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영혼 - 류팅의 기묘한 이야기
류팅 지음, 동덕한중문화번역학회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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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상상한다. 그렇게 펼쳐지는 상상의 날개는 환상의 세계로 그들을 안내한다. 상상이 이끈 환상의 세계. 그곳은 만약이라는 가정(假定)들이 모인 곳이었다. 하지만 현실과 아주 동떨어지지 않은 그곳. 오히려 그것을 바탕으로 현실의 슬픔을 승화시키기까지 한다. 거기에 뜻밖이라는 의외성을 더하면, 사람들은 환상의 세계에서 파격의 울림까지 담게 되었다. 그렇게 가슴속 깊이 각인시키고.

중국 작가 류팅도 상상했다. 그리고 그의 책, 《뒤바뀐 영혼》은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파격의 색을 더하며, 기묘한 이야기를 그렸다. 열두 편의 단편으로.

'누군가가 기괴한 언어로 시를 읽는 것 같았다.' -〈뒤바뀐 영혼〉 중에서. (41쪽).

단편 〈뒤바뀐 영혼〉에서 야거는 천재 시인이다. 그는 샤셩이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하게 되지만, 문제가 있다. 그렇다. 돈이다. 그는 아직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결국에는 타인과 바꾸게 된다. 그의 시재(詩才)와 다른 이의 삶에 대한 지혜를. 또 다른 단편 〈당나라로 돌아가다〉의 나는 교수로 당나라에 가고 싶어한다. 미녀인 아내는 총장과 부적절한 관계이고, 출세 지향적이다. 이런 타락한 것들에 신물이 난 나는 결국 당나라로 가게 되지만, 당나라의 현실도 비참하다. 그리고 〈귀〉라는 단편에서는 개발에 대한 보상 문제로 대치하다가 전신 마비가 된 사람의 이야기다. 오직 귀의 감각으로만 세상을 느끼는 그. 또, 〈죽음의 신과 친구가 되다〉라는 단편에서는 사신이 나온다. 죽음의 두려움을 먹고 사는 사신. 그런데, 사람들이 죽음에서 두려움이 아니라 욕망과 쾌감, 분노와 증오을 느끼게 되니, 사신도 굶주리게 된다. 이렇게 나머지 단편들도 기묘하게 그려진다.

'문학의 대세는 허구가 오래되면 진실이 되고, 진실이 오래되면 허구가 된다는 것이다.' -〈작가 후기〉 중에서. (470쪽).

허구가 오래되면 진실이 되고, 진실이 오래되면 허구가 된다는 작가. 극과 극은 이어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렇다. 가장 환상적인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것이다. 그는 이 단편집 《뒤바뀐 영혼》에서 그것을 잘 보여 주었다. 작가가 상상한 환상의 세계. 허구다. 그렇지만, 그 허구는 진실을 바탕으로 한다.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잘 그려진 진실은 환상 속에서도 부각된다. 그 진실과 함께 환상도 반응하고 빛나면서. 그렇게 환상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류팅의 상상은 현대 중국의 민초들이 가진 아픔을 놓치지 않았다. 그 아픔의 뿌리가 되는 인간의 탐욕, 정신적 피폐. 그것을 정교한 서사로 그렸다. 파격을 곁들이며.

그렇게 류팅이 그린 환상으로 가는 특급 열차인 열두 가지 기묘한 이야기. 현실의 독자에게도 절묘한 울림을 준다. 교훈과 함께. 

덧붙이는 말.

하나. 이 책의 지은이 류팅은 '80후'를 대표하는 중국 작가라고 한다.

둘. 이 책은 동덕한중문화번역학회에서 번역하였는데, 각 단편과 역자 후기까지 열세 명의 책임 역자가 번역하였다고 한다. 그 다음 감수자가 감수하여 출간했다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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