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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책임도 아닌
아사노 고세이 지음, 전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단어에도 무게가 있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은 느낄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책임이라는 단어는 특히 무거울 것 같다. 만약 나에게 책임을 지운다면, 우선 그 무게에 짓눌리게 될 거다. 물론, 일의 경중에 따라, 사람에 따라 책임의 무게도 달라지겠지만. 우리에게 책임은 대체로 무겁다. 그러니, 면책이라는 단어는 반갑고.
나 때문이라는 것. 내 책임이라는 것. 그래서 죄책감, 자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은 무겁다. 그리고 무섭다. 그저 불운이었을 뿐인 일이더라도 내 책임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때가 있다. 한 번 그렇게 되면, 대개는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 수밖에 없다. 용서를 받기 전까지. 피해자에게든, 스스로에게든. 그래서 무겁고, 무섭다.
소설, 《누구의 책임도 아닌》은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법대 출신의 작가. 그의 데뷔작이라 한다. 이 이야기 속에 한 경찰이 있다. 그에게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일이 있다.
'"다시 조사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 망상을 한 번만 믿어주실 수 없을까요?"' -25쪽.
'"경찰의 책임이란 게 참 무겁네."' -169쪽.
형사 마쓰노 도루. 12년 전에 한 사건이 있었다. 눈이 내리는 새벽. 동료와 당직 근무 중이었다. 그리고 한 차량을 불심검문을 한다. 불안해 보이는 운전자. 갑자기, 도주한다. 추격했지만, 도주 차량은 눈길에 다른 차량과 사고가 나고 만다. 그리고, 전부 사망.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있었지만, 도주자는 강도상해를 저지른 뒤였다고 마무리가 된다. .
그리고 지금, 그 도망자의 유족은 재수사를 부탁한다. 12년 동안이나 책임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형사에게. 공식 재수사는 어렵고, 사적 재수사. 그런데, 진실은 밝혀지고야 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지."' -112쪽.
사실, 재수사는 새로운 증거나 증인이 나올 경우에 할 수 있을 것이다.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것도 없이 시작한 혼자만의 재수사. 긁어 부스럼이었을 것이다. 그는 아마 무겁고, 무서운 책임을 내려놓기 위해서리라. 그렇지만, 그에게 어둠의 손길이 다가오는데.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자리와 책임이 있다. 가혹할 수도 있는 이 책임. 이 소설에서도 여러 사람들의 책임에 따른 감정이 드러난다. 특히 경찰로서, 유족으로서. 그렇지만, 어떤 일은 정확한 경계가 없는 책임도 있다. 그저 불운에 불운이 겹친 그런 일. 그래서 누구의 책임도 아니지만, 누구나의 책임인 그런 일. 그렇게 무겁고, 무서우며, 마음 아픈 일. 그래도 안고 가야 하는 그런 일. 그렇게 삶을 사르면서 사는 것이다.
이 소설, 촘촘하고 꼼꼼하다. 짜임새가 있고, 묵직한 책임을 묵묵히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깊이 생각하게 한다.
덧붙이는 말.
하나. 제44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호러 대상 우수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