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수업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예술 강의
문광훈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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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보고, 깊은 그리움이 다가와 내게 머물었던 기억이 있다. 음악을 들으며, 마르지 않는 눈물이 흘러 나를 적셨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소설과 시를 읽으며, 넓은 상상이 날개를 내 안에서 펼쳤던 기억이 있다. 또, 조각과 건축을 만나며, 전율 같은 감동이 나에게 숭고함을 주었던 기억도 있다. 누군가와 함께 미술관에 갔을 때였고, 누군가의 초대를 받아 간 음악회에서였다. 그리고 밤을 새우며 누군가의 글과 대화를 나눴을 때였으며, 박물관이나 고궁을 누군가와 함께 거닐 때였다. 이렇게 예술은 나의 삶을 일깨워 주었다. 그런 어느 예술 강의가 있다.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예술 강의. 그 강의에 수강 신청해 보았다.  

 

 

카라바조 <도마뱀에 물린 아이>. (사진 출처: 흐름출판 네이버 포스트)


 '예술은 삶의 한계 속에서 어떤 자유를 느끼게 하고, 그 자유 이상의 책임을 떠올려주며, 이런 책임 속에서 다시 자유가 얼마나 고귀한지를 절감케 한다. 자유와 책임 중 하나라도 누락된다면, 예술은 미망에 불과하다.

 (……) 

 삶의 변화는 내가 꿈꾸면서 다른 사람의 꿈을 깨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어난다. 우리는 예술 속에서 다시 꿈꾸고 선택하며 새롭게 깨어나 행동하게 된다. (……) 예술은 설렘과 아쉬움의 교차 경험이다. 이는 우리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잠시 돌아보게 한다.' -'프롤로그' 중에서. (28~29쪽)


 '예술의 경험은 우리의 세계가 그리 좁은 것이 아니라는 것, (……) 깨우쳐준다.

 예술이 아름다운 것은 예술 자체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 경험에서 오는 감각의 쇄신 때문이다. 감각의 쇄신은 삶의 쇄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넓고 깊은 삶의 지평을 떠올리게 하지 못한다면, 예술은 쓸모없을지도 모른다. (……) 이 지평의 경험 속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다른 가능성, 다른 삶의 형성 가능성이야말로 곧 예술의 가능성이고 아름다움의 가능성이다. 다르게 살 수 없다면, 그것은 아름다움의 배반이다. 심미적 경험이 삶의 변형에 이어지지 못한다면,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서문 '삶의 심미적 조형' 중에서. (11~12쪽)


 르누아르, 렘브란트, 드가, 마네, 피카소, 최북, 추사(김정희), 브람스, 슈만, 김수영, 백석, 황인숙, 카프카, 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 도산서원 등. 강의에 소환된 예술의 혼이다. 그 혼들의 예술. 삶의 한계 속에서 자유와 책임을 떠오르게 한다. 또, 예술은 삶의 변화를 준다. 나는 예술을 만나서 그리움, 눈물, 상상, 감동을 경험했다. 이 경험이 내 다른 삶의 형성 가능성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랬다. 풍성한 삶. 그것은 예술이 바탕이었다.


 '삶의 자발적 구성, 바로 여기에 미학 수업의 목표가 있다.' -서문 '삶의 심미적 조형' 중에서. (13쪽)


 우리 옛 선비들이 갖춰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심미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심미안으로 예술을 했고, 또 예술을 감상했다. 시, 서, 화 등. 그 안의 아름다움과 그 짝인 끔찍함을 포용하며. 그들의 삶을 구성해 나아갔다. 자발적으로. 그렇게 품격 있는 삶을 이루어 나아갔다. 이 마흔여섯 강의를 이어온 목소리도 말한다. 예술로 삶을 자발적으로 구성하라고. 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옛 선비의 예술로 이루어진 삶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살리라 다짐했다. 선비로서의 자유와 책임을 느끼며.

 그림, 음악, 소설과 시, 조각과 건축 등. 그 예술과 요즘 가까이 하지 못했다. 그저 정지해 있었다. 바쁨과 피곤을 핑계로. 그 좋았던 기억이 있었음에도. 예술은 가까이하면 할수록 더욱 나에게 크게 다가올 텐데. 예술의 아름다움. 그 영원한 기쁨과 함께 할 텐데. 예술이여. 나의 삶과 함께 하자.

 깊은 사유로 '미학 수업'이라는 예술 강의를 담았고, 그 강의에 경청했다. 잘 준비된 강의였다. 매 강의마다 빛나는 통찰이 있었다. 그의 높은 뜻이 나의 '영혼을 섬세하게 조율'해주는 책이었다.




 덧붙이는 말.


 이 책은 2011년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영혼의 조율'을 새롭게 가다듬고 수정하여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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