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두려워하는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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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독선가가 있다. 정확히는 거의 누군가에게 독선가로 만들어진다. 이런 이들이 신념을 가지면, 지극히 맹목적으로 행동한다. 그것이 지나쳐 광기를 보이게 되기도 하고, 마침내는 날카로운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무섭다. 그런데, 이들을 교사(敎唆)하는 이들도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이 만든 독선가를 더 강하게 세뇌한다. 대부분 자신들의 불순한 이익을 위해서 한다. 특히, 더러운 기득권자들이 그런다. 이들을 움직여 자신들이 더 올라서는 것이다. 악랄하다. 결국 그렇게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만 아프다. 이런 사실을 그린 소설. 감사하게 만났다. 《빛을 두려워하는》이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빛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달라요. 우리와는 달리 확신을 갖고 있어요. 저는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확신이 두려워요.


……


자기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죠.' -316쪽.



우버 택시의 운전자 브렌던. 어느 날, 한 사람을 택시에 태운다. 병원으로 가는 손님, 엘리스. 그녀는 은퇴한 대학교수다. 임신 중절을 원하는 여성들을 돕는 그녀. 그녀를 병원에 내려 준 브렌던.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한 그는 한 사건을 목격한다. 엘리스가 들어간 병원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괴한이 화염병을 던지는 사건. 급히 엘리스를 찾기 위해 병원에 들어간 브렌던. 힘들게 엘리스를 찾아 다시 택시에 태우게 된다. 그런데, 집에서 뉴스로 그 병원 경비원의 죽음을 듣게 된다. 충격이었다. 그 후로 로스앤젤레스의 임신 중절 문제라는 거센 폭풍에 들어가게 되는 브렌던. 아내 아그네스카는 임신 중절 반대론자. 딸 클라라는 임신 중절 찬성론자. 가족조차 뜻을 달리한다. 거기에 어둠의 배후에 있는 이들도 있다. 즉, 토더 신부와 큰 자산가인 켈러허가 과연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임신 중절 문제. 솔직히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미혼이기에 임신은 먼 이야기로 느껴졌었다. 그저 막연히 될 수 있으면 임신 중절 수술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만 생각했었다. 물론, 원하지 않는 임신도 있을 수 있으니, 그때는 임신 중절 수술을 해도 괜찮을 듯했고. 그런데, 이 두 진영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은 거대한 폭력을 낳을 수 있다. 그 폭력은 필연적으로 희생자를 불러오고. 원만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한 이유다.

소설 《빛을 두려워하는》은 이 문제를 묵직하게 그려 낸다. 가독성 높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안에서. 독선가를 만들고 세뇌하는 악랄한 이들을 비판하는 이 이야기. 큰 어둠에 맞선다. 빛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사람들이 빛을 찾은 것처럼 꾸며 착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어둠에 들어오게 한다. 어둠에 들어온 이들은 또 다른 이들을 어둠으로 인도하고. 결국 어둠의 정점에 있는 이들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부와 권력을 움켜쥔다. 이 소설은 말한다. 이제 비록 작지만 빛이 되는 용기를 내어 보자고 한다. 그리고 그 빛은 사람들에게 이어 주자고. 그렇게 큰 빛을 이루어 빛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나아가자고.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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