제자가 어설픈 마법으로 물바다 소동을 일으키고 만다는 내용을 그렸다고 하구요. 저자는 이 교향시의 어감이 마음에 들어 제목으로 차용했다고 하지만, 작품에서 전염병의 걷잡을 수 없는 확산과 초월적인 힘의 등장이 초래하는 혼란상을 절묘하게 함축하고 있다고 해요. 이제, 그의 소설로 그려진 그의 교향시를 들으러 가기로 해요.
야마나시 현의 한 대학 병원인 류오 대학 병원에서 ‘용뇌염’이라는 신종 전염병으로 사망자가 발생해요. 병원은 즉시 격리되어 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구요. 주간지 기자 나카야 교스케는 사태를 취재하려고 병원 주변을 배회해요. 그러다가, 류오 대학의 의대생인 약혼자와 연락이 두절되어 걱정하던 오치아이 메구미라는 여성을 알게 되구요. 그는 메구미와 함께 병원에 들어갈 방법을 함께 강구하던 도중에 메구미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채요. 교스케는 그녀가 용뇌염에 감염되었으리라 직감하고 응급차를 부르구요. 다행히 몇 주 후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어 용뇌염 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여요. 치사율을 20% 정도로 낮추는 백신이었어요. 그러나, 초기 감염 환자 중 의식이 돌아온 건 단 세 사람이었어요. 한 사람은 의식 불명이구요. 세 사람은 교스케, 메구미, 그리고, 오키쓰 시게루라는 노인이었어요. 의식 불명인 사람은 메구미의 약혼자인 고바타 고조구요. 이 세 명에게는 아주 특별한 후유증이 생겨요. 그것은 바로, 초능력이에요. 교스케에게는 과거와 미래를 투시하는 능력이 생기구요. 메구미에게는 염력이 생겨요. 오키쓰 시게루에게는 회춘 능력이 생기구요.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이어지는 진찰과 상담 및 병원 재단이 마련해 준 생활 거처였어요. 그리고 그들이 전염병을 전파시켰다고 비난하는 세상의 싸늘한 시선이 있었구요. 이윽고 세 사람은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며 세상과 소통하려 하지요. 그렇지만 새로운 비극이 벌어지면서 그들의 운명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네요.
바이러스. 무섭지요.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중동 호흡기 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사태가 있었지요. 이 소설도 바이러스에 의한 공포, 미흡한 대처, 무분별한 언론에 대해 빠르게 그려내며,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어요. 또, 초능력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구요. 미드 ‘히어로즈’가 생각나더라구요. 초능력을 흡수하는 사람, 예지력을 가진 사람,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 치유 능력을 가진 사람 등, 각자의 능력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었지요. 이 소설은 초능력자가 세 명이지만, 흥미가 넘치구요. 이렇게 스릴러, SF, 호러, 액션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이 소설. 오락 소설로서 부족함이 없네요. 더위를 잊게 하는 한여름 밤의 꿈인 소설이에요. 그나저나 메구미는 미래를 투시한 교스케에게 이렇게 묻네요. “……역시, 미래는 없다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용뇌염을 이겨낸 몇 명의 사람들이 미래라는 교스케. 과연, 어떨까요? ‘희망은 깨어 있는 꿈이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다지요. 깨어 있는 꿈이라는 희망!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운명에 맞선다면, 미래는 바뀔 거예요. 이 책도 마지막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희망을 가져 보아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