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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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는 하나의 벽(癖)이 있다. 수집벽(蒐集癖)이다. 소소한 수집벽. 책을 수집하는 벽이다. 이 벽을 지병(持病)으로 여기고 있다. 어렵지만, 언젠가는 나을 수 있는 난치병이라 생각하며 살아오던 나. 그런데, 누군가에게서 그 병은 불치병이라 듣고는 그것이 진실이라 인정하게 됐다. 평생 안고 가야 할 이 병. 오히려 이 병 덕분에 더 힘차게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책과 나의 만남. 그 만남 하나하나에 소중한 인연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과 나의 대화도 마음의 깊이를 더하게 하고. 그렇게 책은 나에게 아름다운 빛의 조각이다. 간혹, 구하기 어려운 책이 있으면, 나도 살짝 집착이 생기기도 한다. 기다리다가 인연이 닿으면 만나기도 하지만, 끝내 못 만나기도 하는 책. 아쉽게 만나지 못하는 책은 인연이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집착을 내려놓기도 한다. 이제 나도 책과 대화를 나누며 여유를 배운 듯하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까지는 아직 아니어도.

 내가 만난 어느 책에 깊은 집착을 못 버린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깃털에 대한 집착. 결국 깃털 도둑이 된 그. 그 이야기가 담긴 책과 대화를 나누어 본다.

 

(사진 출처: 흐름 출판 네이버 포스트)


'"박물관에 침입해서 뭘 훔쳤다고요?"'

 (……)

 "죽은 새라고요?"' -16~17쪽.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한 점도, 궁금한 점도 늘어갔다. 나는 결국 직접 진실을 파헤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것이 플라이 중독자, 깃털 장수, 마약 중독자, 맹수 사냥꾼, 전직 형사, 수상쩍은 치과의사 같은 사람들을 만나, 은밀한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야 하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 -23쪽.


 2009년 6월 24일 밤,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16종 299마리의 새 표본이 사라졌다. 누군가 훔친 것이다. 박물관에 침입한 지 500일하고도 7일이 지난 날. 범인이 잡혔다. 그는 영국 왕립음악원의 플루트 연주자 에드윈 리스트였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그. 범행 당시 그는 열아홉 살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는 플라이1 타잉2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던 것이다. 그 재료로 깃털을 사용한다고 한다. 취미로 시작한 이 일. 결국, 범죄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그런데, 아스퍼거증후군이라 하며, 집행유예 12개월의 선고를 이끌어 낸다. 이런 에드윈의 이야기에,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였던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탐험기, 월터 로스차일드가 세운 동물박물관 이야기, 19세기 말 여성들의 패션을 장악했던 깃털 열풍과 깃털 패션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자연보호 운동, 플라이 타잉의 세계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촘촘하고, 강렬하게 그리고 있다.


 '나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나는 결국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트링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23쪽.


 새. 멀리서 철새를 바라보며 낭만을 즐긴 적이 있다. 그리고 고구려의 유리왕이 지었다는 '황조가'를 생각하기도 하고, 다산 정약용의 '매화쌍조도'를 떠올린 적도 있다. 혹시, 신선이 된다면 학을 타고 다니며, 봉황을 만나는 상상을 한 적도 있고. 그런데, 박물관에서 죽은 새를 훔쳤다니, 정말 독특한 사건이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에서 봤던 플라이 낚시. 범인 에드윈은 빅토리아식 연어 플라이에 희귀한 깃털을 재료로 했다. 이 실화를 추적하고, 깃털에 얽힌 매혹적인 여러 이야기를 담아낸 저자. 놀랍다. 가볍기만 한 깃털에서 크고, 많은 놀라움을 찾아냈다. 인간의 탐욕.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에서 강하게 보였다. 그리고 인간에 의한 동물의 멸종과 자연 파괴의 실체. 마음 아팠다. 그나저나 이 깃털 도둑! 에드윈은 너무 욕망만 보인다. 장 발장에게는 눈물이, 아르센 뤼팽에게는 낭만이, 홍길동에게는 의가 있었는데.




 덧붙이는 말.


 이 책은 2018년 출간 직후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45주 간 분야 1위를 지켰던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또한 아마존닷컴 선정 ‘2018년 최고의 논픽션’, 북페이지 선정 ‘2018년 최고의 책’, 포브스지 선정 ‘2018년 최고의 신작’,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2018년의 주목할 도서'라고 한다.  
 


  1. 깃털, 털, 실 등의 재료를 사용해서 작은 물고기나 곤충 모양으로 만든 낚시용 미끼.
  2. 플라이를 '만드는 것'을 타잉(tying)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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