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
송정림 지음, 채소 그림 / 꼼지락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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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최선 옮김, 민음사, 1997

 나는 눈물이 많다. 삶이 나를 속였기에. 그래서 슬퍼했거나 노했기에. 여린 나는 눈물을 한없이 머금을 뿐이었다. 그렇게 우울한 날들이 여럿이었다. '우울은 얇게 퍼져 있는 분노다'1라고 하던가. 분노가 피웠던 우울의 안개가 차가웠고, 짙었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올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 믿음에 견디고 있다.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것, 그것이 삶을 달콤하게 만드는 것이다.'2라고 하던가. 지나가는 것은 훗날 달콤하고, 소중하게 되리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에, 추억이 아름다운 것이리라. 이와 같이 슬픈 물음표에 따뜻한 쉼표로 말하는 글을 만났다. 가슴으로 만났다.


 '부지런히 가다가

 문득문득

 슬픈 물음표가 마음을 침범합니다.


 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

 나, 부지런히 가고 있는데

 왜 자꾸 우울한 거니?


 (……)


 더 늦기 전에

 행복해졌으면 해요.

 당신도, 나도,

 우리 같이


 행복해졌으면 해요.' -'프롤로그' 중에서. (11~13쪽)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 '왜 자꾸 우울한 거니?'의 슬픈 물음표. '당신도,' '나도,'의 따뜻한 쉼표. 그 쉼표로 '행복해졌으면 해요'라는 바람. 부드럽고, 포근한 바람.


 '위로는 손을 잡고

 그 추운 영혼 위에

 이불을 덮어주는 일.

 그리고 그 따뜻한 이불이

 내 영혼도 덮어주는 일.' -'위로 전달법' 중에서. (38쪽)


 겨울을 만난 추운 영혼에게 위로는 따뜻한 이불을 덮어주는 일. 그리고 위로는 그 영혼도, 내 영혼도 따뜻한 이불을 덮어주는 일. 끄덕이게 하는 글이다. 그리고 나도 위로하고 싶어지고. 그렇게 하게 되면 나에게도 위로가 되겠지. 좋다.


 이번 겨울의 첫눈이 온 날. 따뜻한 쉼표를 남기는 글의 느낌을 남긴다. 슬픈 물음표에 슬며시 다가와 남기는 따뜻한 쉼표. 그리고 행복을 바라는 마음. 소곤소곤 온기를 담은 글들이 온몸에 따뜻하다. 이 땅의 많은 이들이 눈물과 우울에 잠기고 있는 이 때. 온기로 부드럽게 안을 수 있는 책. 또 쓰다듬는 책. 그 가슴 안에서 울고 위로를 받자. 그리고 하루하루 행복해지자. 기쁨의 날이 오리니.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1.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 독일의 신학자)
  2.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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