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마라 -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에 단호해지는 심리 수업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한윤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연애사는 변변찮다. 어쩌다 보니, 연애라는 걸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흐지부지. 그것이 내 연애사에 정확히 맞는 낱말일 것이다. 이어질 듯하다가 안 이어진 인연. 혹시 저주에 걸린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연애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것 같다. 그렇게 잘 들어주다 보니, 연애 상담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연애 경험이 별로 없는 외로운 청춘이지만, 잘 들어주기만 하 대부분의 연애 상담은 거의 완료다. 거기에 맞장구를 쳐 주면 더 좋고. 그런데, 상처만 있는 연애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끊어야 할 인연인데,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움말을 주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그리고 나와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관계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40년 간 치유해온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이 연애 초반에는 아낌없이 애정을 쏟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 표현이 줄어드는 남자를 만나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때 언어폭력을 당하거나 물리적인 폭행을 당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험을 한 여성들 중에는 자신이 망가질 때까지 수년간 심하게는 십여 년이 넘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헤어지려고 할 때마다 돌아오는 파트너의 위협이 그들의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사이가 다시 좋아질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도 관계를 지속하는 데 한몫한다.

 이 책은 나르시시즘에 물든 착취 관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다루고, 두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6~7쪽.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가시밭길 고행.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데이트 폭력이 보도되지 않던가. 그 상처. 그 아픔에도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있다. 안타깝다. 저자도 이런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말한다. 소냐와 프랑크라는 두 인물을 그리며, 심리학적 관점으로 논평과 설명을 덧붙였다.


 '진정한 사랑은 두 사람의 성향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사랑에 빠졌어도 우린 때때로 숨 돌릴 여유가 있어야 하고, 각자 편하게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사랑에서 공감은 매우 중요하지만 독립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계속 책임져야만 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과 상대의 가치를 존중하고 소중히 할 때 올바른 관계가 형성된다. 즉, 자신의 단점뿐만 아니라 장점을 스스로 인정하며 그것을 두 사람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자존감과 자기 인식을 갖춰야만 한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채 자신의 가치를 상대에게서 찾으려 한다면, 그 관계는 계속 삐걱댈 수밖에 없다.' -275~276쪽.


 따로 또 같이. 연인 관계에도 이 말이 적용된다. 아무리 사랑이 아름다운 구속이라 할지라도, 사랑 안에서 자유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의무와 권리. 사랑의 의무를 지켰다면, 마땅히 사랑의 권리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자기 존중과 상호 존중. 이것도 연인 관계에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안정적인 자존감과 자기 인식을 갖춘 자기 존중과 상호 존중. 지나치게 군림하려 하거나 또는 너무 의존하려는 한다면, 그 연인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게 된다. 건강한 연인 관계를 위한 필수 요소 가운데 하나다.  


 나는 연애 예능 TV 방송을 재밌게 보기도 한다. 물론, 예능 방송이라, 편집의 공정성과 출연진의 진정성에 슬쩍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연애 심리를 살짝 엿볼 수도 있기에 재밌다. 내가 다른 이들의 연애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과 같은 이치리라.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연애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그림을 보고, 하나하나 배우게 되고. 그런데, 간혹 상처를 받는 걸 보게 된다. 연인 관계에 상처가 아주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상처만 남은 연인 관계를 만난다면, 나는 다시 같은 도움말을 줄 것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잊지 말라고. 그렇게 나도 '자신의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로운 삶,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용기 있는 삶, 그런 삶을 그들이 되찾길 바랄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가 바라는 것처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과나비🍎 2020-02-29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9년 6월 10일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