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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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물질은 우한 외곽에 있는 DNA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우한-400’이라는 이름이 붙었소. 그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인공 미생물 중 400번째로 개발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이었기 때문이오."' -435쪽.


 글에도 성지가 있다. 지난날에 앞날을 정확히 예측한 글을 성지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글에 성지 순례를 한다. 본문을 읽고, 댓글을 남기며. 그런 성지의 글이 담긴 소설이 있다고 한다. 우한에서 시작된 지금의 '코로나 19'를 오래전에 예견했다고 한다. '우한-400'이라는 바이러스가 나온다는 소설. 신기하다. 물론, 소설에서 중요한 단서를 미리 안다는 건 흥미를 줄일 수도 있는 일이다. 다행히 이 소설은 그런 기우를 멋지게 빗나가게 하는 듯하다. 그 단서의 화제성은 과거의 이 소설을 지금으로 다시 소환하는 힘이 되고 있기도 하고. 나는 그렇게 소환된 이 책이 반갑고.


 '"있죠, 마치...... 밤 자체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밤과 그림자와, 어둠의 눈이요."' -249쪽.


 티나. 아들 대니가 사고로 죽었다고 안 지 1년이 지났다. 열두 살이었던 아들. 그녀는 그 일로 엄습하는 슬픔에 힘들어 한다. 그 불안에 공포로 이어지고. 악몽에 시달리며. 게다가 불가사의한 일까지 일어난다. 자꾸만 '죽지 않았어'라는 글이 칠판에 나타나고. 컴퓨터가 스스로 켜지고. 대니의 방이 엉망이 되고. 그밖에 여러 이상한 일이 생긴다. 누군가의 장난이라 생각했지만, 티나는 대니가 살아 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그 와중에도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에서 무대 공연 기획, 제작을 하고 크게 성공하게 되는 그녀. 또한 이혼녀인 그녀는 매력적인 변호사 엘리엇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대니의 관을 열어 보기로 한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일이 다가오는데. 그렇게 긴장감이 감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아이, 또 어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소재가 우리 마음속 원초적인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454쪽)


 가족의 죽음. 더욱이 자녀의 죽음은 부모에게 큰 아픔이리라. 나도 친지의 죽음을 겪으며, 아픔을 느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처음, 티나의 슬픔에 나도 공감이 갔다. 그녀의 울음에 나도 마음이 울었다. 그렇게 이 소설의 세계에서 나도 동행했다. 너무나도 간절히 아들을 찾는 티나. 그녀에게 응원을 하게 되고. 엄마의 사랑이 나에게도 따스하게 이어지며.


 미국에서 1981년에 초판이 나왔다는 이 소설. 그 당시에 일어난 나흘 동안의 이야기. 마치 비빔밥 같다. 액션, 서스펜스, 로맨스와 더불어 초자연적 현상이 섞여 있다. 그 재료를 어머니인 여성의 능동적인 서사로 비볐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이 비빔밥을 맛보며 나는 생각한다. 단지 그 옛날에 지금의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를 예언한 소설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너무 좁게 한정하는 것이기에.

 이 이야기에서 그리는 인간의 어두움과 빛.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높은 건물이 만드는 찬란한 밤. 그 안의 인간이 지닌 어두운 심연. 교만, 혐오. 그래도 사람에게는 희망, 사랑이라는 빛이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다. 어둠이 깃들 때, 빛이 더욱 빛난다. 교만, 혐오라는 어둠에서도 희망, 사랑이라는 빛이 더욱 빛난다. 빛은 그 없음을 채우며, 오랜 시간을 견디며, 더욱 빛나기에. 

 이 '코로나 19'라는 어둠의 눈이 보이는 시기에, 많은 이의 그 눈에 빛이 비추기를 바란다. 강한 흡인력으로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로. 성지 순례하며.   

 덧붙이는 말.

 하나. 이 소설은 딘 쿤츠가 '리 니콜스'라는 필명으로 쓴 초기작이라고 한다.

 둘. 이 책은 1981년 출간된 초판본의 내용을 수정해 1996년 재출간한 개정판을 번역본으로 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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