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론도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사진 출처: 북로드 페이스북)


 누구나 가까운 이에게 발등을 찍히고 억울해서 울부짖은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그런 기억이 있다. 거짓과 진실. 모함과 누명. 그들은 거짓으로 모함했었다. 허나 진실은 누명이었다. 복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질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어찌해야 할지 몰라 슬퍼하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슬픔을 잊기로 했다. 온전히 잊지는 못해도 슬픔을 잊기로 했다. 그랬더니, 아픔이 작아지는 듯했다. 그저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렇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 정당하게 진심으로 외치리라. 진실을 부드럽게. 그런데, 한 소설의 남자가 있다. 그 남자도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20년 전, 그날의 진실을. 그는 어떻게 외칠지 들어 본다.


 '당신 말이 맞았소.

 과거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6월 1일은 우리 모두를 파멸시킬 거요.

 잘 지내시오!' -가제본 26쪽.


 '"네메즈, 이 사건에서 손을 떼시오. 너무 깊이 파고들지 말란 말이오." -가제본 135쪽. 


 연이은 죽음. 살해로 보이는 사건들. 그리고 자살로 보이는 사건들. 그 피해자들의 교집합은 연방범죄 수사국 수사관이나 그 가족이었다. 자비네 네메즈. 연방범죄 수사국 아카데미교관이자 수사관인 그녀는 의심을 품는다. 누군가 그 내막에 있다는 의심. 화살표는 오래전의 연방범죄 수사국의 한 부서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마약전담반. 슈나이더가 수사관으로서 첫 발걸음 내딘 그곳. 그녀는 결국, 마르틴 S. 슈나이더를 찾는다. 정직 처분을 받고 대학 강단에 있는 그를. 천하제일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그를.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엄중히 말한다.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그런데, 네메즈가 어디 그럴 사람인가. 홀로 움직이던 그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슈나이더는 이 사건에 들어오게 되고. 이제 그와 그녀는 사건 안에서 어떻게 어울릴지.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성경, 마가복음 7장 21절~23절.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결국 그 녹이 점점 그 쇠를 먹는다' -법구경.


 악한 것. 사람의 마음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한다. 녹. 쇠에서 생겨 점점 그 쇠는 먹는다. 범인들은 악한 것으로 더럽힌 사람이고, 녹이 먹은 쇠다. 그렇기에 배신하고 누명을 입게 했으리라. 죽음의 론도를 연주하고, 어둠의 윤무를 추었으리라. 20년 전 그날에도, 지금도. 우리는 마음의 그늘로 녹슬지 말고, 온전한 사람이 되어야 하리라. 범인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리라.

 그나저나 네메즈와 슈나이더. 그 둘의 호흡이 잘 맞는다. 죽음의 론도1 안에서, 어둠의 윤무 안에서. 그 둘이 한 쌍의 날개가 되어, 힘찬 날갯짓을 한다. 아침을 여는 날갯짓. 악한 것과 녹을 확실히 찾아 사라지게 하는 날갯짓. 그 날갯짓을 바라보며, 만족감의 책장을 넘긴다. 다른 이들도 실망하지 않으리라. 치밀한 구성과 역동적인 전개에.   




 덧붙이는 말.


 이 소설은 슈나이더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다.  


 

  1. 주제가 같은 상태로 여러 번 되풀이되는 동안에 다른 가락이 여러 가지로 삽입되는 형식의 기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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